신경숙 표절논란을 보도하기 이전에, 한국 언론이 표절논란을 보도할 만큼 표절에서 자유로운지 물어야 한다. 문학은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원작과 표절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언론보도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표절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복사하기+붙여넣기’로 상징되는 일명 ‘우라까이’(베껴쓰기란 뜻의 언론계 은어)는 언론계가 용인하는 관행적 표절이다. 일종의 항의 없는 ‘암묵적 표절’인데,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은 ‘우라까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구조적인 배경이 있다. A사에서 특정보도가 나오면, B사는 해당 이슈를 막아야 한다. 빨리 막으려면 대충 문장만 바꿔서 베껴쓴다. 단독보도의 경우 A사에서 항의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인용보도’를 명시한다. “00신문에 따르면…” 이런 식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 매체에 따르면”이라며 언론사명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용사실도 밝히지 않고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라까이’에 용이한 인터넷시대에 단독보도는 1분 안에 ‘단독’의 지위를 잃어버린다. 

언론은 점점 표절에 둔감해지고 있다. 뉴스큐레이션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언론계에선 ‘디지털 소매치기’란 신조어가 나왔다. 이희욱 <블로터> 기자는 한겨레21 기고글에서 피키캐스트를 두고 “모바일 큐레이션 플랫폼은 도둑질 미디어와 같은 말”이라고 했다. 이희욱 기자는 “피키캐스트는 웹에 널린 지식을 마구 주워다가 ‘얕은 재미’를 채운다. 이 과정에서 원작자에게 허락을 구하는 수고로움은 가볍게 건너뛴다”며 “정보 도둑이 혁신가 코스프레를 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 천재소녀 오보 관련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의 사과문. 관행적인 '우라까이'로 언론은 매번 무더기 대형 오보를 반복한다.
 

언론사 속보팀은 YTN을 틀어놓고, 연합뉴스를 띄워놓고 실시간으로 기사를 ‘우라까이’ 해왔다. 형식과 플랫폼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라까이’는 변함없다. 똑같은 기사가 의미 없이 수백 건 복제되고 있다. 복제가 관성적으로 이뤄지며 인용보도와 정보도둑질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취재 없는 취재’에 의한, ‘기사 아닌 기사’의 탄생이다. 

돌이켜보면 문학계 표절논란은 문학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표절에 둔감한 언론권력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셈이다. 국제적 망신이 된 ‘천재수학소녀 하버드·스탠퍼드 동시합격’오보논란은 표절로 가득한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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