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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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거부처분 취소판결을 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이 거부처분을 한 적 없어 소송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왜 이런 상반된 판결이 나왔을까.  

2020년 12월 미디어오늘 등의 기자실 사용 신청 및 출입증 발급신청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장의 답변 요지는 이랬다. “출입기자실 가입 여부 및 구성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기자단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법원은 그 가입 여부 및 구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출입기자단 가입 등은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기 바란다.” 문제의 ‘이 사건 통지(회신)’다.  

원고 측은 “피고가 기자실사용허가와 출입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출입기자단’에게 사실상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법률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발급 권한에 대해 피고가 출입기자단에게 위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통지는 행정소송법상 공권력의 행사 내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거부처분에 해당한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기자실 사용허가 및 출입증발급허가는 피고(서울고법)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맡길 수 없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회신으로 종국적이고 실질적인 거부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신청에 대해 그 절차를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미디어오늘)가 출입기자단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출입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곧바로 종국적으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발급이 거부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는 이 사건 회신으로 원고가 출입기자단과 협의를 마칠 때까지 이 사건 신청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연기하거나 보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1심 재판부의 판결문으로 반박 가능하다. 1심 재판부는 “적어도 원고에게 출입기자단 의견을 받아서 피고에게 제출하면, 종국적으로 그 허부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를 분명하게 표명하면서 그 결정을 보류하는 처분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통지에는 그러한 취지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설령 피고가 재량권을 행사하기 위해 출입기자단 의견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러한 의견은 피고가 출입기자단에 직접 물었어야 마땅하다”면서 “피고가 출입기자단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불가능했거나 어려웠다고 볼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행정재산인 청사 기자실 출입 및 사용과 출입기자 표식 발급과 관련한 신청에 대한 결정을 하면서 (피고가) 종국적으로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및 출입기자에 대한 표식을 시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만 답변했다”며 “이는 사실상 출입기자단 가입이 선행돼야 출입기자 표식을 발급하고 청사 내 기자실 사용도 허락해주겠다는 취지의 거부처분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관리‧운영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는 점, 피고가 기자실 운영에서 기자단 의견을 들어 반영해온 점을 고려하면 기자실 출입 및 출입증발급 업무를 전적으로 출입기자단에 위임했다거나 출입기자단 판단에 맡겨 결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출입기자단 가입이 선행된 경우에만 소속 기자들의 기자실 출입 및 출입증발급을 하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무엇보다 “출입기자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종국적으로 기자실 출입 및 출입증 발급을 허용하지 않거나 전면적으로 금하는 것으로 관리‧운영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법원종합청사가 2021년 9월 기준 출입증을 발급한 44개 언론사 94명의 기자는 모두 출입기자단 소속이다. 때문에 “출입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기자들에 대해 종국적으로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허용하지 않거나 제한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2심 판결에 의문이 남는다. 

1심 재판부는 “청사 내 질서와 보안 유지, 출입 기자 활동에 대한 편의 제공 등 피고 스스로 수립한 원칙에 근거해 그 허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 사건 통지에는 이러한 비교형량을 통해 최종적 신청 허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판단하며 서울고등법원의 재량권 남용‧일탈을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출입기자단과 협의하도록 하거나 출입기자단 의견을 들어 종국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을 청사관리관으로서 공물관리권에 따른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거나 게을리한 것과 같이 볼 수도 없다”며 재량권 남용‧일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서울고등법원은 출입기자단에 문의하라는 취지의 회신이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문제는 안내한 그 절차가 어떠한 법적 근거도 갖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절차라는 점”이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절차를 따르라고 잘못된 회신을 한 것도 거부처분과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위원장은 무엇보다 “현실에서 이런 회신이 사실상 거부처분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고 강조하며 “서울고등법원이 조직의 장을 상대로 제기된 이번 소송에 대해 처분성을 부인하는 법기술적 방법으로 민감한 판단을 회피하고 헌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하라는 떠넘기기식 판결을 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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