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주인공이 자폐스펙트럼 변호사란 설정으로 사회적 편견을 비틀었다는 호평과 콘텐츠로서의 성공을 모두 잡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우영우, 이를 바라보는 자폐인과 가족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우영우의 흥행 성적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ENA란 생소한 채널에서 0.9%로 시작한 전국단위 유료가구 시청률이 지난 13일 9.1%를 기록(닐슨코리아)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6월 마지막주 TV드라마 검색반응 1위, 드라마 검색 이슈 키워드 1~4위를 각각 우영우와 배우들이 차지했다. 7월 첫주엔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한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에 우영우가 등극했다.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로는 ‘K드라마’ 특유의 막장·신파 없이 무해한 점과 더불어, 다양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켰다는 점이 꼽힌다. 극중 우영우의 상사처럼 “자폐에 대한 공식적 진단명이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이란 용어를 인식하게 됐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동행을 ‘봉사활동이냐’ 물으며 맥락 없이 응원하는 사람, 자폐스펙트럼의 다양한 유형에 무지하면서 다 같지 않느냐고 묻는 검사는 일상적으로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보여준다. 우영우의 세상에선 비혼부인 아버지, 동성 커플, 양대 로펌의 여성 대표 등이 자연스레 살아간다.

▲넷플릭스 TOP10에서 7월1주차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넷플릭스TOP10
▲넷플릭스 TOP10에서 7월1주차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넷플릭스TOP10

그리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박은빈 배우가 있다. 만 30세 나이에 25년차 연기경력을 가진 이 배우는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동공까지 연기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반향어(상대방 말에 그대로 답하지 못하고 반복해 말하는 행동)를 하고, 대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기 어려워 하고,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는 등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면 하나하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 박은빈의 우영우는 사랑스럽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또 한 번 좌절을 느낀다. 자폐성장애1급 균도씨의 아버지인 이진섭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대표는 13일 통화에서 “비장애인의 장애인 연기는 잘못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캐리커쳐 작가 겸 배우 정은혜씨를 언급하면서 “은혜씨는 (연기로) 자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은혜씨도 다운증후군이면서도 사고 능력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균도’(아들 균도씨와의 국토대장정기를 다룬 저서)도 영화화가 될 뻔 했는데 그 배역을 누가 어떻게 연기하겠나, 결국 캐릭터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가 역시 많은 고찰을 했겠지만 장애인을 그렇게 연기해선 안 된다”라며 “당사자의 얘기는 당사자가 해야 한다, 조금 불편해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우영우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은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에 대한 오해나 환상을 지적한다. 고기능성 자폐 일종으로 분류되는 서번트 신드롬은 일반의 자폐인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언론은 2005년 KBS스페셜 ‘최초보고 서번트 신드롬-경이로운 천재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번트, 축복받은 천재들의 초대’ 등 다큐멘터리를 기점으로 천재적인 서번트인들을 소개해왔다. 특정 분야에 과하게 집착하고 의사소통 문제가 거의 없는 아스퍼거 증후군과도 다른 개념이다. 우영우는 서번트인지 아스퍼거인지 경계가 모호한 동시에, 이에 속하지 않는 자폐인의 행동을 보여준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드라마의 상황 자체가 판타지라서 당사자가 연기하든 비장애인이 연기하든 무슨 상관인가라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우영우는 고기능 자폐인데 서번트인지 아스퍼거인지 잘 모르겠다. 많은 자폐인들이 그렇지 않고 이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물론 변호사 우영우는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애인 주인공이란 의미가 있다. 지난해 우영우 방영을 앞두고 비판 성명을 냈던 자폐인 당사자 단체(한국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도 “한국 창작자들은 그동안 자폐당사자를 무능력하고 이상한 존재라는 전형과 서번트 증후군이나 초능력을 섞어 묘사하며 당사자를 객체화했다”며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모습을 그려 자폐당사자에 대한 유인원화를 피하고자 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고 짚었다.

윤진철 사무처장도 “드라마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기능 자폐인의 빈도만 높아지는 건 그렇게 미디어에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고, 편향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지워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능력을 하나씩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사표현 방식이 다른 것 뿐”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고기능성 자폐인일지라도 대형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로펌 한바다의 한선영 대표는 1화에서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와 어떻게 일하느냐는 변호사에게 “뒷장에만 꽂혀서 앞장 안 본 것 아닌가”라고 받아친다. 이력서 첫장엔 우영우의 높은 학벌과 성적, 그 뒷장엔 자신이 자폐인이라는 소개가 적혀 있었다. 이후 한선영 대표는 우영우 아버지의 법대 동문이었으며, 탈락했던 우영우를 대표 직권으로 입사시켰다는 뒷 이야기가 전해졌다.

자폐인 가족들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생각해볼 지점들을 던졌다. 송주연 작가(상담심리사)는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우영우에 대한 여러 시선들을 소개하면서 “지금 우리는 ‘앞장’과 ‘뒷장’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고 있는 걸까”라고 묻는다. “우리가 우영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마도 실제 자폐를 비롯한 장애를 지닌 이들을 대하는 시선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스스로의 시선을 점검해보기를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전한 말이다.

우영우가 등장하기까지 수많은 자폐성장애인들의 고군분투가 있었고 과거에 비해서 미약하게나마 개선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었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선 2013년 KBS ‘굿닥터’, 2018년 JTBC ‘라이프’, 2019년 SBS ‘스토브리그’ 등을 통해 민폐를 끼치지 않는 장애인 주·조연 캐릭터가 등장했다. 비장애인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 유능한 장애인들. 이들을 바라보면서 가진 아쉬움과 응원이 우영우에게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미디어에서 자폐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배역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은 이견 없는 사실이다. 2021년 전체 주민등록인구 중 장애등록인구는 5%, 드라마 속 장애인은 0.7%에 불과(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다양성 조사)하다. 이 간극을 채우면서 실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의 등장을 응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불편함을 안고. 윤진철 사무처장은 “드라마에선 발달장애가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현실에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기사를 봤다. 그게 정확한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참고
△감동과 복잡 사이... 자폐 아동 엄마가 본 ‘우영우’ (2022년 07월12일 오마이뉴스, 송주연)
△드라마 속 자폐 변호사는 이기지만… 현실의 발달장애인은 ‘눈물의 49재’ (2022년 7월13일 서울신문)
△문화기호학 차원에서의 감성장애인 치유 가능성 고찰-자페 스펙트럼 장애인을 중심으로 (2011년 윤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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