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대문이 바뀌는 건 대대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카카오가 지난 1월 포털 다음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큐레이팅하는 ‘뷰’ 서비스를 야심차게 런칭했지만 이용자도 창작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계획과 달리 전면 개편을 미루고 뷰 서비스 노출 비중을 줄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포털 다음은 지난 1월 모바일 카카오뷰 서비스를 도입했다. 본인이 구독하는 채널은 ‘My뷰탭’을 통해  따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뉴스 콘텐츠는 카카오뷰 서비스 화면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면(스와이프) 뜨게 해 후순위로 밀었다. 텍스트판 ‘유튜브’라고 할 수 있는 시도였다.

▲ 카카오 뷰 서비스 화면 예시
▲ 카카오 뷰 서비스 화면 예시

 

개편 후 이용자 반응, “광고 덕지덕지” “되돌려 달라”

카카오는 개편 당시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다양한 관점의 콘텐츠로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첫 화면에 카카오 뷰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이용자 선택권’과 ‘다양성’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카카오뷰 개편에 따른 ‘호평’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편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 앱마켓 리뷰에는 ‘뷰’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많다. “시대역행 업데이트. 산만하고 불편해짐.” “발견인지 X견인지 안보이게 할 수 없나. 진짜 싫다.” “광고앱과 다를 바 없음.” “시작시 뉴스부터 뜨게 해주세요. 되도 않는 발견은 멍멍이나 주시고요” “소식보다 광고가 더 많아 정말 보기 어렵습니다” “무슨 광고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이건 다음답지 않아요” “내용도 없고 죄다 허접한 글이고 그냥 옛날처럼 뉴스로 안 돌리면 20년 다음 사랑 끝내고 이탈할 겁니다.” “새로운 발견? 아 짜증나네요” “발견만든놈 아웃” 등이다.

▲ 카카오뷰 도입 이후 '플레이스토어' 다음앱 리뷰. (닉네임 가림처리)
▲ 카카오뷰 도입 이후 '플레이스토어' 다음앱 리뷰. (닉네임 가림처리)

이용자의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뉴스 콘텐츠를 대체한 ‘발견’(카카오뷰)탭의 내용이 실속 없거나 광고성 콘텐츠라는 지적이다. 기존 뉴스 서비스보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 1월 개편 때만 해도 현재와 같은 모바일 다음의 뉴스 서비스를 폐지하고, 상반기 중 PC에서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는 여러 이유를 대며 현재까지 기존 뉴스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턴 모바일에서 ‘발견’이 아닌 기존 뉴스 서비스가 첫 화면에 뜨도록 했다. 사실상 기존 서비스로 복구한 것이다.

선정적 콘텐츠·구독 마케팅·기사형광고까지

카카오뷰 도입 이후 뉴스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노출된 점은 의미가 없진 않다. 그러나 카카오뷰 개편에 가장 주목한 건 ‘돈을 벌려는 이들’이었다. 비즈니스마켓 플랫폼 ‘크몽’에 접속하면 ‘카카오뷰 마케팅’ 강좌 30여개가 경쟁적으로 나온다. ‘카카오뷰 상단 키워드 모음’ ‘카카오뷰 초보도 하루만에 대박노출 올렸던 방법’ ‘카카오뷰 하루 30분 1만 트래픽’ 등이다. 기존의 블로그, 카페 등의 상단 노출을 노리며 수익화를 해온 마케팅 업계가 ‘카카오뷰’에 적극 대응한 것이다. 카카오뷰는 100명 이상 친구를 보유한 채널만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데, 돈을 주면 친구를 자동으로 추가해주는 등 구독 증대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 '크몽'에서 카카오뷰로 검색한 결과
▲ '크몽'에서 카카오뷰로 검색한 결과

그 결과 ‘양질의 콘텐츠’보다는 ‘주목 받는 이슈’를 전한다는 콘셉트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이슈’ ‘이슈특집’ ‘이슈톡’ ‘이슈를 보다’ ‘실시간 이슈’ ‘이슈마녀’ ‘이슈인사이드’ ‘이슈야’ 등 비교적 가벼운 이슈를 중심으로 전하는 채널이 다수 생성됐다. 이들 채널 가운데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게재하거나 연예 기사, 유사 언론 웹사이트의 ‘짤’을 전하는 채널이 적지 않다. 내용 자체가 가볍다는 점뿐 아니라 정보가 왜곡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선거 국면에선 ‘윤석열 뽑을사람 뭉치자’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등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채널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뉴스를 적극 큐레이팅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언론에선 ‘타블로이드화’로 이어졌다. 포털 네이버 구독페이지를 통해 선정적인 기사를 배열한 것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뷰를 통한 선정적 기사 배열을 적극 한 것이다. 한 경제지는 카카오뷰 콘텐츠 규정을 위반해 노출제한 제재를 받은 일도 있다.
 
최근엔 한 유튜버가 월경혈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언론이 대거 보도했고 카카오뷰에서도 적극 노출했다. 카카오뷰에 관련 기사를 노출한 언론은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뉴스1, 뉴시스, 데일리안, 마이데일리. 더팩트 등이다.

▲ 언론사 카카오뷰 보드 갈무리. 일부 언론에선 주요 뉴스보다는 주목도가 높은 선정적 뉴스 중점적으로 배치한다.
▲ 언론사 카카오뷰 보드 갈무리. 일부 언론에선 주요 뉴스보다는 주목도가 높은 선정적 뉴스 중점적으로 배치한다.

한 인터넷언론 관계자는 “이슈나 주제별로 특화해서 발행하는 취지의 서비스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는 하지 않고 있다”며 “‘많이 본 뉴스’나 ‘화제 뉴스’ ‘이시각 핫 뉴스’ 같은 식으로 보드를 발행한다. 주제별 큐레이팅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기보다는 주목받을 만한 기사를 꺼내들어서 주목을 끄는 정도”라고 했다. 

카카오뷰 서비스를 운영한적 있는 한 IT업계 관계자는 “블로그 서비스가 신뢰를 잃은 건 알맹이 없는 ‘광고판’이 됐기 때문”이라며 “콘텐츠가 우선 질을 담보하고, 수익화가 여기에 뒤따라야 하는데 수익화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 특히 본인 콘텐츠가 아닌 다른 콘텐츠를 ‘큐레이팅’만으로 수익을 내게 하겠다는 발상은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사형광고’도 보드로 발행하는 업체가 나타났다. 기업 등이 돈을 주고 언론에 내는 기사형광고 패키지 가운데 포털 기사 뿐 아니라 ‘카카오뷰’에도 노출하는 식이다. 한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네이버포스트가 뜰 때는 기사와 네이버포스트를 묶는 패키지가 있었고, 최근에는 카카오뷰를 연계하는 곳들이 있다. 서비스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다보니 주력으로 볼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 카카오뷰 '발견'탭에서 추천한 콘텐츠들
▲ 카카오뷰 '발견'탭에서 추천한 콘텐츠들

카카오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부적절한 콘텐츠는 필터링과 신고를 통해 걸러낸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카카오는 최근 채널당 발행 가능한 보드 수를 하루  10개로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카카오는 “유사한 내용의 보드를 반복적으로 발행하거나, 상업적 목적의 보드를 과도하게 발행하는 등 서비스 경험 전반을 저해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피드백은 여러 경로로 수집하고 서비스 개선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보드 발행과 필터링 정책을 고도화 하는 것도 사용성 개선의 일환”이라며 “기능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보완할 지점들은 꾸준히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측이 되지 않는 플랫폼” 토로

‘사이트 유입’과 ‘브랜드 강화’를 위해 카카오뷰를 시작한 언론사나 창작자들은 당초 생각한 목적을 달성하기 모호한 서비스라고 평가한다. 새 플랫폼으로 인한 유입은 의미 있지만 경쟁이 심화돼 언론이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운 면이 있는 데다 채널 활성화가 어렵다.

유료구독 사이트 ‘미디어고토사’를 운영하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초기에는 카카오뷰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쓰지 않고 있다. 이성규 대표는 “정확하게 내게 돌아오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수익에 기대를 건다기보다는 이용자가 유입돼서, 유료로 전환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흥미를 보이거나 해야 한다”며 “유입 효과가 특정 패턴을 그리지 않고 들쭉날쭉해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어쩌다 한번 얻어 걸리게 되니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대표는 “(이용자 입장에서) 콘텐츠 소비 경험이 습관으로 안착돼야 하는데, 소비 패턴을 바꾸는 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카카오는 4월부터 각 보드 안에서 발행되는 광고 클릭 수익을 에디터가 가져갈 수 있도록 ‘보드뷰 광고수익’을 추가했다. 이를 계기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반응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뉴스 서비스 대체재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원 창작자’에 대한 우대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보드, 구독자 수 등에 따라) 수익을 주는 방식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방향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방향이 세워지면 거기에 맞춰 전략을 세운다”며 “지난해 서비스 설명회를 할 때는 뉴스서비스까지 전반적 개편을 통보했지만, 지금은 제대로 사과도 없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이 어떻게 될지 몰라 섣불리 전략을 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