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에서 해야 할 ‘언론개혁’은 무엇일까.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아 진행한 노무현재단·더불어민주당 주최 특별토론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언론개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MBC <100분토론> 진행자)는 “(언론개혁이) 내용을 다스리는 방식처럼 비치는 순간 상당한 저항이나 문제에 부딪힌다. 언론중재법 논의도 피해구제라는 타당한 이유에서 출발했지만 언론자유 프레임에 가둬지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언론개혁은 “시장을 다스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노무현재단-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정준희 겸임교수의 발언 모습.
▲지난 13일 노무현재단-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정준희 겸임교수의 발언 모습.

정준희 겸임교수는 “(보도)내용에 불만이 있더라도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예컨대 심의 같은 것을 통해 (언론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방법론적으로) 건너간 일, 포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한국의 거의 모든 나쁜 기업들보다 훨씬 나쁜 방식으로 살아 남아왔지만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에서) 손을 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공정거래 질서에 있어 미디어 기업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으로 미디어 시장구조의 질서와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준희 겸임교수는 2021년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언론개혁은 결국 우리 뜻에 맞는 언론을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릇된 방식으로 먹고사는 언론이 먹고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적 언론이) 먹고사는 방식의 저열함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저열한 방식’의 일례로는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과 인접한 시간에 홈쇼핑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해 방송사가 협찬금을 받는 ‘연계편성’,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독자를 기만해 속이고 신문사는 협찬비를 챙기는 기사형 광고가 대표적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3월 한 달간 방송분을 대상으로 건강정보프로그램-홈쇼핑 연계편성 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상파 2개 채널과 종편 4개 채널의 45개 프로그램에서 520회, 홈쇼핑 17개 채널에서 756회 연계편성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그 중 TV조선이 14개 프로그램에서 139회(본방 69회·재방 70회), MBN이 8개 프로그램에서 108회(본방 62회·재방 46회)로 1위와 2위였다. 방통위는 2020년 10월 연계편성에 따른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 협찬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찾아낸 기사형 광고는 1만1342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1위는 1001건의 조선일보, 2위는 975건의 매일경제였다. 오프라인 매체 118종만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여서 스마트폰에서 체감하는 기사형 광고 건수는 훨씬 많다.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홍성국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이명박 정부 시절 삭제된 기사형 광고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조항을 부활시키는 신문법 개정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21대 국회에서 등장했으나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정준희 겸임교수는 보수언론을 가리켜 “떡고물을 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명확히 구분한다. 윤석열정부는 명확하게 떡고물이다. 대기업 지분참여를 넓혀주고, 방송심의처럼 종편이 재승인 때 제일 힘들어하는 조건을 완화시켜 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주류언론에 있어 충격적 사건이었고, 이명박정부는 주류언론이 산업적으로 망할 수 있었던 길을 방송과 결합해 먹고 살 수 있도록 확실하게 뚫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대 언론의 급격한 권력화가 일어났다. 주류언론은 정당성 없는 정부에 상징자본을 공급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13일 노무현재단-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모습.
▲지난 13일 노무현재단-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모습.

유시민 “신문·방송 보고 있으면 악플러 보는 느낌”

토론회 사회자였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언론개혁과 관련, “개인적으로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 자본주의제도가 발전해서 봉건적 토지 소유 제도와 특권이 무너진 것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 발전해서 (기존 언론이) 무너지는 길 외에는 달리 답이 없다는 절망적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으로서 제대로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각자 길러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시민이 늘어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3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이제는 올드미디어에 매달려 공정선거 보도를 촉구하며 애걸복걸하고 호소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 우리가 각자의 미디어를 만들자. 스티브 잡스 선생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또한 “신문과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냥 악플러를 보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보도가 악플 수준이다. 우리 정치문화에 증오와 공격성이 판치게 만드는데 언론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공영방송(KBS와 MBC) 제외하면, 나머지 민간언론은 대부분 대기업과 대기업 친화적인 현 정부 편을 드는 것 같다. 민주당에 해로울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엄청나게 키우고 유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기사는 죽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 쪽에서 (민주당) 공격하는 발언을 하면 (언론이) 엄청 키운다. 페이스북에 찔끔 올려도 대서특필로 몇백 개 기사가 쏟아진다. 그럼 황홀한 거다. 그렇게 재미를 붙인다”며 “(언론 때문에) 자신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착각하고 마구마구 흑화되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생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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