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례 브리핑 하시는 건가요?”
“할까요? 하겠습니다!”
(12일 국민소통관, 대통령실 백브리핑 중)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열린 지 사흘차, 프레스룸인 ‘국민소통관’은 어수선한 환경에서도 ‘허니문’ 특유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변인단 모두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 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덕이다. 다만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취재지원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크고 작은 혼선도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된 구 국방부 청사 서문에서 국민소통관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최소 네 번의 신분확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안내실을 지나 경내로 진입할 때, 길을 건널 때, 집무실 건물 앞에 이르렀을 때 각각 발급받은 출입증을 제시해야 한다. 길을 지나는 중간중간 마주치는 제복 입은 군인들의 모습은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낯선 풍경이다.

기자들의 출입구는 대통령실 건물 지하1층으로 통한다. 출입기자들은 ‘모바일보안앱’ 스마트폰 설치가 의무다. 이를 원하지 않으면 자율 휴대전화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두고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실 내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와이파이, 블루투스, 테더링, 녹음기, 공장초기화를 못 쓰도록 막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앱 설치를 하려면 위치정보나 통화, 주소록을 비롯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 가방을 검색대에 올리고 출입증을 게이트에 태그한 뒤, 보안앱 설치·작동을 증명해야 출입절차가 끝난다.

▲서울 용산구 구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구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지하1층에서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은 1층 국민소통관까지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2층 이상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집무실 건물 공사를 맡는 노동자들만이 온종일 계단을 이용해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다. 향후 대통령 집무실은 2층과 5층, 수석비서관실은 3층, 비서진 실무진 및 민관합동위원 등은 4~10층을 이용한다.

국민소통관실도 곳곳이 공사 중이다. 브리핑룸과 춘추관장실은 아직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브리핑룸을 대신해 기자실 로비에 단상을 설치하고 의자를 둔 곳을 ‘오픈라운지’라 부른다. 기자실은 크게 대통령 일정을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는 ‘풀단’ 기자실, 지역언론 기자실, 대체로 자유석으로 운영되는 기자실로 분류된다. 출입 자격 유지를 위한 출석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기자석 공간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기자들이 대통령과 같은 건물을 쓰는 사실이 실감나는 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침 출근길. 전날 8시30분경 출근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12일엔 오전 9시10분경 도착했다. 첫 출근 때 2분가량 질의에 응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을 임명할 건가’라는 질문에 “일부만”이라고 짧게 대답하는 데 그쳤다.

▲12일 대통령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12일 대통령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는 청와대 경내와 완전히 분리됐던 춘추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기존엔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대통령을 뉴스로 본다’는 자조가 나오곤 했다. 대통령이 언론과 잠깐이나마 직접 대면하고 질문을 듣는 것은 ‘소통’ 면에서 긍정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대통령실이 ‘메시지 관리’ 등을 우려한다는 의사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어, 출근길 인사가 반짝 보여주기에 그칠지 정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오전 10시경엔 오픈라운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명의로 백브리핑이 이어졌다. 기존 춘추관에서는 오전에 춘추관장이나 국민소통수석이 비공식 구두간담회 격인 ‘티타임’을 했다. 비공개 전제로 티타임을 하고, 일부 발언에 한해 익명 보도를 조율하는 식이다. 단순 비교하면 익명보도라도 가능한 백브리핑은 형식 면에서 진전된 부분이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발 보도가 너무 쉽게 남용된다는 지적에서는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오전 백브리핑, 오후 브리핑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날도 오후에는 윤 대통령 취임 이래 첫 국무회의에 대한 강인선 대변인의 브리핑이 진행됐다. 국무회의 의미와 운영방식, 결과 위주의 대변인 브리핑은 약 3분 만에 끝났다.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은 또다시 백브리핑 형태로 이뤄졌다. 정작 질의응답은 추가경정예산안 관련해선 “설명하기 이르다”, 인사 논란에 대해선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 대통령의 오전 일정에 대해선 “비공개 일정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등 원론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12일 오후 국민소통관에서의 강인선 대변인 브리핑 ⓒ연합뉴스
▲12일 오후 국민소통관에서의 강인선 대변인 브리핑 ⓒ연합뉴스

일부 기자들이 풀단을 꾸려 대표로 취재를 하고 결과물을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은 기존 청와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신속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기자들 불만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윤 대통령의 오후 3시 국무회의 모두발언과 사진의 경우 언제 받을 수 있느냐는 기자들 요구가 두 차례 제기된 뒤, 4시30분경 제공됐다. 기존 출입기자들은 ‘e춘추관’ 사이트에서 보도자료, 브리핑자료, 사진 등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풀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들은 대통령 관련 자료를 제대로 받아볼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아쉬움이 있지만 당분간은 기대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A기자는 “아직 국민소통관 체계가 안 잡힌 거 같다.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기자실을) 오가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들 만날 수 있고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건 높이 평가한다.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일단은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B기자는 “관계자와 기자들 대화를 비보도로 돌리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언론과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대통령 의지가 제대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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