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설한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김성회 자유일보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자유일보는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매체다. 그는 또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비서관은 대선 국면 당시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적극 지지해온 행보를 보였다. 특히 김건희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김건희 신드롬’ ‘김건희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였다’ ‘새 영부인 김건희, 대한민국의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역할 기대’ 등의 칼럼을 여러 차례 썼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과거 동성애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낸 이력이 있다. 김 비서관은 2019년 자신의 SNS에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세 달 뒤 올린 SNS 글에는 “페북으로부터 또 차단당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기억에 없는 수년 전의 댓글 논쟁(그럼 정부가 나서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고 비난 한 댓글)”이라고 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한 발언이다.

▲12일자 아침신문들 1면.
▲12일자 아침신문들 1면.

한국다문화센터 산하에 운영한 레인보우합창단 단원 부모에게 수천만원짜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한겨레는 9면 기사에 “사건은 2017년 말 레인보우합창단이 이듬해 2월 열릴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초청받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합창단이 개막식에서 애국가 제창을 맡게 되자, 다문화센터 쪽은 단원 부모들에게 ‘10박11일 일정에 식사 및 간식 일부 비용 지원을 요청드린다’며 각 30만원을 입금하라는 통신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합창단원 참가비 전액을 지급한다고 했고, 단원들에게 개런티가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위와 합창단 사이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이 학부모들의 자녀 3명을 퇴단시켰다.

▲지난 11일자 한겨레 9면.
▲지난 11일자 한겨레 9면.

각종 문제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김 비서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졌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밀린 화대 발언’에 대해 “페북에서 개인 간 언쟁을 하다 일어난 일이지만, 지나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깨끗이 사과한다”고 썼다.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는 12일자 사설에서 “이런 사람에게 소수자의 인권과 사회적 공존을 위한 고위 공직을 맡겼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말이 사과이지, 아무 근거도 없는 혐오 발언을 되풀이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12일자 한겨레 사설.
▲1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어 “종교다문화비서관 자리를 신설하고도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물을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비서관은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 성향 매체 ‘자유일보’ 논설위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미모’를 칭송하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에 비유하는 글을 썼다. 그것 때문에 대통령에게 소수자 정책 참모 역할을 해야할 비서관 자리에 이런 인물을 고집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언제든지 1층에 가 국민과 소통한다’는 약속 지켜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자택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집무실로 올라가기 전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과거 청와대에서는 구조상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가능해진 것이다. 이날 기자들이 ‘첫 출근 소감’을 묻자, 윤 대통령은 “특별한 소감은 없다. 일해야죠”라고 답했다.

12일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어제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집무실 출근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이 등장했다. 청사로 들어선 윤 대통령은 로비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1층에 ‘국민소통관’으로 이름 붙인 기자실이 들어선 것과 관련해 ‘책상은 다 마련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12일자 한겨레 1면.
▲12일자 한겨레 1면.
▲12일자 중앙일보 사설.
▲12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어 “언론의 일상적인 취재 과정 같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르던 때에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관저에서 출근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없고, 대통령 주재 회의나 행사 때도 기자 몇 명이 대표로 들어가 모두발언과 분위기를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현안에 대한 대통령과의 문답은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같은 공식 자리에서나 가능했다.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도 자주 하지 않아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급하게 추진한 데 대해선 비판이 나왔었다. 하지만 어제처럼 언론과 수시로 접촉한다면 청와대를 떠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언론은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과 다름없다”며 “용산 집무실엔 윤 대통령이 출입하는 별도 통로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 통로를 쓰더라도 윤 대통령은 당선인 기간 ‘언제든지 1층에 가 국민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8면 기사에서 “대통령실 구조가 백악관처럼 바뀌었다”며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계 방향으로 경호처장실→국가안보실장실→비서실장실→수석비서관실(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 순)이 같은 층에 들어서 있다. 대통령이 호출하면 언제든 대면 보고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12일자 중앙일보 8면.
▲12일자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격 없는 수시 대화’를 강조하며 원탁을 선호했다”며 과거 그와 일했던 한 변호사의 입을 빌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무겁고 넓은 테이블, 커다란 소파가 놓인 대형 회의실 대신 간소한 원탁에 모여 앉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휘라인의 부장검사 대신 평검사의 직보를 선호한 것도 그의 특징”이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와 ‘총여학생회 폐지’ 비교 권성동에 경향 “어불성설”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지난 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하는 근거로 대학교에서도 총여학생회가 폐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2030 여가부 폐지 여론이 높다’고 주장하며 “이미 서울 시내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모두 폐지된 거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권 원내대표가 발의한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그동안 사회가 달라졌다며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며 “정부 부처 기능을 대학의 학생조직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개정안은 또 ‘여성·남성이라는 집합적 구분과 기계적 평등으로는 개개인이 직면한 범죄 및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성범죄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고,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 다수는 여성”이라고 지적한 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했지만, 새 대통령실의 실장·수석급에 여성이 ‘제로’고 15개 부처 차관급 20명 중에서도 여성은 ‘제로’다. 이래도 성평등 문제를 개개인 차원으로 환원할 텐가. 과거 권력형 성범죄 사건 당시 여가부 장관이 잘못된 발언을 한 것까지 폐지 이유로 든 걸 보면 어이가 없다. 특정 부처 장관이 실언했다고 그 부처를 폐지하자고 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김 후보자는 ‘여가부 폐지는 동의한다’면서도, ‘시한부 장관’이라는 평가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며 “권 원내대표 발의안대로라면 여가부는 공중분해되고 대체 부처도 신설되지 않는데, 어느 부처 장관을 계속하겠다는 건가. 정부 부처의 존폐를 오로지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졸속 결정해선 안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 남성들의 이탈이 두려운 모양이나, 젠더 갈라치기에 다시 속아 넘어갈 주권자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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