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연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관련한 게스트들이 섭외됐다. 이 과정에 몇몇 인물들은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생태탕 시즌2’라는 것이다.

지난 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김씨와 관련한 증언을 하겠다며 총 4명의 게스트가 섭외됐다.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익명의 라마다호텔 20년 차 직원, 또 다른 익명의 라마다호텔 전직 종업원, 제보자 김모씨 등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김건희씨가 ‘쥴리’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김어준씨는 이들을 섭외한 배경을 놓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쥴리 의혹을 다루기로 한 것은 서울의소리 방송금지가처분 법원 결정문에도 나왔지만 기업과의 커넥션 뇌물 의혹 그리고 검찰 커넥션 등이 다 이 쥴리 의혹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9일에는 김건희씨와 상담한 적 있다고 주장하는, 23년째 무당 생활을 해오고 있는 한 무속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김건희씨와 관련한 무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게스트 섭외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직전과 유사한 모습이다. 당시 김어준씨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셀프 보상’ 의혹 대상이 되는 내곡동 땅을 수차례 찾은 적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2일과 5일 연이어 생태탕집 사장과 그 아들을 인터뷰했다. 같은 해 4월7일로 예정됐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며칠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진행된 인터뷰였다.

이에 야당에서는 김어준씨가 지상파 라디오 전파를 편향되게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어준씨가 김건희씨 의혹에 관한 게스트를 연이어 섭외하자 이 같은 비판이 재차 제기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씨, 엉뚱한 집에서 생태탕 내놓으라 해봐야 줄 리가 있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 보궐선거 직전에 있었던 생태탕 관련 인터뷰와 최근 이어지는 쥴리 의혹 관련 인터뷰를 겨냥한 것이다.

허 수석대변인은 “김어준씨가 30여 년 전 기억을 들먹이는 제보자를 출연시켜 또다시 쥴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며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생태탕 논란으로 그 난리를 피우시고서 아직도 부릴 생떼가 남았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어준씨, 번지수 잘못 찾아놓고 있지도 않은 생태탕 달라고 해봐야 줄 리 없다”며 “30년 전 기억을 헤맬 시간에, 작년에 있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 ‘횡령한우’ 전말을 밝혀보시는 건 어떠하겠는가. 그런데 쓰라고 서울시민께서 세금을 내서 출연료 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연합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연합뉴스

‘합리적 추론’을 명분으로 한 김어준식 인터뷰는 예견된 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해 7월 “내년 2월쯤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쥴리 목격자가 출연할지도 모르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 평론가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농담으로 했던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증언자를 출연시켜서 이슈화하려 하지 않았는가”며 “이번에도 김어준씨가 그냥 지나가지 않고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다시 쥴리 문제를 증언 형식으로 이슈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험적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월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이번엔 익명의 게스트를 무더기로 출연시키면서 예상보다도 더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장 선거 때 한 번 그랬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는데도 더 크게 대응하고 있다. 지상파 라디오에서 정체불명 인물들로 정쟁을 부추기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