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야당 후보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한 표 차이로 법정제재를 피했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중징계를 하지 않으면 언론이 악용할 수 있는 선례가 된다며 반발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방송심의에서 법정제재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심의 안건에 오른 방송은 4월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이날 방송은 △ 오세훈 후보 측량 참석 관련 생태탕 가게측 인터뷰 △ 박형준 후보 성추문 폭로자 매수 주장 인터뷰 △ 엘시티 특혜 의혹 인터뷰 △ 오세훈 후보 내곡동 땅 관련 의혹에 대한 처벌 가능성 등 대담 △ 박형준 후보의 성추문 폭로 교사 의혹 분석과 대담 등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일방적 의혹제기 방송이 문제가 됐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에는 TBS측 인사로 송원섭 제작본부장과 양승창 PD가 출석해 의견진술을 했다.

송원섭 제작본부장은 “다른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을 재검증하고 후보자 반론에 대해 다시 검증하고, 추가적인 질문하는 과정을 거쳤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향후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지 과제를 던져주셨고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양승창 PD는 “반론을 듣기 위해 후보자측에 직접 연락드렸고 답변 안 하시는 경우 캠프 대변인 등을 통해 의견 요청했는데 답을 안주시거나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며 “당사자 입장을 듣는 게 우리 프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천 권오현 위원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권오현 위원은 “반론을 매일 요청한 건지, 몇 명에게 요청한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양승창 PD는 “내곡동 의혹 관련해선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당 대변인, 선대위원장 등에 요청했다. 박형준 캠프의 경우 후보 본인 포함해 4번 정도 요청했다”며 적극적으로 반론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오현 위원은 ”검증되지 않은 증언자의 신상을 왜 굳이 밝히지 않으셨나. 반론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익명의 제보자 인터뷰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양승창 PD는 “일반인이라 본인을 드러내기 한계가 있었지만, 스스로 사실을 알리고자 하셔서 불가피하게 익명으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태탕 가게측과 2일 최초 인터뷰 모습.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태탕 가게측과 2일 최초 인터뷰 모습.

권오현 위원은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노력했다는 말만 하지 말고 확인을 위해 현장에 갔다든지 해야 한다. TV조선은 현장에 가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는데 TBS는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익명의 제보자의 말을 팩트체크가 안 되는 상태에서 왜곡 가능성을 막을 장치 없이 내보낸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송원섭 제작본부장이 “(취재 시간이 촉박한) 선거 기간이라는 특수성을 이해 해주셨으면 한다”고 답변하자, 권오현 위원은 “그래서 오히려 사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거기간이기 때문에”라며 다시 반박했다.

송원섭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반박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익명이라고 하지만, 목소리는 변조하지 않았다. 없는 걸 지어낸 게 아니라고 판단해 방송한 것”이라며 “4월 2일 유튜브 라이브 동시 접속자 7만 명까지 찍었다. 댓글 중에서 이 분의 증언이 문제가 있다고 한 내용은 없었다는 게, 보도의 신뢰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원섭 본부장은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면 (국민의힘에서) 20건 넘게 (뉴스공장에) 민원을 제기했다는데 출연은 하지 않으면서 민원은 제기되니 너무 힘들다. 자꾸 뉴스공장과 TBS의 편향성 문제를 얘기하시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가라고 할 정도로 너무 의도적으로 (반론 거부)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당시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당시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정재욱 위원은 인터뷰 이후 이어진 대담 코너의 문제를 지적하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출연자와 진행자 모두 (의혹 제기) 증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고, 오 후보 반론은 사실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며 “고정 출연자의 발언을 통제할 순 없지만 진행자마저 오 후보 반론의 사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추천 윤영미 위원은 ‘뉴스공장’으로 인해 후보 검증이 본질과 멀어진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오세훈 후보가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라며 “특혜성 여부가 쟁점이어야 하는데, 자꾸 페라가모에 생태탕이 화제가 됐다. (생태탕집 인터뷰는) 결정적이지 않은 데다 일방의 증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원섭 본부장은 “오 후보께서 처가 땅을 인지하고 계셨다는 말씀을 하셨으면 이렇게 번질 부분이 아니었다.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다룬 것이지 본질 흐리려는 건 결코 아니었다”고 답했다. 양승창 PD 역시 “페라가모, 생태탕 등을 부각한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 방송을 인용한 언론 보도”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정영식 부위원장은 해당 방송이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취지로 질의를 이어갔다.

정영식= 방송 종사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나?

송원섭= 없다고 본다.

정영식= 동일한 사안을 지속,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게 선거운동에 해당 될 수 있다는 고민은 안 해보셨나?

양승창= 동일한 내용이 아니라 계속 사안이 바뀌었다. 

정영식= 같은 주제다. 세부 줄기가 다를 뿐이다. 사람의 기억에 대해 얼마나 믿나. 15년 전 사건에 대한 내용이 진실할 거라고 보나.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은 신뢰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김수정(한국언론정보학회 추천)·임나혜숙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뉴스공장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김수정= 한번 보도하고 넘어가는 것과, 계속 보도하는 것 중 무엇이 언론인의 자세라고 보나.

송원섭= 후자다.

김수정= 사건 보도할 때 필요한 객관성, 형평성 등이 궁극적으로 어떤 보도를 위해 존재하나.

본부장=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김수정=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반론권을 줬음에도 답을 안 주는데, 매 초마다 반론을 요구하는 게 언론인의 의무는 아니다.

이어 임나혜숙 위원이 “홍코너에서 사실인지 말해보라고 했는데 청코너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오지 않은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원섭 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지난주 한국방송학회와 TBS 공동주최 세미나에서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 제작 및 취재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 공개 △ 반론 코너 상설화 △ 외부기관과 협력 통한 팩트체크 △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공방 끝에 권오현·정영식·정재욱·윤영미 위원은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권오현 위원은 “선거 직전 편향된 방송을 막기 위해 법정제재 ‘경고’ 정도는 줘야한다”고 했다. 정영식 위원 역시 “선거가 임박했는데 오래된 일에 대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익명인 사람의 의견을 부풀려 보도해 유권자 선택에 혼란을 줬고, 특정 후보자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낙선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의 결과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들의 의견은 법정제재 4인, 행정지도 또는 문제없음 4인으로 나뉘었다. 조항제 위원장이 행정지도 권고로 의견을 내면서 권고로 마무리됐다.

권오현·정영식- 경고(벌점2점)
정재욱·윤영미- 주의(벌점1점)
조항제·이윤소- 권고
박상호 - 의견제시
김수정·임나혜숙 - 문제없음

5:4로 마무리되자 권오현 위원은 “차라리 기권하겠다.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행정지도가 된다면 언론이 이를 악용했을 때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나”라며 반발했다. 윤영미 위원도 다른 위원들을 향해 “보수 매체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정재욱 위원 역시 “규정상 행정지도는 경미한 경우에 하는 것인데, 이 사안이 경미한 문제인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법정제재(경고, 주의 등)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 요소가 된다. 반면 행정지도(권고, 의견제시 등)는 강제력이 없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 관련 방송을 심의하는 특별기구로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학계, 정당 등에서 위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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