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은 2019년 10월 ‘연예 섹션 뉴스 댓글 잠정 폐지’를 밝혔다. 이어 2020년 3월 네이버가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네이트 역시 2020년 7월7일 연예 섹션 댓글을 폐지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 뉴스 댓글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어 2005년 5월에 시작해 16년간 운영된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이하 ‘실검’)가 2021년 2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연예 댓글과 실검이 사라진 후 연예부 기자들이 실감하는 변화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연예 댓글 폐지가 촉발됐던 연예인 ‘악플’ 문제에 대해 연예부 기자들 역시 문제가 크다고 공감한다. 댓글창이 폐지된 후 모든 댓글이 사라졌기 때문에 1차적으로 악플이 사라진 것은 맞다고 봤다. 그러나 이내 연예인이 직접 운영하는 SNS 계정이나 유튜브에 악플이 모여들었다. 이른바 풍선효과였다.

이제 연예인 SNS 계정에 직접 다는 ‘악플’

인터넷 매체 소속 연예 담당 기자 A씨는 “이제 댓글창이 아닌 유튜브나 SNS, DM 등 연예인들에게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기사 댓글 없앤 것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폐지 알림 이미지.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폐지 알림 이미지.

연예전문기자 B씨 역시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와 연예 쪽 기사에 댓글을 쓸 수 없게 됐지만 악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나의 ‘창구’가 사라진 것일 뿐”이라며 “커뮤니티, SNS와 유튜브를 통한 악플은 여전하다. 유튜브의 경우 타 플랫폼보다 익명성이 강해 악플이 몰리고, 자극적 콘텐츠도 더 많다”고 짚었다.

B씨는 “연예 기사 댓글창을 닫은 것이 악플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댓글이 사라지자 연예 매체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요즘 연예인들은 포털에 걸리는 연예매체보다 유튜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을 더 불안해 한다. 유튜브에선 보다 수위 높은 폭로가 나오고 악플의 정도도 심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연예부장’ 등으로 대표되는 몇몇 유튜브 채널들은 전지현 이혼설, 한예슬 남자친구 관련 이슈, 한예슬과 함께 가라오케에 갔다는 여성 배우 실명 공개 등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콘텐츠로 논란을 자초했다.

▲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실검 댓글 사라진 후 커뮤니티로 ‘여론 권력’ 쏠리다

연예전문지의 C 편집국장은 “실검과 연예 댓글이 없어진 후 오히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커뮤니티에 힘이 쏠려 편향적 여론이 더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C 편집국장은 “‘실검’과 연예 댓글이 사라지니 기자들이 기사거리를 커뮤니티에서 찾고, 기사 반응을 커뮤니티에서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고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몇 유저들이 좌표를 찍고 연예인을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며 “최근 연예인들의 사건이 터지는 발단은 커뮤니티 글인 경우가 많다. 여타 사건에서와 같이 연예인이 비판 받을 일도 있지만 억울한 사례도 있다. 억울한 유명인 사건의 경우 바로잡지 않으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일부 커뮤니티로 여론 권력이 쏠리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검과 댓글이 사라진 후 연예 기자들이 포털 상단에 노출되는 ‘많이 본 TV연예뉴스’를 중요시하게 됐고 이 때문에 어뷰징이 줄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포털 연예 뉴스 첫번째 창에서 보여지는 많이본 연예뉴스. 
▲포털 연예 뉴스 첫번째 창에서 보여지는 많이본 연예뉴스. 

연예전문기자 B씨는 “실검과 댓글이 사라지면서 연예 기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포털 상단으로 노출되는 10개의 연예 기사에 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기사가 10개에 뽑힐지 알 수 없고 관련 내용도 연예인의 SNS를 퍼온 글이라든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받아쓰기한 뉴스다. 혹은 연예인이 착용한 명품 이야기나 연예인이 사는 집이 어떤 곳인지 다루는, 기사 가치가 없는 내용이 많다”며 “물론 연예 댓글을 없애기 전 연예 매체들이 잘했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연예 댓글이 없어져 달라진 환경에서도 연예 매체 기사 질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예 매체서 범죄 사건 비판 기사 힘잃어

문제는 연예 매체가 보도하는 비판 기사 역시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전문기자 B씨는 “제일 큰 문제는 연예인의 범죄 사건 등 비판 기사를 썼을 때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연예 매체 비판을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됐다는 점”이라며 “연예 매체에서 비판 기사를 썼을 때 댓글이 있다면 독자들의 분노하는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지만, 이제는 관련 기사 제목만 포털 뉴스창에서 사라지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연예인)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는 매체에 입장을 주거나 다른 기사거리를 제공해 다른 제목으로 기사를 덮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어 “연예인과 연예인이 소속된 회사 입장에서는 연예댓글이 사라진 것이 당연히 좋다. 연예인과 소속사들은 평판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니 좋아할 수 밖에 없다”며 “연예 기사를 (댓글이 달리는) 포털 사회 섹션 등에 넣는 변칙 전송 문제도 계속 생기고 있고 연예 섹션만 댓글을 닫는 편의적 결정이 ‘정말 최선이었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진출처=gettyimagesbank. 
▲사진출처=gettyimagesbank. 

연예 매체, 유튜브·커뮤니티와의 차별성 보여야

그러나 실검이나 연예 기사 댓글을 폐지하지 전까지 지속돼온 어뷰징과 악플 문제 때문에 폐지 정책을 원 상태로 되돌릴 명분도 적은 상황이다. 

인터넷 매체 소속 연예 담당 기자 A씨는 “연예 댓글이 닫히고 커뮤니티 등에 힘이 쏠렸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수많은 연예 매체가 커뮤니티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하고,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어떻게 보면 언론 매체가 커뮤니티나 유튜브와는 무엇이 달랐는지 그 효용성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언론이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포털의 경우 이제 ‘카카오뷰’를 통해 기사만 특별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시물과 비슷하게 노출되도록 바뀌었다. 결국은 연예 ‘매체’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있어야 독자들이 다시 매체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로 이동한 여론의 무게중심을 다시 언론 기사로 옮겨오는 것은 기자들 몫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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