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유니콘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합니다.” 대통령 관련 부정 검색어가 사라져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유니콘의 서비스전략본부장인 배타미는 이렇게 답한다. 포털 업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첫 장면이다. 포털의 많은 이슈 가운데 ‘실검 논란’을 첫 장면에서 다룬 점은 이용자의 높은 관심을 방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포털 뉴스 이용자의 69.5%가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뉴스를 이용한다.

오는 25일, 16년 만에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가 사라진다. 2020년 2월 카카오의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돼 양대 포털의 실검 모두 사라지게 됐다. 급작스러운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간 네이버의 실검 개편 시기를 떠올리면 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둔 시기에 폐지한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네이버 ‘뉴스’ ‘댓글’과 더불어 ‘실검’은 항상 ‘논란’이라는 꼬리표와 함께였다. 

연예인 루머, 기업 마케팅, 황우석 구하기까지

“최신 시사 정보 및 화제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NHN)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의 관심과 사회 현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다음)

2005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과 다음측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도입 당시의 설명이다. 실검은 특정 시간 내에 입력한 횟수가 급증한 검색어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사업자들은 이용자를 위한 ‘정보 제공’ 성격을 강조했다. 포털이 부각하진 않았지만 ‘사업성’도 컸다. 실검을 첫 화면에 배치하면서 이용자에게 적극적인 검색을 유도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2007년 '낸시랭 실종'이라는 키워드가 마케팅 실검으로 활용됐다.
▲ 2007년 '낸시랭 실종'이라는 키워드가 마케팅 실검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2006년 1월 포털 실검에 ‘남희석 이혼’ 키워드가 올랐다.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이어 잇단 루머 키워드의 등장으로 ‘명예훼손성 실시간 검색어’가 논란이 됐다.

시장은 ‘마케팅 검색어’로 반응했다. 2007년 5월 ‘바나나에 넘어간 태희’ 키워드가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랐다. 당시 LG전자가 “바나나에 넘어간 태희를 쳐보세요” 문구를 내세워 마케팅한 결과였다. 이어 ‘낸시랭 실종’ 문구의 마케팅으로 ‘낸시랭’이 실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포털 ‘실검’이 ‘광고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지만 당시만 해도 ‘새로운 기법’이었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퀴즈를 만들어 검색을 유도한 다음 검색 결과를 광고 페이지로 연결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이어졌다.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논란의 역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논란의 역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마케팅 실검’은 기계적인 방법으로 인위적인 실검 올리기로 악용되기도 한다. 복수의 PC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깔아 특정 키워드를 동시에 검색하게 하는 방식으로 실검 조작 외에도 음원 차트 순위 띄우기, 소셜미디어 유명 계정에 광고성 콘텐츠 추천 늘리기 등이 이뤄진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집단행동형 실검’이다. 2007년 황우석 사건 당시 그의 지지자들은 ‘황우석의 진실’ 등 실검을 만들고 그를 옹호하는 게시글에 연동되도록 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명박 탄핵’ 실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포털에 조작 의혹을 제기한다. 2007년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네이버는 평정되었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과 맞물려 의심은 커져갔다.

2012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가운데 뜬 ‘안철수 룸살롱’ 실검은 정치권이 실검을 적극 견제하게 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당시 네이버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며 해명했고 실검 공개 검증 카드를 꺼내 논란을 해소하려 했다. 

이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를 만들었다. 네이버는 ‘개인정보 노출’ ‘명예훼손’ ‘불법·범죄’ ‘상업적·의도적 악용’ ‘성인·음란성’ 등의 문제가 있는 키워드는 실검에서 제외했는데, 이 과정 전반을 검증받은 것이다. 2018년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를 빼는 개편을 단행하면서 ‘실검’도 첫화면에서 빼는 등 ‘실검 힘빼기’에 나섰다.

‘조국 국면’ 실검 정치권 규제 논의로

2019년 9월5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네이버 본사에 항의 방문했다. 조국 전 장관 국면에서 친여 성향 누리꾼들이 양대 포털에 ‘조국 힘내세요’ 실검 올리기에 이어 ‘황교안 자녀장관상’ ‘나경원 자녀의혹’ 등 야당 지도부에 공세적인 실검을 올린 일이 발단이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설전을 벌였다.

나경원 : 실검이 조작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최근 여론조작을 하다가 오늘 우리가 방문한다고 하니 사라졌다. 네이버의 기준이 뭔가.

한성숙 : 기계적인 불법은 명확하게 판단하고, 본인이 명예훼손으로 요청하는 데 대한 (삭제) 기준을 갖고 있다. 다만 (문제제기한 경우는) 연예인 생일 축하 검색어 올리기나 마케팅적으로 올라오는 검색어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판단할지 쉽지 않다.

나경원 : (기계조작이 아니더라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명백한 거 아닌가.

▲ 2019년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에 항의 방문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에 항의 방문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당시 대화는 양측의 견해 차를 드러낸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매크로 조작 뿐 아니라 여론이 아닌데 여론처럼 보이게 만드는 ‘집단행동형 실검’ 자체를 ‘여론조작’으로 규정했다. 반면 한성숙 대표는 연예인 생일축하 실검도 같은 원리라며 규제할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맞섰다. 이날 공방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재현됐고 국민의힘은 ‘실검조작 금지법’ 입법을 추진한다. 20대 국회 막바지인 2020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가 ‘실검조작 금지법’에 잠정 합의하기에 이른다.

네이버는 지난 4일 실검 폐지를 발표하며 ‘다양화·세분화된 검색 패턴의 변화’가 이유라고 밝혔지만 흐름을 보면 정치권의 압박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조국 실검 논란’ 이후 네이버는 이용자마다 다른 실검이 보이는 방식의 개편을 단행해 다시 한번 ‘실검 힘빼기’에 나섰고, 입법 논의 직후인 2020년 총선 기간 때는 실검을 임시 중단했다. 이어 보궐 선거 기간을 앞두고 논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결국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모바일 첫 화면 뉴스 제외, 인공지능 뉴스배열 도입, 기사 댓글 배열 방식 언론사에 권한 부여, 그리고 잇단 실검 개편과 폐지까지. 한성숙 대표 체제는 일관되게 정치적 논란을 피해 여론형성 기능을 축소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한성숙 대표는 2018년 5월10일 기자회견에서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기술 플랫폼에서 답을 찾겠다”며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네이버는 외압의 피해자이기만 한 건 아니다. 신사업에 진출하는 IT기업으로서 정치적 논란을 피해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맞물렸을 가능성이 크다.

▲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현재의 네이버 모바일 실시간 검색어 화면.
▲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현재의 네이버 모바일 실시간 검색어 화면.

실검 폐지, 이용자 고민한 결과일까

실검은 태어날 땐 ‘이용자 편의’를 내세웠지만, 퇴출될 때는 정치권과 이해관계가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폐지가 최선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과정에 있다. 

여론은 어떨까. 2019년 10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한 결과 실검 폐지 응답이 47.4%, 유지 응답이 38.6%로 나타나. 오차범위(±4.4%p)에 걸쳤다. 같은 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폐지 찬성 의견이 46.7%로 ‘반대’(26.5%)보다 높았다. 반면 KISO가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는 이용자 63.7%가 ‘실검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 설계와 당시 쟁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상우 연세대 교수가 2019년 10월 8일~11일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실검에 5점 척도 평균 3.08점으로 비교적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긍정적인 면으로 ‘적시성’(최신정보제공) ‘유용성’(정보를 빠르게 쉽게 탐색) ‘즐거움’(검색 과정의 즐거움) ‘신뢰성’(믿을만한 정보의 제공) 등을 꼽았다. 서비스를 유의미하게 보는 이용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18년 5월 네이버뉴스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18년 5월 네이버뉴스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집단행동형 실검’이 ‘여론조작’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2014년 KISO는 ‘집단행동형 실검’을 노출 제외할지 논의한 적 있다. 그 결과 “여론 환기 등의 목적을 띤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종훈 당시 민중당 의원은 “실검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새로운 방식의 시위문화”라며 규제에 반대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센터 연구교수는 “‘실검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부작용만 있었는가’를 따져야 한다”며 “역기능이 컸지만 주요 현안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누리꾼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소인 측면도 있다. 악용 소지를 줄이고 순기능을 키우는 논의가 필요했지만, 이용자를 고려하기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성급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2020년 3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에 관심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실검에 올렸다.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실시간 검색어 총공(총공격의 줄임말)’에 나서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집단행동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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