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16일 오후 MBC ‘스트레이트’에서 공개된 김건희씨 발언 가운데 “보수는 돈을 챙겨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 후보)는 안희정 편” 등 표현 때문이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날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7시간 통화’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MBC가 공개한 녹취에는 두 사람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통화한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은 2019년 9월 수행비서 김지은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 형을 확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피해자 제압 충분” 안희정 징역 3년6개월 확정]

▲ 1월16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159회 ‘김건희 씨는 왜?’ 유튜브 방송 갈무리. 사진=MBC 스트레이트 유튜브 채널
▲ 1월16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159회 ‘김건희 씨는 왜?’ 유튜브 방송 갈무리. 사진=MBC 스트레이트 유튜브 채널

김지은씨는 1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씨는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 태도를 보았다”며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 사과하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달라”며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 밝혔다.

같은 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대선후보 배우자와 기자의 통화로서 공적 검증 대상”이라며 “(김건희씨 발언은) 미투 운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며 안 전 충남지사의 경우 형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성폭력특별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로 유죄 확정됐는데도 법의 판단도, 피해자의 분투도 부정하는 인식과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은 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 대한 서면 반론 요청서에서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는 김씨 발언 등이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보단은 “정확한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씨(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먼저 얘기를 꺼내어 여권 인사들의 권력형 성범죄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해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진보 인사들을 비판하고 이씨 발언에 호응해 주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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