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MBC 집단 항의방문’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할지 여부를 정식 안건으로 다룰 전망이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17일 열린 임시이사회 회의 끝무렵 “다수 이사들은 국민의힘 측이 MBC 사장과 보도본부장에게 USB를 주며 특정 프로그램에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은 방송과 편성의 자유 침해로 보일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며 “공식 의견을 표명할지는 안건을 제출해야 논의가 가능하니 추후 이사들이 따로 논의해 제출하시기로 (하자)”고 말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MBC 경영진 상반기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됐으나, 다수 이사가 이 자리에서 지난 14일 국민의힘 측의 항의방문과 대선 관련 보도 주문에 방문진 차원의 입장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해당 상임위 소속 초선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은 지난 14일 MBC를 찾아 ‘김건희 통화 녹음파일’ 보도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박성제 MBC 사장과 박준우 보도본부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중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 등이 지난 14일 MBC 상암본사 진입을 저지하려는 시민와 취재진 등 인파에 휩쓸리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중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 등이 지난 14일 MBC 상암본사 진입을 저지하려는 시민와 취재진 등 인파에 휩쓸리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윤능호 이사는 “지난 금요일(14일)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와 방송 관련 상임위 위원들이 집단으로 방문해 MBC ‘스트레이트’ 방송불가를 주장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며 “국회의원들이 USB에 특정 녹취파일을 들고 와 방송하라 요구한 건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4조를 정면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윤 이사는 “(MBC가) 상임위에 가서 국정감사를 받는데, 해당 상임위의 간사가 와서 그러는 게 (맞느냐)”며 “방문진은 MBC 경영 자율성과 방송 독립성을 견지하도록 보호할 책무가 있다. 강한 유감과 재발방지 요구를 공식 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강중묵 이사도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 하더라도 항의 절차는 여러 제도와 법으로 준비돼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자당에 불리한 기사로 보일 때 실력 행사 차원에서 방문해 (보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되겠다는 뜻은 분명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강 이사는 그러면서 “걸핏하면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BBK 의혹을 MBC가 검증했을 때도 국민의힘이 항의방문하고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고 했다”며 “대통령 맘에 안 든다고 민영화하겠다는 데에 방문진의 입장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도인 이사는 “국민의힘 측이 항의방문을 왔으면 박 사장과 보도본부장이 입장을 설명하면 되지 않나. 또 MBC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부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도치 않으신 것”이라고 했다. 김도인 이사는 “다수 이사들은 방송 경영진의 자율성을 지키는 것을 존립 근거로 여기는 반면 저는 MBC가 한 쪽 생각에 치우칠 때 다른 생각도 하도록 해주는 게 존립 근거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MBC '스트레이트' 16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 16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김도인 이사는 그러면서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의 관련 보도를 평하며 “사인 간의 대화를 MBC가 보도할 때 국가 안보나 국민의 알권리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냐”라며 “MBC가 할 일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김기중 이사는 이에 “보도 형식은 언론사가 판단할 문제이고 방문진이나 외부인이 관여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MBC의 보도에) 집회나 성명, 항의방문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과방위 야당 간사와 원내대표 등 구체적인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데 의견 표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석환 이사도 “MBC가 취재가 덜 됐고, 짚어야 할 부분을 못 짚은 것 같다”면서도 “이 부분(보도 여부)은 법원에서 판단한 부분이다. 보도 필요성이 인정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신서 감사도 의견을 냈다. 박 감사는 “국민의힘의 방문은 MBC의 독립성에 반하는 일인 만큼 방문진이 공식 절차를 거쳐서라도 입장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방송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각자 다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과방위 간사님께서 MBC에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에서 사장과 보도본부장을 항의 방문한 건 지난 번 헌재 결정에서 ‘간섭’이라고 본 유권해석에 충족하는 행위”라며 “방문진이 MBC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을 다 하도록 뒷받침하는 책무를 졌다는 점에서 상황을 우려스럽게 보는 데 이사들이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 9인 가운데 과반이 유감 표명에 동의한 가운데 MBC 대주주 이사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려면 안건 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차기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정식 발의돼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10시55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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