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솔로지옥’이 9일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5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순위 프로그램 플릭스페트롤 기준) 한국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오징어게임’, ‘D.P’ 등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적은 많았지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글로벌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사례는 처음이다. 스타PD들이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도 글로벌 순위 진입은 어려웠다.

특히 솔로지옥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일본·모로코·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1위에 랭크됐다. 미국에서는 7위,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권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솔로지옥은 커플이 돼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진 솔로들의 데이팅 리얼리티쇼다. 넷플릭스가 JTBC와 손잡고 제작한 예능으로, JTBC ‘트래블러’, ‘장르만 코미디’의 김재원 PD와 코미디언 부부의 사랑을 다룬 ‘1호가 될 순 없어’의 김나현 PD가 연출했다.

미디어오늘은 11일 열린 두 PD의 온라인 라운드 인터뷰 가운데 솔로지옥이 글로벌에서 ‘먹힌’ 이유를 정리해봤다.

1. 뭐니뭐니해도 핫한 출연진.

김나현 PD(이하 나현): “꼭 연예계와 관련 없는 일반인만 섭외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다. 자기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섭외하고 싶었다. 전통적인 한국적 데이팅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솔직함’을 내세운 데이팅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감정 변화가 빨랐다. 이 점 때문에 해외 팬들도 공감해주신 것 같다.”

김재원 PD(이하 재원): “모집 단계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을 많이 모았다. 출연진을 모아놓고 보니 감정에 솔직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해 자존감도 높더라. 외적인 매력도 넘치고. 이런 면을 다른 나라 시청자도 매력적으로 느낀 것 같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한 장면.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한 장면. 

2. 매력 ‘국가 대표’의 선전.

이날 라운드 인터뷰에선 솔로지옥 출연자 가운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송지아(유튜버 프리지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그를 섭외했느냐는 질문부터 송지아에게만 너무 큰 관심이 쏠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재원: “프로그램 섭외 당시 출연자들을 추천 받았는데 그 가운데 송지아가 있었다. ‘핫하다’고 해서 만나봤는데 실제로 정말 ‘핫’했다. ‘핫’이라는 말은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인데, ‘핫하다’를 인간으로 만들면 송지아가 아닐까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처음 넷플릭스와 제작할 때도 ‘핫한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송지아의 유튜브를 보면서 확신이 섰다. 그는 새로운 세대이며 우리가 못 봤던 세대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으며 그것을 자기 이야기와 적절히 녹여낼 줄도 알았다.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반응이 놀라우면서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만한 친구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현: “송지아와 다른 남자가 대화하는 모습을 편집하면서 한 말이 있다. 연애에 국가대표가 있다면 송지아라는 말.”

재원: “정확히는 ‘매력 올림픽이 있다면 송지아는 그 국가대표’라는 말이었다.”

▲'솔로지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출연진, 송지아. 
▲'솔로지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출연진, 송지아. 

3. 자막 최소화, 러닝타임 최소화.

나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막도 최소화했다.”

재원: “자막을 많이 쓰면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적 부분도 신경썼다. 해외 예능은 보통 한 편에 40~50분이었다. 한국 예능 한 편은 보통 80~90분이다. 긴 프로그램 시간이 진입장벽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이 때문에 짧게, 한 편에 60분 정도 생각했고 길어도 70분을 넘지 않게 편집했다. 편집 스타일 역시 매우 자제하면서 러브라인 장면이 아니면 많이 편집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만든 JTBC 김나현 PDd와 김재원 PD의 모습.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만든 JTBC 김나현 PDd와 김재원 PD의 모습. 

4.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나현: “우리(PD) 둘다 데이팅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최근 데이팅 프로그램들을 보면, 기본적인 포맷에 하나의 설정을 추가하는 형식들이 있었다. ‘환승연애’라든지 ‘돌싱글즈’가 그랬다. 그 프로만의 매력이 있는데 우리 프로의 경우 데이팅 프로그램의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분명한 콘셉트는 있지만 부가적 설정은 거둬내고 데이팅 프로그램의 ‘순정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튜닝을 덜 거친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여타의 설정을 지우고 무인도에서 핫한 연애를 나누는 것이 중점인 솔로지옥. 
▲여타의 설정을 지우고 무인도에서 핫한 연애를 나누는 것이 중점인 솔로지옥. 

5. 넉넉한 제작 기간과 폭넓은 표현의 자유.

미디어오늘은 두 PD에게 ‘종합편성채널에서의 제작 경험과 넷플릭스 제작 경험의 장단점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나현: “PD로서 느꼈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작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는 것. 이전에는 위클리 방송을 해왔는데, 매주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퀄리티적인 면에서 연출자로서 포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늘 아쉬웠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여름에 찍어서 겨울에 론칭했다. 후반 작업을 공들여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PD로서 굉장히 호사스러운 경험이었다.”

재원: “넷플릭스는 표현의 자유에 열려 있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개의치 않았고 제작 규모 역시 자유로웠다. PD로서 꿈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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