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관찰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의 시작은 개그맨 박미선씨가 “개그맨 부부는 이혼을 안 한다”, “다들 개그맨 이혼 1호가 되기 싫어한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개그맨 부부는 16쌍이었는데 첫 커플인 최양락‧팽현숙씨를 비롯해 지난 32년 동안 아직 이혼한 부부는 없다. 그래서 시작한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혼 1호’를 피하려는 개그맨 부부들의 황당한 러브 스토리다. 

인기 개그맨 박미선씨와 장도연씨가 MC를 맡았다. 개그맨 부부로는 최양락‧팽현숙, 박준형‧김지혜, 강재준‧이은형 커플이 출연한다. 진행자와 모든 출연진이 개그맨이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짤’을 만들어내고, 닐슨코리아 기준 첫 방송(5월20일) 시청률 3.2%를 찍고 순항 중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1호가 될 순 없어’를 공동 연출하고 있는 유기환‧김나현 PD를 만났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홈페이지.
▲JTBC '1호가 될 순 없어' 홈페이지.

유기환 PD는 박준형‧김지혜 커플의 촬영을 맡고 있고, 최양락‧팽현숙 커플 촬영은 김나현 PD 몫이다. 2주에 한 번씩 각 부부의 집에 가서 촬영한다. 보통 아침 9시에 시작해 밤까지 진행되니, 12시간을 훌쩍 넘도록 함께 있는 셈이다. 보통 PD들은 출연자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숨어서’ 지켜본다. PD들은 ‘숨은 촬영’에도 때때로 웃음을 못 참아 촬영 현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김나현 PD는 “현장에서 다 같이 조용히 웃으라고 할 정도”라며 “서로 너무 크게 웃는다고 핀잔을 줄 정도로 ‘빵빵’ 터진다”고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기환 PD 역시 “현장뿐 아니라 촬영 편집본을 스튜디오에서 틀었을 때도, 개그맨들이 8명이나 되니 오디오가 끊기질 않는다”며 “첫 녹화 때부터 ‘우리 방송 재밌겠구나’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고 말했다. 

유 PD의 첫 느낌처럼 시청률은 첫 화부터 3.2%를 기록했다. 최근 PD들 사이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3%를 찍으면 성공이다. 박준형‧김지혜 커플이 사랑을 나누려고 ‘부부 예약제’를 한다는 수위 높은 개그가 터져 인터넷 화제성도 높았다. 황당할 정도로 싸웠다가 다시 푸는 최양락‧팽현숙 커플은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본떠 ‘팽락의 세계’를 선보인다. 막내 커플인 강재준‧이은형은 끊임없는 ‘먹방’으로 그들의 일상을 드러낸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첫 화 시청률은 기대 이상이었다. 첫 화가 수도권 기준 4.3%, 전국 기준 3%였다. 굉장히 기뻤다. 최근엔 그보다 떨어진 수치지만 꾸준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짤이나 유튜브 조회 수가 높아 긍정적이다.”(유기환 PD)

관찰 예능에 따라붙는, ‘리얼이냐 대본이냐’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박준형씨가 매일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강재준씨가 일어나자마자 음식을 먹는 상황, 팽현숙씨가 갑자기 욕을 하거나 눈물을 쏟는 장면 등에 ‘이게 진짜냐’는 궁금증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작가들이 커플들과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한다. 오늘은 뭘 하느냐, 애들과는 뭘 하느냐 계속 묻는다. 이런 식으로 부부의 일상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억지로 무얼 시키거나 하진 않다. 예를 들어 김지혜씨가 ‘이번엔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한다’고 하면 ‘그럼 이번주엔 그 내용으로 해볼까요’하는 식이다. 어쨌든 예능 프로그램이니 ‘100% 리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는 대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촬영을 가면 박준형씨는 설거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유 PD)

“사실 팽현숙 선배님의 경우 방송에도 나왔듯 갱년기 진단을 받기도 했고 감정 표현이 매우 솔직하다. 팽 선배님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때 눈물을 보이고 욕을 하시는데, 오히려 대본이라면 그렇게 표현할 수 없다. 제작진도 당황했을 정도다.”(김 PD)
“대본이었다면 연기대상을 받았을 거라는 말도 있었다.(웃음)”(유 PD)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JTBC '1호가 될 순 없어' 갈무리.

커플들의 ‘콩트식 대화’도 대본 아니냐는 말을 불렀다. 유 PD는 “개그맨들은 시도 때도 없이 웃기고 싶어 하고, 상황극을 하고 싶어 한다. 콩트가 몸에 밴 것”이라고 했다. 

“최양락 선배님은 카메라가 없을 때 더 웃기다. 가끔 ‘저렇게 끊임없이 웃기려면 힘들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들의 삶에서 그게 참 즐거워 보였다. ‘뼈그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김 PD)

개그맨 부부들은 정말 ‘1호가 될 수 없어’서 이혼하지 않는 것일까. 개그맨 부부들이 ‘웃음 코드’가 잘 맞기 때문에 금실이 좋다는 게 PD들의 분석이다. 

김 PD는 “심각한 싸움을 하다가도, 웃음이 터지면 갑자기 풀어진다. 팽 선배가 캠핑에 대한 로망이 매우 컸는데 최양락 선배가 준비한 캠핑카에 실망해 화를 내다가도, 갑자기 웃긴 포인트가 있으면 빵 터지며 싸움이 수그러들었다. 싸움이 커지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유 PD 역시 “보통 심각한 싸움을 할 때 장난을 걸면 ‘아니 지금 장난해?’라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들은 ‘웃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가 웃기면 ‘리스펙’(respect, 존경)하는 거다. 웃음만 바라보고 산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화가 났지만, 웃겼으니 됐다는 것. 개그맨들의 삶이다. 

▲6월25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유기환, 김나현 PD를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6월25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1호가 될 순 없어' 공동연출을 맡은 유기환, 김나현 PD를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PD들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웃음’이 그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유 PD는 “웃긴 일상들 안에 숨겨진 삶들, 예를 들어 박준형씨가 분장을 하면서 ‘이 개그로 딸들을 먹여 살렸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떤 애환이 담겨 있었다”며 “그들의 웃음 속 삶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커플’이라는 소재는 계속될 예정이다. 지금은 MC를 맡고 있는 박미선씨 커플 이야기도 시청자들의 큰 관심사다. 김 PD는 “(박미선 부부는) 가장 모시고 싶은 부부 중 한 쌍이다. 우선 초기 설정이 박미선씨가 MC이기 때문에 이들 부부 이야기는 나중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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