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외전’ 작가와 광주MBC 아나운서가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무늬만 프리랜서’들에 대한 노동자성 요구가 높아지는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개인의 싸움에만 맡기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을 위한 공동진정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MBC ‘뉴스외전’에서 일하다 구두로 해고 통보받았다고 밝힌 작가 두 명 중 한 명도 함께 섰다.

‘뉴스외전’의 주간뉴스팀에서 일해온 작가들은 지난달 30일 MBC로부터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았다. 작가들은 취재, 섭외, 대본·자막 작성 외에 출연자 의전부터 출연료 정산까지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업무를 요구 받았고, 정규직 기자들 지시에 따라 고정적인 일정·장소에 맞춰 일해왔다. 방송작가유니온은 현재 지상파 근로감독 중인 노동부가 ‘뉴스외전’을 노동자성 인정 여지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판단했지만, MBC는 근로계약 체결이 아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노동부가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들은 MBC가 통보한 ‘계약만료일’과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도 ‘뉴스외전’ 업무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년차 작가 김아무개씨는 최근 ‘뉴스외전’에서 전태일 열사를 다룬 영화 ‘태일이’ 인터뷰 아이템을 맡았던 일을 회고했다. “‘전태일 열사의 삶이 아직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를 사람으로 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합리적인 기자들이 오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그만둔다는 후배들도 다독여가면서 일해왔다. 그랬더니 해고를 하더라”며 “어렵지만 한 번 싸워보려고 나왔다. 끝까지 싸워볼 테니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MBC에서 일해온 김아무개 아나운서도 공동진정에 참여했다. 앞서 채용절차를 거친 김 아나운서는 처음에 전속계약을 맺어 고정급을 받으며 일했지만, 2017년부터 담당 프로그램별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과거 다른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받은 광주MBC가 해당 아나운서를 계약해지한 뒤 이 같은 방침을 취했다는 것. 그러나 업무는 담당PD의 구체적 지시를 거부할 수 없고 주말 당직, 새벽 근무 등도 도맡는 형태로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프리랜서’이기에 휴가는 없었다. 방송작가유니온·권리찾기유니온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친 당사자에게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이 강요됐다고 지적한다.

김 아나운서는 입장문을 통해 누구도 계약해지, 통보 등을 정식으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참 열심히 일했다. 회사 내 어느 아나운서보다도 더 많은 방송을 진행했고 휴가철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의 모든 TV, 라디오 뉴스를 진행해 ‘저 회사에는 아나운서가 저 사람 밖에 없냐’ 할 정도였다”며 “정당한 투쟁이 두려워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썩었고, 선배들은 공고한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비겁한 선배가 되지 않으려 이 길을 간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방송사 프리랜서의 노동자성 인정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그간 방송 비정규직 분들의 노동자성 인정 판정이 이어졌다. 어제는 법원이 YTN에서 수년간 프리랜서로 위장돼 일했던 디자인팀 12명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이런 연이은 판결에 대해 자본이, 방송사들이 비열하고 비상식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법이 인정하는 노동자에 대해 일거에 근로계약하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명백히 노동자가 맞다고 판단한 이들에 대해서라도 마땅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MBC는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여러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상파 근로감독을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가 1차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노무사는 “개별 노동자가 법적으로 근로자 이름을 얻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똑똑히 확인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근로감독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송사 내부의 노동 문제에 구성원들 관심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방송사는 프로그램별로 사업비를 내리고 사람을 많이 쓰기에 비정규직이 많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분들 대부분이 민주노총 조합원분들”이라며 “언론사, 방송사에서 일하는 조합원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3.3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지민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문에서 “모든 방송사에서 코로나 시대 직격탄을 맞은 노동 현장에 대해 보도하고 취재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명하지 않는 단 하나의 성역은 바로 방송사”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방송작가, 아나운서, 리포터, PD, AD, FD, CG디자이너, 수많은 이름의 비정규직과 ‘가짜 3.3노동자’(근로계약 대신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로 계약한 이들)들이 방송을 만들고 있다. 방송 전파가 우리 사회를 밝히는 진정한 빛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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