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상파 방송3사의 보도·시사교양 담당 방송작가 152명의 노동자성을 공식 확인했다. 노동부가 지난 4월27일부터 이들 방송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다. 방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상파 방송3사 조사가 완료된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조사한 작가의 41.9%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방송사 별로는 KBS의 경우 167명 중 70명(41.9%), MBC는 69명 중 33명(47.8%), SBS는 127명 중 49명(38.6%)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됐다.

노동부는 “근로자로 판단된 방송작가들은 위탁계약에 따른 원고 집필 업무 외에 사측의 요청으로 다른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방송사로부터 방송 소재 선정 및 원고 내용의 수정 등에 관한 지시를 받는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그 밖에 방송사 직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자료조사, 출연자 섭외 지원, 행정비용 처리 등 일반적인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사들은 방송작가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실제 작가들은 연출 PD나 기자들과 함께 방송사 지시에 따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방송 기획과 제작, 송출 과정에 필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에 방송사들이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악용해 작가들을 노동법 보호에서 배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지난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주요 방송사를 대상으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이에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해 방송작가 개별 면담과 설문조사, 사측과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고, 대법원 판례상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판단 기준에 따라 노동자성 여부를 판단했다.

노동부는 30일 중 각 방송사에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작가들에 대해 고용계약을 체결하라는 시정지시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시정지시를 내리면 이들 방송사에는 작가들을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방송사로부터 해고(계약 해지·종료) 또는 해고 통보를 받은 작가들에 대한 구제 조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MBC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과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실화탐사대에서 일하던 방송작가 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 중 뉴스외전 작가 2명은 이번 근로감독에서 노동자성 인정 대상에 최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뉴스외전 작가들의 경우 앞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진정 절차가 남아 있으며, 계약 해지나 종료가 있었던 경우 (노동자 측) 이의제기가 들어오면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체신청을 통한 절차를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한 방송작가유니온의 김한별 지부장은 이번 결과에 “노동자성 인정 소식은 고무적이지만 당초 노동부가 밝혔던 조사 대상자에 비해 조사가 실시된 작가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본래 노동부가 밝혔던 조사 대상자는 414명이었으나 이번에 조사를 완료한 작가는 363명인 만큼 미완이라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또 “노동부가 이번 근로감독에서 노동자성을 인정 받았지만 방송사에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구제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MBC뿐 아니라 KBS, SBS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많았을 것으로 본다.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친구들은 3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미 방송사를 나간 작가들을 보호할 시정명령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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