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개정되는 교육과정 총론을 통해 학교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정현선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은 구체적인 교육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1월 24일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공개했다. 교육과정은 총론을 통해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다음 이후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교과 내용을 비롯한 각론을 만드는 방식으로 현재는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는 총론만 제시된 상황이다.

정현선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국어교육과 교수)은 지난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의 일환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미디어교육 거버넌스’ 세미나에서 총론을 분석하고 쟁점을 소개했다.

▲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총론 속 ‘비전’과 주요 추진과제를 보면 ‘디지털 전환과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함양과 학습자 맞춤형 교육’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 교과 교육과정 개발’ ‘디지털기반 교수학습 혁신’ 등 디지털과 관련한 표현들이 있다. 정현선 교수는 “이들 내용은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선 교수는 “‘기초소양’ 항목 가운데 ‘언어소양’과 ‘디지털 소양’ 두 가지 측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총론에 따르면 ‘언어 소양’은 ‘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호, 양식, 매체 등을 활용한 텍스트를 대상 목적,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생산 공유,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구성원과 소통하고 참여하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소양’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 활용하는 능력’이다.

▲ 개정 교육과정 총론 '기초소양' 대목. '언어소양'과 '디지털 소양' 내용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 있다.
▲ 개정 교육과정 총론 '기초소양' 대목. '언어소양'과 '디지털 소양' 내용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 있다.

또한 민주시민교육 항목에선 내용 요소로 문화 다양성, 사회적 공감과 의사소통 등 항목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가 명시돼 있다. 정현선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의 내용 기준안은 모든 교과와 연계해 개발하는데 내용 요소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명시적으로 들어갔다”며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 교과를 만들면서 반영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총론에 관련 내용이 명시된 상황이기에 향후 ‘선택 교과’ 지정 또는 기존 교과에 연계된 특화 단원 등에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이 수록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정현선 교수의 발제 모습.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캡처
▲ 정현선 교수의 발제 모습.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캡처

정현선 교수는 “큰 발판은 만들어졌는데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총론이) 전반적으로는 디지털AI 소양이 크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 교육 요소 가운데 AI교육 등 기술·산업 친화적 교육 요소가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현선 교수는 “담론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디지털 기초 소양이라고 돼 있는데, 이 부문 교육이 미디어 리터러시 접근 역량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어 개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선 교수는 “언어 사용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 등에서 쓰는 표현들을 보면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문해력, 미디어 소양, 미디어 역량 등 표현이 다양하고 국립국어원은 매체이해력이라는 순화어를 만든 바가 있다. 교육 과정에는 반드시 번역해 쓰게 돼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표현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토론을 맡은 옥현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매체 이해’로 순화되는 순간 수용의 측면만 드러나고 생산 측면이 사라지게 된다”며 “1인 미디어 시대에 생산 측면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말로 순화해야 한다면 어떤 용어를 쓸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옥현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뉴스 콘텐츠 뿐 아니라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 전반에 연관된 개념”이라며 “여러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과 이로 인해 생겨난 소통의 문화도 관련이 있는데 내용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공급자 관점에서 논의하는 게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용어설명]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미디어 내용의 편향 등 전반의 문제를 파악하고, 숨은 이해관계와 의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활용·제작하는 교육을 말한다. 언론 왜곡 보도, 허위정보, 뒷광고(기만적 광고), 혐오표현 등 오늘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미디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이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는 일부 교사들이 기존 교과와 연계하거나,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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