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첫째,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선 팩트체크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 권위자인 마이클 데주아니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가 지난 달 3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저널리즘 주간 미디어 교육 세션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비대면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했으며, 호주의 미디어 리터러시 현황과 과제를 전한 뒤 한국을 위한 제언도 했다.

마이클 교수는 “주로 디지털 플랫폼의 잘못된 정보가 증가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고 방지하는 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기에도 접점이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모든 미디어에 비평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성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 마이클 데주아니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마이클 데주아니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팩트체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부이긴 하지만, 전체인 것처럼 여겨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을 ‘모든 형태의 미디어를 비평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뉴스와 정보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예능이나 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차별’ 요소 등을 조명하는 것과 소셜 미디어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권한 통제 등을 포함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마이클 교수는 “또한 미디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를 옹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규제’와 ‘정책’도 공존해야 한다”며 “성공적 미디어 환경을 위해 정부와 민간, 시민의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한다. 미디어 기업이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교육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마이클 교수는 △ 미디어 리터러시를 단기 정책으로 보지 않을 것 △ 양질의 연구를 진행할 것 △ 청년, 주민 등과 대화를 통해 실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할 것 △ 방송사,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에 위원회를 설치해 전국 단위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고민할 것 등을 제안했다.

▲ 마이클 데주아니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마이클 데주아니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호주 ‘취약계층’ 미디어 위협 컸다

이날 마이클 교수는 호주에서 351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전국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는 호주 원주민과 문화적·언어적 측면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포함했고, 이를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아랍어, 한국어로도 설문지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 호주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낮게 나타났다. 마이클 교수는 “대부분의 호주 시민들이 자신의 미디어 역량을 낮게 평가하는 걸로 나타났다”며 “검색 등 활동에서는 역량이 높다고 하였으나 비평적 사고 영역에는 낮은 자신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4개 ‘미디어 활동’ 가운데 9개가 ‘매우 중요’하거나 ‘극도로 중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에서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내가 소비한 매체에 비평적 사고를 갖는 법’(69%),  ‘잘못된 정보를 인식하고 예방하는 것’(67%) 등도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나는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를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답은 39%에 불과했다. SNS 플랫폼의 약관을 이해하고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고 있다는 응답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마이클 교수는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전체 구성원들에게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호주 성인 가운데 지방에 거주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연령대가 높거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호주 원주민이거나, 소득이 낮은 경우 신기술 참여에 관심이 적었고 그들의 미디어 역량도 낮았다”고 했다.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그는 결론부에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하며 “미디어 리터러시는 모든 호주인에게 필요하지만 그 위험이 가장 큰 대상자를 우선 대상으로 해야 한다. 저소득층,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 원주민, 다문화와 다언어, 장애인 등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이클 교수는 “호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언급이 될 때는 주로 정보와 미디어에 초점을 맞추지만 응답자들은 (예능,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게 돕고, 뉴스나 다큐 만큼 세상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준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응답의 의미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호주 성인들의 세계관과 정체성 형성에 영향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런 결과가 상기하는 건 뉴스와 정보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제한적일 수 있고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현황에 대한 조사도 있었다. 호주인 5명 중 4명은 아이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학교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클 교수는 “성인 14%만이 초등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고 22%는 중등, 25%는 3차 교육에서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