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8000억 원의 콘텐츠 투자 비용이 잡혀 있다. 향후 5년 동안 5조 원 규모 이상 콘텐츠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지난 6월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콘텐츠 투자액이다.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넷플릭스 규모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공격적 투자와 콘텐츠 제작에 개입하지 않는 기조로 ‘킹덤’, ‘오징어 게임’ 등 세계적 히트작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다.  

CJ ENM 역시 공격적 콘텐츠 투자로 오지지널 콘텐츠들을 연일 히트시키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 공개 후 이런 평가는 더 두드러졌다. 3분기 영업이익 중 미디어 부문 매출이 눈에 띈다.

지난 4일 공시에 따르면, CJ ENM 3분기 매출은 8575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878억 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미디어 부문 매출은 4428억 원, 영업이익은 642억 원이다. 미디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9.4% 증가한 수치다. CJ ENM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기반한 TV광고 및 디지털 매출이 확대되고 음악 콘텐츠 중심 성장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CJ ENM 로고.
▲CJ ENM 로고.

tvN 콘텐츠 가운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와 ‘갯마을 차차차’가 시청률 호조를 보였다. TV광고와 콘텐츠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2.9%, 33.3% 늘어났다.

‘환승연애’ 등 OTT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약진

특히 OTT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약진도 두드러졌다. ‘환승연애’ 등을 탄생시켜 유료가입자가 직전 동기 대비 37.8% 급증했다. 환승연애는 네 커플을 모아 이전 연인과 재회하느냐, 새 인연을 찾느냐를 선택하게 하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연인과의 재회와 헤어짐을 다루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티빙’의 경우 환승연애 외에도 4분기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도녀’는 웹툰 원작으로 3, 4회 공개 이후 티빙의 유료가입자 기여 수치가 4배 뛰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이 SNS에 공유되면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들. 환승연애,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왼쪽부터)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들. 환승연애,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왼쪽부터)

앞서 지난달 20일 티빙 1주년을 맞아 열린 ‘티빙 커넥트 2021’행사에서 티빙 측은 독립 출범 후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올해 25개의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날 티빙 측은 1만6000여 개의 티빙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독립 출범 전인 지난해 9월 대비 누적 유료가입자 수가 3배 이상 증가(증가율 206%)했고,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 건수도 약 3.5배 이상 증가(251%)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티빙을 1회 이상 방문한 고객(UV) 증가율은 99%를 기록했으며 올해 8월 기준(닐슨미디어 코리아 디지털미디어본부(코리안클릭) 조사) 국내 주요 OTT 5개사 중 티빙이 모바일앱 UV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스우파’ 히트 이후 4분기 공연매출도 기대 중

음악 부문 콘텐츠와 매출도 두드러졌다. 음악 매출은 658억 원, 영업이익은 109억 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한 것이고 영업이익은 210.7% 증가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쇼미더 머니’에서 발매된 OST가 이익을 가져왔다. 4분기에는 Mnet 인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전국투어가 열리며 라이브 매출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CJ ENM은 3분기 영업이익을 공시하며 “디지털 사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며 해외 메이저 콘텐츠 사업자와의 공동 제작을 늘려 글로벌 성장 또한 가속화할 것”이라 밝혔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출연진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출연진들. 

지난 4일 스튜디오드래곤(CJ ENM 자회사) 실적 발표에서 강철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는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초 애플TV+ 시리즈 오더에 성공하며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US, 디즈니+ 등 글로벌 메이저 OTT와의 협업을 추가적으로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일본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넓히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CJ ENM 콘텐츠는 다양한 OTT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콘텐츠, 국내선 경쟁자 전무”

CJ ENM 콘텐츠를 통한 약진은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하나금융투자는 CJ ENM에 대해 미디어와 음악 부문의 높은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TV광고의 강한 반등과 티빙의 고성장, 전략적 파트너를 통한 해외 진출까지 긍정적”이라며 “언론 보도대로 SM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티빙의 고성장과 해외진출이 이뤄진다면 미디어 사업부 영업가치는 더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SBS가 가진 콘텐츠 가치는 유튜브에서 찾았었다. CJ ENM의 미디어커머스 전략은 TV보다 디어유, 티빙으로 중심축을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Mnet ‘쇼미더머니10’의 경우 방송 5회만에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Mnet ‘쇼미더머니10’의 경우 방송 5회만에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CJ ENM은 방송, 음악,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자본을 투입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CJ처럼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라며 “CJ는 마치 눈덩이를 굴리는 것처럼 히트 콘텐츠들을 시즌제로 확대하면서 계속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티빙의 경우 해외 OTT를 제외하고는 국내 OTT 중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성 평론가는 “콘텐츠 시장이 커졌다고 해서 콘텐츠가 다양해졌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CJ ENM이 주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면 음악을 소개할 마당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소위 ‘팔리는 프로그램’들이 문화를 획일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