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국가기관의 정부광고 집행 내역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부분공개)한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환영 입장을 냈다. 이번 판결로 정부광고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올라갈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앞서 두 단체는 정부광고 집행을 독점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2020년 10월 정보공개 일부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측 소송 대리인 박지환 변호사는 “정부광고 집행 세부내역 정보는 국가 예산 집행 내역으로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고, 추후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ABC협회의 부수공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언론계는 정부광고집행 기준이 될 대체지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집행기준만큼 중요한 것이 집행결과다. 집행결과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없다면 기준을 세우는 일은 사실 무의미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1심 판결 결과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된 정부광고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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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5일 “지난해 지역신문노조협의회에서 중앙지와 특정 보수지‧경제지에 정부광고가 쏠려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내역을 일부만 공개해왔는데 우리는 부처별로, 어떤 매체에, 얼마나 집행했는지를 알고 싶었다”며 이번 1심 결과를 환영했다. 

정보공개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정부광고 집행이 언론사와 정부광고주의 ‘부적절한 결탁’을 부추겼다. 이러한 행태가 결과적으로 언론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문제로 확장됐다. 그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는 절박함에 이번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한 뒤 “공공의 이익 추구가 아닌 특정 세력을 편드는 일에 몰두하는 언론에 대한 정부광고 편중을 더 이상 묵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은 공공기관의 예산 내역을 알 권리가 있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예산이 투입되는 대상이 언론사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못한다. 당위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지난해 정부광고는 총 1조893억원 규모다. 국내 광고시장의 9% 수준이다.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에는 2256억원의 정부광고를 집행했다. 기관별로는 지방행정기관 42.5%, 공공기관 33.1%, 정부부처 등 국가행정기관 14.6% 순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번 판결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공공기관의 광고집행 내역(기관명‧언론사‧광고비 등)을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와 언론노조는 향후 공개될 자료를 분석해 공정한 정부광고 집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언론재단측은 5일 “판결문 내용을 보고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 밝혔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기사형 정부광고’가 신문법‧정부광고법 위반이라 지적하며 정부광고집행내역 전체 공개를 요구했고, 황희 문체부 장관은 “저는 공개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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