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ABC협회 유료부수를 대체해 언론의 신뢰성을 정부 광고 집행 지표로 포함하는 새 정부광고 운영체계를 확정했다. 신뢰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방향성이 확정된 것으로, 언론계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지금껏 영향력이 없었던 언론자율규제기구 심의와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도 앞으로는 언론사들이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8일 불신의 늪에 빠진 유료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지난 달 정부광고법 시행령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명시된 ABC부수공사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문체부는 오늘(1일)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에서 “정부 광고 개선지표는 정부광고법 제정 취지인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정부광고법 제1조)을 감안해 핵심지표(효과성‧신뢰성)와 기본지표로 구성했다”며 새로운 정부광고 집행체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정부광고 규모는 1조893억원이다.

정부광고 핵심 지표는 효과성 측면에서의 이용률과 신뢰성 측면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5만명의 국민을 상대로 신문 잡지 이용조사를 진행했고 결과가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열독률을 올리기 위해 일부 신문사의 경우 지하철역과 주유소 등에 무료로 신문을 배포했다. 사회적 책임은 언론중재위원회 직권 조정(정정보도 등) 및 시정 권고 건수, 신문윤리위원회 및 광고자율심의기구 주의‧경고 건수, 개별 매체사의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12월 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12월 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새로운 정부광고 집행지표. ⓒ문화체육관광부
▲새로운 정부광고 집행지표. ⓒ문화체육관광부

핵심지표와 더불어 기본 지표도 설정했다. 매체사의 정상발행 여부, 관련 법령위반 여부, 제세 납부 여부, 직원의 4대 보험 가입‧완납 여부 등 4개 분야로 구성된다. 여기서 관련 법령은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등 언론관계법과 근로기준법이다. 앞서 문체부가 설명회 당시 내놓았던 계획안에서 참고지표였던 대목들이 기본 지표로 바뀐 것으로, 참고지표에 포함되어 있던 포털 제휴 여부는 최종안에서 삭제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제외 의견이 높았던 결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GOAD)을 개편해 2022년 1월1일부터 정부 기관 등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1월 10일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지표는 인쇄 매체부터 적용하고, 방송 등 기타 매체는 2023년부터 적용한다. 개선지표는 정부광고주가 지표별 반영비율을 맞춤 설정해 광고매체 선정 시 1차 기준으로 활용하거나, 광고 특성에 따라 최적의 매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언론재단이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표별 반영비율은 총합 100%(100점) 내에서 자율 설정이 가능하고 기본 지표는 가‧감점 자율 설정이 가능하다.

다만 “비율은 광고주가 자율 설정하되 일반적 광고캠페인의 경우 지표별 의미와 배점을 감안해, 효과성>사회적 책임>기본지표 순으로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문체부가 내놓은 예시를 보면 열독률 비중은 100점 만점에 60점(60%)으로, 1~5구간으로 나눠 1구간은 60점, 2구간부터는 5점씩 떨어져 5구간에선 40점을 받게 했다. 지역신문의 경우 우선지원대상사인 경우 열독률 구간을 1단계 상향한다.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정정보도)과 시정권고의 경우 0건~1건은 20점, 2건은 17점, 3건 이상은 14점이다. 신문윤리위 서약 참여 여부는 6점, 미참여는 4점을 준다. 신문윤리위 심의 결과 주의‧경고 건수는 0건~1건일 때 4점, 2건~24건이면 3점, 25건 이상이면 2점이다.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 결과는 주의‧경고가 0건~14건이면 4점, 15건~58건이면 3점, 59건 이상이면 2점이다. 아직 심의대상이 아닌 언론사에는 우선 3점을 주고 추후 심의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정상 운영하는 경우엔 3점을 주고, 미설치한 경우엔 2점을 준다.

▲황희 문체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문체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이날 “20~30대 청년층이 핵심 타깃인 정부 정책의 경우 전체 열독률이 아닌 해당 연령의 열독률을 활용해 청년층의 주 이용 매체를 집중 선택해 홍보를 진행하거나 특정 지역 광고를 집행하고자 할 경우엔 해당 지역의 이용률을 분석하고 지역에 특화된 매치를 맞춤형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광고주가 열독률을 100% 비율로 설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신뢰성 지표를 100%로 둘 수도 있다. 지표를 얼마나 활용할지는 광고주가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정부가 편집위원회 설치를 몰아가고 있다”며 편집위원회가 핵심 지표에 포함된 것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정부 광고 집행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정부 광고 개선지표를 통해 정부 광고주들이 합리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광고주와 광고 내용‧매체명‧게재일 등 정부 광고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지표 개선과 집행 내역 공개를 통해 정부 광고 제도가 국민의 관점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정부 광고가 불투명하게 특정 매체로 쏠린다는 비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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