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와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건당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주고받으며 신문 지면에 게재하는 정부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독자를 속이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광고 업무를 독점 수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기사형 정부 광고’에 대해 아무런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의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22일 조선일보는 1개면을 털어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인터뷰를 실었다. 기사 하단 구석에 ‘공동기획:조선일보‧국립암센터’란 문구가 들어갔다. 평범한 인터뷰 기사처럼 보이지만 조선일보가 국립암센터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 게재했다. 돈 받고 쓴 기사라는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2월4일 중앙일보는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의 기고를 게재했다. 평범한 기고처럼 보였지만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중앙일보에 1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정부 광고’다. 역시 기고 어디에도 ‘돈 받고 실은 기고’라는 표시는 없다. 

지난해 12월17일 동아일보는 ‘공동기획:농림축산식품부’라는 문구를 넣고 1개면을 털어 기획기사를 실었다. 확인 결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이 기사에 2730만원을 지불했다. 일종의 ‘차명정부광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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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2일자 조선일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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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17일자 동아일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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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2일 매일경제 지면. 

지난해 12월2일 매일경제는 부산 엑스포와 관련한 2건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회 분량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협찬기획기사)’명목으로 4500만원의 광고비를 지불해 쓰여졌다. 언론재단은 이 기사를 정부 광고로 분류했다. 역시 기사 어디에도 ‘공동기획’은 물론 협찬을 받았다는 표시조차 없다. 

언론재단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으로 정부광고를 의뢰받을 때 기사형 광고인지, 일반 광고 형태인지 확인하지 않는다. 기사형 정부광고 형태는 돈을 준 기관 이름과 함께 ‘공동기획’이라는 글자는 넣는 식이다. 독자 눈에는 기사로 보이지만, 실상은 돈 받고 쓴 광고라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기사형 정부광고는 일반 기사형광고와 달리 세금이 투여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적지 않다. 

신문법 제6조3항에 의하면 ‘신문‧인터넷신문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태료 조항을 없애면서 사문화됐다. 

정부광고법 제9조에선 ‘정부기관등은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홍보매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어떤 홍보형태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법행위가 관행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은 박근혜정부 고용노동부의 턴키홍보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김의겸 의원실은 “현재 관행처럼 이뤄지는 기사형 정부광고의 경우 이 모든 법을 위반했거나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사형 광고에 대해 돈을 받고 작성된 기사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기사와 광고를 확실하게 분리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 광고에 있어서는 정부 정책의 왜곡을 막고, 공공기관들이 국민이 아닌 언론에만 잘 보이려 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법‧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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