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을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은 마치 욕조에서 스피드 보트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나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영화는 대형 스크린의 경험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 ‘듄’(Dune)의 감독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가 지난 8월 영국 영화 잡지 ‘토털 필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의 적은 팬데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Dune2 is not a sure thing – but director Denis Villeneuve is optimistic]

드니 빌뇌브의 이러한 발언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불러온 넷플릭스와 영화계의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넷플릭스가 투자한 옥자가 넷플릭스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하는 방향을 잡자 국내 3대 멀티플렉스는 ‘극장 개봉 후 온라인 상영’이라는 관행을 깼다며 옥자의 극장 개봉에 반발했다. 영화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한 후 온라인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논쟁의 연장 선상에는 “넷플릭스가 영화관을 죽인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수많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월 1만원 대에 볼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면 한 편에 1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사람들이 왜 영화관에 가겠느냐는 것이다.

드니 빌뇌브 발언은 넷플릭스가 영화관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영화관을 죽인 것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것. 실제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듄’은 모바일 환경이나 TV에서 보는 영화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쉽게 말해 ‘TV나 모바일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영화 '듄' 포스터. 
▲영화 '듄' 포스터. 

‘듄’을 수입 배급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도 ‘영화관 시청 경험’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초대형 스케일로 완성한 전 우주적, 시각적 대향연’, ‘거대한 액션 시퀀스와 독창적 세계관’ 이에 더해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음악’ 등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로 꼽는다.

시각적 즐거움 외에도 방대한 SF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모바일 환경보다 집중력을 높이는 환경에서의 관람이 필요해 보인다. 듄의 원작은 1965년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가 쓴 동명의 소설이다.

원작은 SF계 노벨상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과 네뷸러 문학상 제정 첫 수상작이다. 두 상을 동시에 수상한 첫 작품일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판매된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기도하다.

듄을 영화관으로 옮긴 감독 드니 빌뇌브는 이미 ‘시카리오’(2015), ‘컨택트’(2017), ‘블레이드 러너2049’(2017)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원작 듄에 대해 “이 책에서 생태학에 접근하는 방식이 무척 참신하고 의미심장하고 시적이고 강력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자연을 보는 관점과 새로이 창조해 낸 아름다운 생태계는 엄청나게 매혹적이었다”며 영화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영화 '듄'의 폴의 역할을 맡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
▲영화 '듄'의 폴의 역할을 맡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메시아’(폴)의 여정을 비춘다. 한국에서도 ‘콜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등으로 인기를 얻은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가 메시아 폴 역할을 맡으며 주목을 끈다. 티모시 샬라메 외에도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등이 출연한다.

요르단과 아부다비 등 사막 지역의 로케이션 촬영과 실제 세트 제작 등 초대형 스케일은 배우들 연기력을 한껏 끌어내고 드니 빌뇌브 말처럼 ‘대형 스크린 경험’을 선사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앞으로 수많은 콘텐츠 제작사에 거대 자본이 흘러갈 것이고 참신한 콘텐츠도 쏟아질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영화관에서만 봐야 할, 스토리 힘은 물론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할 콘텐츠도 늘어날 것이다. 듄의 시청 경험은 코로나19로 잊었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다시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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