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코로나19 재난 시기 해고 금지와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등을 걸고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권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입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불평등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동자의 결의는 막을 수 없음이 증명됐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를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 도심 거점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주요 요구로 △코로나19 재난 시기 해고금지 △근로기준법 모든 노동자에 전면 적용 △비정규직 철폐 △돌봄과 의료, 교통, 교육, 주택 공공성 쟁취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등을 걸었다. 주최측 추산 수도권 2만 5000명을 포함해 8만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대회 개최를 막기 위해 오전부터 171개 부대, 대략 1만 1000명을 투입했다. 주요 도심 곳곳에 폴리스라인과 차벽을 설치하고 검문을 시행했다.

민주노총은 진압을 피하기 위해 대회 장소를 오후 2시 시작 30분 전에 공지해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대회 참가 조합원들은 서울 도심 각지에 흩어져 있다 장소가 확정된 뒤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독립문과 동대문 등으로 갈라져 행진한 뒤 오후 2시30분께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2시께 총파업 서울대회를 열기 위해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기습 진입하는 모습. 이들은 이날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코로나19 재난 시기 해고 금지와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등을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2시께 총파업 서울대회를 열기 위해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기습 진입하는 모습. 이들은 이날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코로나19 재난 시기 해고 금지와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등을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절박한 현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집권여당에 수차례 대화를 제의하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대화 거부’의 입장 뿐”이라고 했다. 윤 대행은 “우리는 탄압에 굴하지 않는다. 위원장 한 사람을 고소한다고 우리의 투쟁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민주노총에 파업을 자제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옥중 서신을 통해 “어렵고 힘든 조건 속에서도 총파업 투쟁을 성사하고 이 자리에 모인 동지들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정권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입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불평등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동자의 결의는 막을 수 없음이 증명됐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자본에게 퍼준 기간산업을 다시 국유화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기만이다. 전투기와 미사일을 사는 데 국가 예산을 10%나 쓰면서, 복지국가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되는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사진=김예리 기자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되는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사진=김예리 기자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독립문역 방향에 경찰이 배치된 모습. 사진=김예리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독립문역 방향에 경찰이 배치된 모습. 사진=김예리

양 위원장은 “지금은 전환기”라며 “디지털 전환은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며 안전한 현장으로의 전환이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 정책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참가자들이 대회 직전 체온측정을 마친 뒤 정상 체온인 조합원들만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켜 참가했다고 밝혔다. 3개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구성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 4만명은 이날 방호복을 입고 행진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대회 시작에 앞서 “양팔 좌우 간격을 벌려 자리에 앉아달라”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했다. 집회 장소에는 체온 측정을 위한 거점을 마련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를 비치했다.

이후 산별 가맹조직 등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민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배달 라이더 2000명이 오늘 파업을 한다. 대한민국 플랫폼노동자 최초로 진행하는 하루 파업”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은 망하고, 빚은 지고, 가장 가까이서 본 일이 배달하는 라이더였기에 많은 자영업자가 라이더로 직업을 바꿨다. 선릉역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도 자영업을 하다가 라이더가 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삶을 더는 이 정부가 지켜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바꾸는 주체로서 나선다”고 했다.

▲20일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위생복을 입고 총파업 행진과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20일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위생복을 입고 총파업 행진과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경찰의 탄압과 언론의 왜곡을 뚫고 서대문 사거리에 함께 모인 조합원들이 자랍스럽다”며 “5년 전, 1700만명인 우리가 광장에서 평등과 정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와 민심을 배반하고 부동산과 부패로 5년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현 위원장은 “정부는 병원에서, 학교에서, 지하철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우리들에게 코로나 영웅이고, 필수노동자라고 했다. 말로만 영웅이지, 내년 예산에는 단 한 푼도 추가되지 않았다”며 “이 정권 앞에 우리는 그대로 물러나 앉아있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기에 나왔다. 정부 책임 아래 코로나시대에 같이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대회에 진행되는 동안 중간중간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들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서대문 사거리 사방에 교통을 통제하는 한편 집회 확대를 막기 위해 간이 벽을 치고 방패를 들고 늘어섰다. 대회는 4시30분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을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예고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민주노총에 “파업을 자제해달라”며 “불법행위 엄정처리”를 주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김창룡 경찰청장도 19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앞서 서울 내 5곳에 집회를 신고했지만 모두 불허됐다.

정부의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과 지난 15일 발표한 거리두기 조정안 ‘4단계’는 사적 모임은 4명까지, 일반 식당과 카페 이용은 10시 이후 포장만 허용하고 있다. 놀이공원은 수용인원의 50%까지 허용하고, 실내 백화점은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집회·시위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1인 시위 외엔 전면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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