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악마화. 한국 언론이 오래 휘둘러온 칼이다. SPC그룹과 민주노총 화물연대 사이에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서 그 칼날이 다시 춤추고 있다.

더러 오해하지만 나는 언론이 늘 민주노총 편들기에 나서야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 가르기를 질타하면서 정작 자신이 편 가르기로 일관해온 언론의 위선을 더 쓸 뜻도 없다. 다만 언론의 생명인 공정의 잣대로 SPC그룹과 화물연대의 쟁의를 짚고 싶을 따름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평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는 1차적 공정이다. 노사의 주장을 공평하게 소개하고 무엇이 올바른가를 담은 보도가 언론의 정석이다. 작금의 보도는 최소한의 공평조차 없다. 틈날 때마다 민주노총을 ‘막무가내’로 훌닦는 조선일보의 막무가내는 접어두자. 정의당 국회의원까지 동원한 ‘민주노총 저격’에 자신감이 붙었을까. 중앙일보도 사설 제목으로 “민주노총 패악질”을 거침없이 내걸었다.

이른바 ‘빵 파업’이라는 자극적 접근을 서슴지 않는 언론의 문제점은 세 가지다. 첫째, 파업 원인의 편파 보도다. 중앙일보를 비롯해 숱한 언론이 파업의 원인을 “SPC와 무관한 노조 간 이권 다툼”으로 단언한다. 철저히 SPC자본의 시각이다. 지난 10년 SPC 그룹의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노동인들은 10년 째 동일운임을 받으며 밤샘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호소는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기 힘들다. 자본이 ‘노노갈등’으로 몰아간다는 노조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좋은 언론은 노사의 주장을 공평하게 보도한 뒤 누가 사실에 가까운지 현장 기자가 진실을 취재할 때 이뤄진다. 유감이지만 그런 보도가 보이지 않는다.    

▲ 9월27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경찰에게 과잉진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9월27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경찰에게 과잉진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둘째, 파업 피해의 편파 보도다. 언론은 파리바게뜨 점주들 피해를 선동적으로 부각한다. 문제는 노사의 교섭 실패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왜 노조에게만 묻느냐에 있다. 합의가 되지 않은 책임을 최소한 노사 양쪽에서 찾아야 옳지 않은가. 그럼에도 가맹 점주들 피해를 모두 노조 탓으로 돌린다. 언론이 자본의 대변자인가? SPC 자본이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기고, 싸움의 피해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하고 “교섭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노조의 호소에는 왜 모르쇠를 놓는가. 이미 SPC자본은 대화를 거부하고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셋째, 부당노동행위 외면이다. 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파리바게뜨에선 ‘민주노총 조합원 0%’를 목표로 탈퇴 및 와해 공작이 전사적으로 전개됐다. 지역본부장들이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탈퇴할 때도 한국노총에 가입할 때도 각각 현금을 지급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명단으로 실적을 관리했고, 대표이사가 한국노총 가입 현황을 확인했다는 충격적 주장을 왜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가. 왜 진실을 취재 하지 않는가.

언론이 노조를 ‘패악질’로 몰아가는 상황을 SPC자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파업하는 노동인들과 굳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을까. 가맹 점주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책임을 자본은 물론 그들의 대변자 언론도 마땅히 져야 옳은 까닭이다. 던킨도너츠의 위생관리를 둘러싼 보도 또한 편파적이다. 안양 공장의 위생 상황을 고발한 동영상에 ‘조작 의혹’을 제기한 자본의 논리를 기정사실화하며 노조를 악마로 몰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는 안양 공장만이 아니다. 던킨도너츠의 공장 4곳 모두 위생관리가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언론이 ‘노조 악마화’에 나선 결과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부익부빈익빈의 정치경제 체제는 굳어가고 있다(더 자세한 논의는 <미디어리터러시의 혁명> 참고). 언론개혁의 논리가 정파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될 이유다.

기실 ‘친자본 언론’이란 현상은 형용모순이다. 자본이 권력인 사회에서 언론이 친자본이라면, 그 언론을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 노조 악마화에 곰비임비 동참하는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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