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소외계층·장애인 미디어접근성 향상 종합계획’에 아쉬움을 표했다. 단체는 수어통역방송 비율이 이미 7%인데 목표치를 7%로 내놓거나, 장애인용 TV를 일괄 지급에서 일부 지원으로 돌린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포용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방통위는 한국 수어방송 의무비율을 5%에서 7%로 올리고, 코로나19로 이용이 많아진 VOD와 OTT에서 장애인 방송 의무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애인방송 제작 지원을 일반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까지 넓히고 장애유형‧학년별 교육콘텐츠 제작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

방통위는 지난해 기준 32.3%인 장애인용 TV 보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했다. 지원 방식도 현재까진 13인치 크기의 특정 TV를 일괄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장애인이 택한 제품의 구매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장애인미디어접근성 종합 법제와 추진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소외계층 미디어 접근성이) 급속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비대면 사회구조의 변화를 담는 실질적인 사회 포용정책으로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존의 정책들을 보완하고 미디어를 통해 소외계층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정책을 수립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애벽허물기는 15일 성명을 내고 “비대면, 디지털화에 따른 매체 변화를 고려한 종합계획이라는데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부는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구체적이 떨어져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장애벽허물기는 “방통위는 지상파 수어통역방송을 5%에서 7%로 올리겠다고 한다. 전형적인 속보이는 정책”이라고 했다. “이들 방송사는 지금도 7% 내외의 수어통역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수어통역 현황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를 보면 코로나19 재난방송 비율이 늘면서 수어통역방송이 7~8%에 이르렀다는 것이 단체 설명이다. 단체는 “방통위가 제시한 5%는 2013년도 기준”이라며 “8년 만의 조정에도 생색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 수어통역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 수어통역 사진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수어통역 질이 들쭉날쭉한데 개선 방안은 구체적이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방통위는 장애인방송 서비스별 품질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재난방송조차 수어통역의 질이 고르지 않아 장애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방통위가 질을 높이겠다지만 모범 사례로 ‘자격증 제도를 운영한다’는 미국만 거론하고 있어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단체는 시·청각장애인 TV 보급 방안엔 “완전한 보편선택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기존에 입찰을 거친 특정 모델의 13인치 장애인용 TV를 일괄 지급해, 가구 내 비장애인·장애인이 따로 시청하는 환경으로 이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이 선택한 TV에 대해 구매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일부 지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오히려 축소된 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철환 활동가는 “전향적이라는 것이 총평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보여주기식으로 올려놓은 내용도 일부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예산을 확대할 문제이나, 논의에 시각장애인연합회나 농아인협회 등 대표단체 외에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묻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벽허물기는 “앞으로 진행될 관련 지침의 제정이나 개정과정에서 장애인 콘텐츠의 평가는 물론 수어통역 비율조정 등에 대한 논의들이 더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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