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일 국정감사를 시작하면서 국정감사 질의를 토대로 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요 방송사들은 3개 상임위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 방송사 노동 문제를 조명하지 않았다.

지상파3사와 종합편성채널4사 등 주요 방송사의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메인 뉴스 보도 내용을 살펴본 결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다른 노동·미디어 문제를 다루면서도 정작 방송사 노동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3개 상임위에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으나 당사자인 방송사들이 침묵한 것이다. 

▲ 방송작가들 집회 모습. 사진=방송작가유니온
▲ 방송작가들 집회 모습. 사진=방송작가유니온

특히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모두 MBC의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비판했다.

MBC ‘뉴스투데이’에서 10년 넘게 일한 방송작가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 받은 문제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했지만 MBC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방송으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상급자에게 업무지시를 받으면 근로자성(노동자성) 인정받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문제를 제기하며 “기업 비정규직 문제를 보도하면서 정작 방송사는 본인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노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상희, 전혜숙 의원은 MBC 보도국이 작가들에게 표준계약서가 아닌 위임 계약서를 쓰게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희망연대노조 조사를 인용해 프리랜서 계약 체결 비율이 KBS가 가장 높았고, JTBC·tvN·SBS 순이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방송사들이 작가들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점과 이를 구제하기 위한 ‘예술인 신문고’ 제도의 부실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방송사 문제로는 KBS가 이례적으로 지상파와 종편의 건강 프로그램에서 특정 제품이나 성분을  홍보하고 같은 시간 홈쇼핑에 판매하는 연계편성을 7일 다뤘다. 연계편성은 MBC, SBS와 종편4사 모두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KBS는 하지 않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방송사 노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 받을 때도 방송사들의 침묵과 선택적 보도 경향은 반복됐다. 

2018년 1월 방송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페이’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이 됐으나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결과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에서 관련 보도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8년 4월 방송계갑질119가 방송계 성폭력 실태를 발표했으나 JTBC 정치부회의만 이를 다뤘을 뿐 다른 지상파, 종편은 다루지 않았다.

▲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은 지난 3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오늘
▲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은 지난 3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2016년 7월14일(현지시각) 아프리카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독립PD들이 열악한 제작여건 속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일을 계기로 5개 정부부처의 공동 개선방안이 발표됐다. 지상파 방송사 재승인 조건에는 처음으로 갑질 문제를 개선하라는 조항이 붙었다. 그러나 개선방안 발표 때까지 반년 동안 지상파3사와 종편 중 메인뉴스에서 관련 사안을 다룬 매체는 MBC 뿐이었다. MBC의 보도는 고작 1건이었다.

2018년 ‘방송의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방송 콘텐츠의 결과물만큼 제작 과정도 중요하다.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의 모든 분들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당부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지상파3사는 메인뉴스에서 축사 내용 가운데 ‘방송 독립’ ‘규제 완화’ 등은 보도하면서도 노동 관련 발언은 일절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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