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사측의 사장 임명동의제 폐기 요구로 사상 초유의 무단협 상태에 놓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원들을 향해 “SBS가 공적 책임을 다해 시민사회 신뢰를 쌓는 싸움을 시작할지를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SBS는 올해 초 단체협약 개정 협상에서 SBS 사장과 SBS A&T 사장,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힌 뒤 언론노조 SBS본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2일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당초 SBS 노사는 2017년 10월13일 방송사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방송의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도입에 합의했다. SBS 사장은 SBS 재적 인원의 60%, 편성·시사교양 최고책임자는 각 부문 인원의 60%, 보도 최고책임자는 부문 인원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사측은 ‘10·13 합의’가 윤창현 전 노조위원장이 대주주·경영진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파기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1일 사측에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SBS본부는 SBS 사장을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본부장급에 더해 보도영상본부장과 보도국장, 뉴미디어국장, 시사교약국장, 편성국장을 추가할 것과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 거부로 SBS는 3일부로 무단협 상태가 됐고, 노조는 무단협이 노조 탄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홈페이지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홈페이지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 5일 조합원 편지에서 “사측의 퇴행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파국만은 막겠다는 절박함으로 여러 조합원의 반대에도 노조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이런 진정을 묵살하고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위해 노사 합의로 이뤄낸 제도들을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사측은 구성원의 반대와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퇴행의 질주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당장의 불편과 귀찮음 때문에 싸움을 포기하고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갈지,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존엄과 가치를 위한 싸움, 공적 책임을 다해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싸움을 시작할지를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을 향해 “아직 기회는 있다”며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조합원의 하나 된 힘을 믿고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 함께 걸어달라”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통화에서 “노사 간 10.13 합의(경영진 임명동의제)를 못박기 위해 단협에도 명시한 것인데, 사측이 합의 파기에 이어 단협까지 무력화하고 나섰다”며 “사측 상대로 노조안을 관철하기 위한 단계적 싸움을 벌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SBS본부는 아직 살아있는 교섭 테이블을 유지하는 한편 사측이 노조파괴 행위에 나서는 순간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합의 파기 경과를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내부 동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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