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포털에서 한 달간 못 보나요?” “연합뉴스 포털 게재 한 달간 금지 이유가 뭔가요?” 최근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질문 글이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연합뉴스 기사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기사를 독점적으로 제공해온 네이버 ‘속보란’은 다른 언론사의 주요 뉴스 랜덤 배열로 바뀌었다. 연합뉴스 네이버 뉴스 구독 페이지에는 “이 언론사 기사는 뉴스제휴평가위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에 따라 노출이 중단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연합뉴스가 주요 언론사 가운데 첫 장기간 노출 중단을 맞으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포털 네이버 연합뉴스 페이지
▲ 포털 네이버 연합뉴스 페이지

주요 언론사의 기만적 사업 드러낸 연합뉴스 사태

지난 7월7일 미디어오늘은 연 300억 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는 공영언론 연합뉴스가 공적 책무와는 거리가 먼 ‘기사형 광고’ 사업을 조직적으로 운영해온 실태를 조명했다. 연합뉴스는 뉴스를 전담하는 편집총국이 아닌 정보사업국 홍보사업팀 임시직 사원 명의로 기사형 광고 2000여 건을 송출했다. 거래내역 자료에 따르면 “○○익스프레스,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진행” “○○전자, 스타일러 신규 디지털 영상 캠페인 4편 공개” 등의 기사를 돈을 받고 내보냈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에 기자페이지도 이메일도 없는 ‘기자’가 있다]

당시만 해도 연합뉴스의 태도는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연합뉴스는 미디어오늘의 취재에 “입장을 주지 않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사가 나오자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이후 이어진 후속 보도에는 “언론중재위 제소와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관련 보도 다음 날 문제가 된 기사 2000여건을 돌연 포털에서 삭제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휴평가위) A위원은 “주요 언론사, 그것도 국가기간통신사가 2000여개에 달하는 기사를 아무런 설명 없이 지웠다는 점이 충격이었고, 의문이 들었다. 연합뉴스는 끝까지 소명 자료에 ‘왜 기사를 삭제했는지’를 분명히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미디어오늘은 언론홍보대행사와 연합뉴스의 홍보거래 계약서와 연합뉴스 홍보사업팀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뉴스정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표면적으로 배너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기사형 광고 송출을 선입금 형태로 계약하고 기사를 쓸 때마다 차감하는 ‘패키지’ 방식이었다. 가격표를 보면 사진이 포함된 기사형 광고 1회당 23만8000원을 받았다. 10회 패키지는 158만4000원, 100회 패키지는 900만원대 상품으로 거래하고 있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2009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7년 기준 일 평균 10건 내외의 관련 기사를 포털에 전송하고 연 2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선입금 패키지 계약 맺고 기사형 광고 송출]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사업 행태가 드러난 내부 문건.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사업 행태가 드러난 내부 문건. 디자인=안혜나 기자

연합뉴스 내부 문건에는 ‘매출 증대’가 지속적으로 언급돼 있다. 연합뉴스 홍보사업팀은 2018년 사업계획을 설명하며 “제휴평가위의 제재 강화로 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량 홍보대행사 대상 영업 강화해 목표 금액 달성하도록 노력하겠음”이라고 밝혔다. 2021년 사업계획서에는 “홍보대행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신규 거래처 확보 등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홍보대행사와 협업을 해 코로나19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수익의 일환으로 이 같은 사업을 지속 추진해왔고, 포털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내부 문건 포털 제재 언급해놓고 버젓이 기사형 광고]

제휴평가위는 8월 13일 연합뉴스에 한 달 노출 중단과 재평가(퇴출평가)를 1차 의결하고 최종 소명을 듣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연합뉴스는 제휴평가위와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들에게 다른 언론사도 이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며 ‘물타기’ 전략으로 일관했다. 연합뉴스의 문제적 대응에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와 연합뉴스 기자들이 성명을 내며 경영진에 제대로 된 설명과 책임을 촉구했다. 8월19일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모두 시인하고 관련 사업을 전면 폐지했다.

결국 연합뉴스는 제휴평가위로부터 ‘노출 중단 32일’ 및 ‘재평가’(퇴출 평가)라는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다. 연합뉴스 임원들이 제휴평가위원들을 접촉한 가운데 이뤄진 ‘재심’에서도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제휴평가위의 고강도 제재에는 지난해부터 제휴평가위가 ‘물증이 드러난 광고 기사’에 적극 퇴출 기조를 세운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임에도 조직적으로 기사형 광고 사업을 운영한 점, 사안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점 등도 제휴평가위 내부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뉴스도매상’이지만 소매(포털 유통)를 하는 연합뉴스가 공공의 적이기에 강도 높은 제재가 내려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업계 전반 언론사 ID판매, 불법 금융광고 기사 등 선 넘어

538건. 지난 1년 간(2020년 9월14일~2021년 9월13일) 주요 54개 언론이 유튜버·인플루언서의 ‘뒷광고’를 다룬 기사 수다. 반면 언론계 ‘뒷광고’라 할 수 있는 ‘기사형 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28건에 그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그나마 28건의 보도마저도 특정 언론의 보도가 많았다. 한겨레(9건)와 YTN(8건) 두 언론만 17건을 보도해 전체 보도량의 절반을 넘겼다. 이들 보도 다수는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에 대한 내용이다. 한겨레는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사설까지 썼다. 한겨레는 기만적인 기사형 광고 사업을 하지 않는 언론사다. 방송 가운데는 공적 역할이 강한 공영방송 KBS가 ’질문하는 기자들Q‘에서 주제로 다루는 등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그런데 정작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뒷광고‘에 핏대를 세워온 다른 주요 언론사들은 언론계 기사형 광고 문제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제재를 계기로 관련 사업 전면 폐지와 공적 역할을 위한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언론 스스로의 이와 같은 ‘클린 선언’이 이어져야 하는 시점이지만 다수 언론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는 사업 실체가 드러나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지만 ‘기사형 광고’는 연합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제휴평가위원 B씨는 “제휴평가위에 기사형 광고를 비롯한 문제적 기사에 대한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기사형 광고 시장이 과열되면서 경쟁 업체들이 상대 업체의 ‘일감’을 폭로하는 식”이라며 “그만큼 시장이 과열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포털 기사형 광고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장에 등장했다. 초기만 해도 기사 1건당 20만~30만 원 단가였으나 경쟁이 심화하면서 10만 원 내의 기사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포털 검색제휴 언론에 합격하는 순간 홍보대행사들은 앞다퉈 언론에 제안서를 보낸다. 지난해와 올해 기업에 배포된 홍보대행사 제안서를 보면 포털의 주요 언론사 또는 계열사 다수를 찾아볼 수 있다. 기업 상품, 행사, 부동산, 병원 광고 등 기존 온라인 광고에 나선 업체는 모두 기사형 광고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포털 제휴평가위가 설립되면서 제재를 시작했으나 오랜 기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업은 더욱 ‘은밀하게’ 변해갔다. 홍보대행업계 ㄱ관계자는 “제휴평가위가 기사에 ‘전화번호를 넣은 경우’ 기사형 광고로 간주해 제재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한 경제지는 기사에 들어가는 사진 속에 전화번호를 넣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제휴평가위 A위원은 “최근 심의 안건들을 보면 홍보대행사가 언론에 ID를 구매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홍보대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언론사도 많다”고 했다. ID판매 계약과 홍보대행사의 언론사 인수를 통해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의뢰를 받으면 즉각 기사를 내보내고, 데스킹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주목 받았다.

그런가하면 불법 금융광고가 기사형 광고로 등장하기도 했다. ‘소액결제 현금화’, 일명 ‘소액결제 깡’은 위법 소지가 커 금융 당국에서 관련 광고 단속에 나설 정도다. 포털 다음에서 ‘소액결제 현금화’를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키워드로 인식한다. 그러나 대한금융신문, 환경일보, 위클리투데이, 금강일보, 뉴스렙 등 검색제휴 매체들은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를 쏟아냈다가, 삭제하는 일을 반복했다.

[관련 기사 : 포털에 떴다 사라진 ‘보험’ ‘대출’ ‘깡’ 기사 200만원 짜리였다]

▲ 한 종합홍보대행사의 견적서 갈무리
▲ 한 종합홍보대행사의 견적서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종합홍보대행사의 견적서에 따르면 이 대행사는 보험·대출·깡 등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 언론에 기사형 광고 상품을 판매해왔다. 포털에 내보내는 대가로 건당 200만 원, 총 5건에 1000만 원(부가세 제외)의 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다. 위험 부담이 있는 대신 ‘고수익’을 보전한다. 

해당 업체가 언론사들에 보낸 메일을 보면 “기사 1건당 5일 뒤 삭제로 해서 200만 원 별도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갯수는 상관없고 계약진행 시 저희가 원하는 날짜에 발행후 120시간 (5일)뒤에 삭제하시면 됩니다”라는 설명이 있다. 홍보대행업계 ㄴ관계자는 “포털 제휴 기준에 대해 잘 모르는 지역 언론이나 이미 벌점이 누적돼 재평가(퇴출 평가)를 앞두고 있는 언론사들이 주로 이 같은 광고 기사를 내보낸다”고 했다. 5일 만에 삭제하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당할 수 있고, 제평위 모니터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를 기사화한 언론사들
▲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를 기사화한 언론사들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제재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끝이 아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과 민생경제연구소가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문제를 고발한 바 있어, 법적 판단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법무대리인 측은 “기사형 광고를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건 신문법 위반만 해당되지만 언론이 포털에 기사가 아닌 광고를 허위로 송출한 점에서 포털에 대한 업무방해 등 소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공정위에 표시광고법(블로그, SNS 등 광고 규제로 일명 뒷광고 규제로 불린다) 위반에 해당되는지 신고해 어떤 판단을 받을지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민생경제연구소가 8월11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소비자주권행동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민생경제연구소가 8월11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소비자주권행동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신문법상 ‘기사형 광고’는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처벌’규정이 없다. 정확히는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신문법 개정 당시 기사형 광고 과태료 조항이 폐지됐다. 현재 국회에는 ‘기사형 광고’에 최대 2000만 원 과태료를 부활시키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제휴평가위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 제재로 인해 제휴평가위가 ‘대형 언론도 봐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긴 점은 긍정적이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홍보대행업계에 따르면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을 전후해 20여개 주요 언론이 ‘기사형 광고’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현재는 일명 ‘베이직’ 상품이라 불리는 군소 검색제휴 언론 중심으로 기사형 광고가 이어지고 있으나, 주요 콘텐츠 제휴 언론인 ‘프리미엄’ 상품은 대거 중단됐다. 홍보업계를 중심으로 제평위 제재 강화를 골자로 한 지라시가 유포됐고, ‘질문하는 기자들Q’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들도 연합뉴스와 같은 내용의 기사형 광고를 내보낸 내역을 제휴평가위에 제출하자 해당 언론사가 대응팀을 만들기도 했다. 

제휴평가위 참여 단체인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상임이사는 “현재의 환경을 만든 건 포털의 뉴스 창”이라며 “언론이 제휴를 맺기 전엔 깨끗하게 유지하다가, 제휴 입점 이후에 기사형 광고를 쏟아낸다. 제휴평가위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훨씬 더 강력하게 벌점을 부과하고 제재, 퇴출해야 한다. 기존 입점 매체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휴평가위 전 위원 C씨는 “그동안 제휴평가위 회의의 투명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사무국(포털) 모니터링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중요하다”며 “포털이 기사를 제대로 모니터를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 그간 제재 대상 기사가 대거 송출됐는데 언론 보도 전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법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자율규제’로 기사형 광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이 기사형 광고를 적극 심의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 1분기 인터넷신문 자율심의 결과에 따르면 전체 1214건에 제재를 결정했는데 이 가운데 ‘광고 목적의 기사’가 445건(36.2%)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통계를 보면 관련 제재가 6000여건에 달한다. 한 자율규제기구의 전 위원 D씨는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 포털에서 퇴출되는 등 강력한 수단을 담보하지 못하니 효과가 없다. 계속 지적하면 조금씩 바꾸는 것 같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유관단체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기구 마련 논의가 시작됐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그간 자율규제 기구가 운영됐지만 자정을 통해 해결되지 않았다.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각하다”며 “이는 언론인만이 아니라 언론 사주가 함께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새로운 자율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우선 이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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