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언론사 제재의 사각지대를 노린 기사형 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A언론홍보대행사가 언론에 전달한 기사형광고 제안서를 보면 ‘URL(링크) 삽입형 기사형 광고’를 고액에 거래하고 있었다. 

A대행사는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 링크가 담긴 기사형 광고 1건당 일주일에 400만 원을 지급하고 일주일 뒤 기사를 삭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업체는 “저희는 한 달에 (기사형 광고) 30건 정도 8000만 원 생각하고 있다”며 “1건당 삭제를 하지 않는다면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지속적 유지’를 할 때는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 A대행사가 작성한 제안서에 포함된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형광고 갈무리
▲ A대행사가 작성한 제안서에 포함된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형광고 갈무리

이 업체는 제안서를 통해 ‘네이버 언론보도 벌점 관련 내용’을 별도로 명시했다. 지난해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제재와 포털의 기사형 광고 단속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퇴출’ 당하지 않으면서도 ‘기사형 광고’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A대행사는 “3년 동안 진행을 한 결과 링크기사를 송출시 언론사에 기사 1건당 0.2점으로 벌점이 나오고 있다”며 “제휴 및 제재 심사규정을 보시면 2년 동안 벌점이 9점이 최고 누적으로 바뀌었다. 만약 한달에 20건(8000만 원)이면 총 벌점 4점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벌점이 2~3월에 초기화가 된다. 보통 10~1월달까지 벌점이 없는 언론사들은 벌점 4점까지만 진행을 하고 광고 중단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업체는 “벌점이 부담스러울 경우를 대비해 또 제안을 드리는 게 링크기사 1건 송출 진행해주시면 삭제 없이 벌점 0.2점(1000만 원) 맞고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하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B대행사는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형 광고 한 건에 200만 원(5건 1000만 원)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 B대행사가 언론에 보낸 메일을 보면 “(기사 본문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이 하이퍼링크와 전화번호”라며 “이 부분이 가능하면 기사 1건당 5일뒤 삭제로 해서 200만 원 별도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갯수는 상관없고 계약진행시 저희가 원하는 날짜에 발행후 120시간 (5일)뒤에 삭제하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 B대행사가 작성한 기사형광고 견적
▲ B대행사가 작성한 기사형광고 견적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은 기사형 광고 등 제휴규정 위반 행위 벌점이 누적되면 언론사 노출중단을 하고 ‘재평가’(퇴출 평가)를 거쳐 퇴출하는 방식이다. 기사형광고는 건당 ‘0.2점씩’ 벌점을 책정하고 있고, 벌점 초기화 시기는 2년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기사형 광고 사업을 하는 측에선 ‘노출중단이나 퇴출 제재를 받지 않을 수준의 벌점’만 받게 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운 좋게 ‘적발’되기 전에 삭제를 하면 벌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언론사와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근 2~3년 사이 소액결제 현금화와 같은 불법 금융 기사형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소액결제 현금화’는 상품권, 게임 아이템 등을 결제한 뒤 인증번호 등 정보를 업체에 넘기면 수수료를 떼고 즉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실상은 고금리 대출에 사기 가능성이 높아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사형광고 단가가 높은 만큼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문제가 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당 10만 원 내외의 보도자료 받아쓰기 식의 기사형 광고가 다수였는데, 포털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건당 ‘0.2점씩’ 벌점을 책정하기에 같은 벌점을 받는다면  단가가 크게 높은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포털 뉴스제휴심사규정
▲ 포털 뉴스제휴심사규정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 기사를 쓴 언론사들에 적극 제재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전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오히려 퇴출을 앞둔 언론사들이 ‘마음 놓고 이런 기사형 광고를 쓰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언론사가 기사형 광고로 인한 벌점이 누적돼 ‘재평가’(퇴출평가)를 앞둔 상황이 되면 퇴출이 사실상 예정돼 있지만 퇴출은 되지 않는 ‘대기 기간’이 있다. 이 시기 고액의 기사형 광고를 최대한 많이 쏟아내면서 수익을 극대화한 뒤 퇴출되는 식이다.

자율규제 기구에서도 ‘당부’를 한 상황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2020년 인터넷신문위원회는 “위원회의 자율심의에 소액결제 및 신용카드 현금화 서비스, FX마진거래 등의 비정상적 금융서비스를 홍보하는 홍보성 기사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들 금융서비스들 대부분이 불법일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사형 광고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소액결제 현금화는 그 자체로 불법금융광고”라며 “신규 제휴 언론사들이 잘 모르고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포털이나 제휴평가위 차원에서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를 쓰지 말라는 식의  공지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튜브 뒷광고’와 ‘불법금융광고’는 규제 대상이지만 같은 내용을 ‘기사’ 형식으로 다루면 사각지대가 되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정보통신망법상 온라인상의 불법정보 단속은 ‘뉴스’가 아닌 게시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사형광고를 표시광고법상 ‘광고’로 처벌하라고 요구했으나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수용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광고주의 의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최종적인 결정에 따라 기사의 형태로 보도된 것에 대해 언론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없이 이를 표시광고법상의 표시광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와 관련해 언론사에 대한 제재 및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러한 사안은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계 기관으로 문의하시길 바란다”고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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