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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신음 중인 ‘제2의 이재학’ 방송계 위장 프리랜서
전국에서 신음 중인 ‘제2의 이재학’ 방송계 위장 프리랜서
[전태일 50 ‘제2의 이재학들’] ① 지난 10년 ‘노동자성 확인’ 법적 싸움 21명, 17명이 프리랜서… 프리랜서 열에 일곱 여성, 평균 월급 202만원

‘위장된 프리랜서’ 고 이재학 청주방송 PD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2월 숨졌다. 직원처럼 일했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오늘의 언론계 전태일’인 방송계 비정규직 현장을 취재했다. ‘전태일 50, 제2의 이재학들’이란 이름으로 기획을 연재한다. - 편집자주

 

‘제2의 이재학들’은 전국 곳곳에 있었다. 방송사 직원처럼 일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부당대우를 받은 ‘무늬만 프리랜서’들이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는 후배 프리랜서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마자 14년 일한 청주방송에서 해고돼 억울함을 호소했고 지난 2월 목숨을 끊었다. 방송계 위장 프리랜서 실태를 환기한 사건이다.

이 PD는 “방송계 프리랜서들에게 도움되는 판례를 남긴다”는 목표와 함께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이처럼 자신의 노동자성을 두고 방송사와 법적으로 다툰 비정규직은 전국에 최소 21명이 더 있다. 지난 10년간 지방노동위원회나 법원 문을 두드린 프리랜서 17명, 인력업체(파견·용역) 노동자 4명이다.

▲지상파 3사 및 이들의 지역 계열사와 종합편성채널 JTBC 노동위원회 사건만 포함됐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상파 3사 및 이들의 지역 계열사와 종합편성채널 JTBC 노동위원회 사건만 포함됐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프리랜서가 노동자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3갈래다. 보통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하거나,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등을 신청하거나 △고용노동청에 퇴직금 등 체불임금 진정을 넣는다. 이 중 3번째 체불임금 진정은 고용노동부가 신청인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를 분류한 자료를 보유하지 않아 집계에서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10년 주요 방송사 법원 소송 현황’을 보면 총 11명의 비정규직이 노동자성을 확인하는 소송을 냈다. 프리랜서 7명, 인력업체 노동자 4명이다. 이 중 프리랜서 3명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고 나머지 8명은 패소하거나 소송을 취하했다.

나머지 10명은 노동위원회를 찾았다.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환경노동위원회)에 공개한 ‘2010~2020년 지노위에 접수된 주요 방송사 사건’을 보면 총 프리랜서 10명이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넣었다. 심리가 진행 중인 1건을 빼면 6명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나머지 3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돼 해고 부당성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 2010~2020년 방송사 프리랜서·파견직들이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근로자 지위 확인을 주장한 사건. 디자인=안혜나 기자
▲ 2010~2020년 방송사 프리랜서·파견직들이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근로자 지위 확인을 주장한 사건. 디자인=안혜나 기자

21건 중 아나운서·연출직 각 4건, 법적 대응 증가 추세

첫 사건은 2012년 대전MBC에서 뉴스PD로 일한 A씨의 해고다. 2007년부터 1년 간 ‘프리랜서’ VJ로 일한 뒤 2008년부터 2년 ‘파견직’ 뉴스PD로 일했고, VJ로 1년을 또 일한 후 다시 2년을 ‘계약직’ 뉴스PD로 일하다 계약이 종료됐다. 그는 1996~2002년 사이 4년을 대전MBC에서 계약직 및 파견직 ‘오디오맨’(카메라 보조)으로도 일했다. 그는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충남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기각됐다. 현재 A씨는 방송계를 떠났다.

사건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2년(1명)-2014년(3명)-2015·2016년(1명씩)-2017년(3명)-2018·2019년(4명씩) 순이다. 2020년도 9월까지 프리랜서 4명이 부당해고 구체신청과 퇴직금 청구 소송 등을 넣었다.

▲연도 별 사건 수 추이. 디자인=안혜나 기자.
▲연도 별 사건 수 추이. 디자인=안혜나 기자.

직군을 보면 아나운서가 4명, PD·AD 등 연출직이 4명으로 가장 많다. MD 등 방송운행 기술직과 CG·특수영상 제작을 맡는 직군도 각 3명으로 비율이 높다. 사무직과 방송작가가 각 2명으로 뒤를 잇고 촬영기자와 진행자는 1명씩이다. 5년 간 KBS의 메타데이터를 제작하고 입력했던 인력업체 직원도 1명 있다. 메타데이터는 사진 파일에 저장된 노출 시간, 초점 거리 등의 정보처럼 데이터의 속성이 저장된 데이터다.

지역 계열사를 포함해 MBC가 6명으로 가장 많다. 본사 MBC는 3명, 대전MBC 1명, MBC강원영동 1명, 대구MBC 1명 등이다. 지역 민영방송의 청주방송이 4명, KBS가 3명으로 뒤를 잇는다. 대전방송에도 3명의 사건이 있고 광주방송에도 2명이 더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도 프리랜서 2명의 사례가 있다. 올해 첫 사건이 발생한 TBS는 계약서 없이 7년 간 일하다 갑자기 프로그램에서 교체된 한 진행자의 사례다.

▲직군 별 비율 그래프. 디자인=안혜나 기자.
▲직군 별 비율 그래프. 디자인=안혜나 기자.

21명은 최소값이다. 홍정민 의원실·양이원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 범위는 지상파 3사와 그 계열사로 제한됐다. 노동위원회 사건 경우 종합편성채널 중 JTBC 사례만 추가됐다. 특히 몇몇 방송사는 일부 현황을 누락한 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KBC광주방송은 지난 4월 한 프리랜서 AD가 퇴직금 청구 소송을 넣었으나 방통위에 이를 누락한 소송 현황만 냈다.

고용노동청을 통해 퇴직금을 청구한 프리랜서까지 합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고용노동부가 양이원영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 5년 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주요 방송사 14곳 체불임금 진정’ 목록을 보면 퇴직금 청구는 27건이다. 근로계약을 맺는 정규직·계약직·파견직은 1년 이상 근무 시 통상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치의 상당 부분은 프리랜서 사건으로 추정된다. 실제 27건 중 3건만 권리가 구제됐고 대부분 ‘반의사 불벌’이나 ‘법 적용 제외’ 등 이유로 기각됐다. 법 적용 제외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무직 프리랜서’ 왜 쓰나… 평균 월급 202만원

이들은 방송계 퇴출까지 각오한다. 한 방송사에 찍히면 그 회사와 연관된 곳에 구직이 힘들고, 악의적으로 형성된 평판이 방송계에 퍼지면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MBC 보도국에서 10년 간 같은 일을 하다 계약이 일방 해지된 작가 O씨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O씨는“시끄럽게라도 해야 방송사도, 사회도 들을 것 같아 싸움에 나섰다”며 “다른 작가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4년 JTBC 대응은 프리랜서들 사이에선 ‘악덕’으로 알려졌다. 그해 4월 입사 7개월 만에 해고 통보를 들은 프리랜서 CG작업자 D씨 일이다. 8개월 먼저 입사한 프리랜서 C씨가 노동청에 퇴직금 지급신청을 하자 JTBC는 나머지 프리랜서 3명에게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예능 프로그램 등이 폐지돼 CG 작업량도 줄었다”는 이유였다.

▲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던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그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으로 4년, 사내 계약직으로 2년 일하다 계약이 끝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던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그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으로 4년, 사내 계약직으로 2년 일하다 계약이 끝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C·D씨는 서울지노위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JTBC의 긴밀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직원처럼 일했다”는 판단이었다. JTBC는 D씨와 화해를 하는 듯 했으나 지노위 심문이 끝나자 ‘자회사 6개월 계약직’ 근로계약만 제안했다. D씨가 “제대로 된 정규직 고용이 아니고, 고용을 회피하는 해고”라며 완강히 버티자 두 번째 해고 통보를 내렸다. D씨는 다시 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해 중노위까지 이겼다. JTBC가 이에 불복해 소송까지 이어졌으나 추후 합의로 종결됐고 D씨는 방송계를 떠났다고 전해졌다.

'사무직 위장 프리랜서'도 있다. 청주방송 F씨와 대구MBC L씨 사례다. 청주방송은 라디오국 행정업무를 맡은 사무직을 ‘행정작가’란 프리랜서로 뽑았다. F씨는 2017년 회사가 정규직처럼 근태를 관리하며 휴가를 가지 못하게 막자 계획대로 휴가를 떠났고 돌아온 직후 해고됐다. 청주지노위는 F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L씨는 회계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13년차’ 프리랜서 사무직이다. 지난해 대구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 1심이 진행 중이다.

방송계 프리랜서 남용 실태는 아직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이재학 PD 사망으로 지난 3~5월 고용구조 진상조사가 이뤄진 청주방송이 유일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2020년 공공부문 47개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현황 자료도 MBC, KBS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전체 현황 파악이 되진 않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45개(MBC·KBS 제외) 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는 전체 종사자 6999명 중 약 29.3%(1925명)를 차지한다. 이중 910명(47.2%)이 방송작가다. 연출·편집 등 방송제작도 455(23.6%)명으로 비중이 크고, 아나운서, 리포터 등 진행자도 444명(23.0%)이다. 나머지는 기술설비 직군 38명, 분장 29명, 사무행정관리 28명, 뉴미디어 및 콘텐츠 관리 13명, 상담 4명, 성우 4명 등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방송사인 KTV(77.7%)와 국방TV(56.1%)는 프리랜서 비율만 각 65.2%와 56.1%에 달했다. EBS의 비정규직 비율은 57.3%이고, 프리랜서 비율은 34.4%였다. MBC 지역 계열사 16곳도 대부분 40~50% 대 비율을 보였다. 이들 프리랜서의 2020년 8월 기준 한 달 평균 소득은 약 202만원이다. 전체 프리랜서의 71.2%는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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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1-10 21:28:34
"지난 10년 ‘노동자성 확인’ 법적 싸움 21명, 17명이 프리랜서… 프리랜서 열에 일곱 여성, 평균 월급 202만원" <<< 정치에 관심을 두고 노동자 자신도 노동관련법을 잘 알아야 한다. 모두가 공조해야 노동법도 바꾸고 사각지대도 없앨 수 있다. 스스로 깨어있지 않고 남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면(노동자가 바쁘다고 신경 안 쓰면 더 나빠진다. 이를 기업이 꼼수로 이용하기도 한다), 노동환경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