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MBC 보도국에서 일했던 방송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정을 내놨다. MBC의 부당해고도 인정했다.

중노위는 지난 19일 MBC 뉴스투데이 작가로 일하다 계약이 일방 해지된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MBC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초심 취소’ 판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김씨와 이씨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부당해고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하지만 중노위가 서울지노위의 판단을 뒤집고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한 것이다.

중노위의 ‘노동자성 인정’은 MBC의 부당해고 인정으로 자동 연결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23·27조). MBC는 지난해 5월 이들에게 구두로 ‘한 달 뒤 계약 해지한다’고 통보한 뒤 퇴사 처리했다.

작가 2명은 지난해까지 근 10년 간 MBC 보도국에서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작가로 일했다. 이들은 보도국 관리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일했고, MBC가 업무 내용은 물론 출퇴근 시간 등 근태, 근무 장소와 방식까지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뉴스 아이템 선정부터 작성한 원고까지 보도국 데스크의 감독을 받았으며, MBC는 이들과 1년 단위로 프리랜서 계약을 갱신했고 지난해 계약 만료까지 6개월을 남기고 구두로 ‘해지’ 통보했다. 작가들은 같은 해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MBC를 상대로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작가 김아무개씨.
▲지난해 9월 MBC를 상대로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작가 김아무개씨.

이번 판정은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고용노동청은 지난해 JTBC 보도국 작가의 퇴직금 체불 진정에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지급 결정’을 내린 적 있지만, 전문 행정위원회가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복직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방송작가 김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처음이다. 하던 일을 다시 하겠다는 것뿐인데,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 ‘을 중의 을’인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자신이 노동자로 일했다는 사실조차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느낀다”며 심경을 전했다.

김씨는 “중노위 최후진술에서도 ‘작가들이 일한 현실을 보려면 MBC가 CCTV를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MBC가 주장하는 ‘고유한 창작 활동’이 사실인지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며 “싸움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MBC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다면 우리는 소송에서 다시 같은 부담을 질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어 “(노동자성을 가리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확실히 을들이 뭉쳐서 움직여야 한다는 실감이 든다. 후배 작가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노위 판정문은 한 달 안으로 나온다. MBC는 판정문을 송달받은 시점부터 구제명령을 이행할 의무가 생겨 한 달 안에 두 작가를 원직 복직 처리해야 한다. MBC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복직 처리 의무는 여전하다.

한편 중노위 판정이 나온 뒤 20일 낮까지 MBC 등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해당 소식을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방송작가유니온의 시위모습.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작가유니온의 시위모습. ⓒ방송작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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