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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플릭스’와 ‘넷챠’의 시대, 플랫폼의 경계를 허문 ‘SF8’
‘웨플릭스’와 ‘넷챠’의 시대, 플랫폼의 경계를 허문 ‘SF8’
[신정아의 콘텐츠 리터러시]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콘텐츠 'SF8'이 남긴 것

편집자주: '신정아의 콘텐츠 리터러시'는 단일미디어 속에 갇혀있던 스토리들이 OTT라는 새로운 기술의 옷을 입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환경을 주목한다. 본 연재는 OTT 콘텐츠의 다양한 포맷과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연결과 소통에 주목한다. 동시에 기술적 상상력 너머의 소외와 폭력의 그늘도 함께 비평하는 균형 있는 시선을 추구하려고 한다.

 웨이브(wavve)는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기반으로 폭넓은 팬층 확보와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웨이브는 2019년 9월18일 SK텔레콤과 지상파의 합작으로 탄생한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다. 통신사와 방송국의 결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웨이브의 출범 초기 인기 상품은 휴대전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 다시보기 서비스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집콕 생활과 랜선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OTT 서비스의 이용량은 급증했고, 플랫폼 간의 이용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OTT 이용자들이 평균 1개 이상의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는 점이다.

닐슨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OTT 서비스 이용행태에 따르면 한국은 평균 1.3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지역은 평균 2~3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플랫폼에서 독자적으로 생산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다르고, 독점 계약을 통해 공급되는 시리즈를 시청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층을 일컫는 용어도 있는데, 예를 들어 웨이브+넷플릭스 가입자는 ‘웨플릭스’, 넷플릭스+왓챠 구독자는 ‘넷챠’라고 부른다. 넷플릭스의 경우 서너 명이 구독료를 N분의 1씩 분담하고, 아이디를 공유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2개 이상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도 혼자서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구독의 기준이 단순히 경제적 이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창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공감을 주는 콘텐츠라면 공유와 댓글, 좋아요 등의 자발적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자료 출처: 닐슨 클릭코리안 홈페이지.
▲자료 출처: 닐슨 클릭코리안 홈페이지.

전통과 현대의 파도타기, ‘SF8’의 실험

‘SF8’은 지난 7월10일 웨이브 플랫폼에서 공개된 8편의 SF 드라마다. 웨이브가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DGK), MBC, 수필름과 함께 제작한 시리즈다. ‘플랫폼의 경계 허물기’라는 기획의 취지를 살려 MBC는 8월14일부터 8주간 금요일 밤 10시10분에 ‘SF8’을 한편씩 방영했다. 그러나 OTT 서비스에 최적화된 SF 드라마의 문법이 시청자들에겐 낯선 장르이기도 하고, 본방사수를 하기에는 ‘SF8’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8’를 웨이브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웨이브에서 전편이 공개된 7월 이후 누적 시청자 수 80만 명을 넘기면서 가입자 수 증가에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출범 1년 만인 지난 9월18일 기준으로 유료 이용자 수가 64.2% 성장했고, 무료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회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SF8’은 8명의 영화감독이 각 편의 연출을 맡았고, 출연진은 문소리, 예수정, 이연희, 이유영, 이동휘 등 연기파 배우들과 최시원, 유이, 하니 등 아이돌 출신 연기자 등 다양한 세대로 구성되었다. 8편 모두 소설 원작이 있고, 콘텐츠 제작을 위해 각색 과정을 거쳤다. 제작 총괄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전통 장르인 영화와 달리 4~50분 길이의 짧은 SF 시리즈를 OTT 서비스로 감상하는 것이 감독과 관객들 모두에게 새롭고 낯선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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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8’ 예고편. 사진출처=네이버TV 갈무리. 

민규동감독이 연출한 ‘SF8’의 1회 ‘간호중’은 주인공 ‘연정인’의 엄마를 간병하는 로봇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간병 로봇은 임대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다. 고급형 로봇은 병실 청소, 목욕 서비스, 환자 가족 돌봄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그러나 연정인의 옆방에 입원한 치매 환자의 간호 로봇은 값싼 보급형으로 환자의 식사, 투약, 환복 등 기본 서비스만 제공한다. 치매 남편을 위해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까지 얻어서 간호 로봇을 대여했지만 기본 서비스 외의 노동은 모두 아내의 몫이다. 결국 오랜 간병과 건강 악화로 고통받던 아내는 남편의 목을 조르지만 간병 로봇의 방해로 실패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옆방 보호자의 죽음 이후 연정인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삶을 비관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간호중은 고통에 빠진 돌봄 2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마음의 위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걱정과 염려, 기대와 책임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고 싶습니다.”

이 대사는 간호중이 상담 전화로 수녀님에게 연정인을 걱정하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로봇에겐 마음이란 영역이 없죠?”라고 묻는 수녀보다 “마음의 위치는 모르지만, 생명을 살리고 싶다”고 말하는 로봇의 간절함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명분에 갇혀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답답한 현실이 투영되었기 때문일까.

김의석 감독이 연출을 맡은 8회 ‘인간증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들의 뇌 일부를 생전의 아들과 동일하게 제작된 안드로이드 로봇에게 이식한 후 살아가는 모자의 이야기다. 로봇 아들은 엄마가 원하는 최적의 상태로 존재하기 노력하지만, 엄마에겐 그저 아들의 뇌를 저장해 둔 ‘용기(用器)’에 불과했고, 로봇의 ‘최선’은 인간을 위한 ‘서비스’로 인식된다. 그러나 아들을 잃은 엄마의 고통과 슬픔 앞에서도 로봇 안에 살아있는 인간 아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엄마와의 상호작용으로 공감 능력이 향상된 안드로이드 로봇은 엄마의 깊은 상실감은 외면한 채 자신의 고통만 호소하는 나약한 신경증 환자인 아들의 존재를 머릿 속에서 삭제한다. 얼마 후, 엄마가 로봇 아들을 살인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고, 검사 결과 로봇 내부엔 생전의 아들 정보가 모두 소멸된 것으로 확인된다. 왜 인간 아들의 정보를 삭제했는지 추궁하는 경찰에게 로봇은 대답한다.

“제가 감히 인간을 증오하고 인간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의지를 갖고 선택해서 인간을 죽였습니다.”

“제가 감히 인간을 증오하고 인간에 분노합니다”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1화에서 보호자를 살리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파국을 맞이한 간호중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지만 결국 또다시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처절하게 파괴되고, 부서지고, 소멸되는 또 다른 인간의 투사들. ‘SF8’의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들은 어쩌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지켜주는 따뜻한 소통의 신호들이 아닐까.

코로나19로 국내외 영화제들이 대거 취소되거나 온라인 상영으로 전환되는 사태를 맞이하면서 ‘영화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 ‘SF8’ 감독들. 관객들이 ‘SF8’을 보면서 가까이 다가온 포스트 휴먼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이, 감독들은 ‘SF8’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OTT 콘텐츠로 리부트되는 영화의 새로운 변신을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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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2020-10-12 15:30:50
글 잘 봤습니다.

이다빈 2020-10-11 20:28:19
기사 잘 봤습니다. ott 산업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바람 2020-10-11 17:42:41
나는 분명하게 완전한 독점(100%)은 반대한다. 그러나 변화(코로나, OTT 상황)를 거부하면 고이고 썩게 된다.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를 캐취하고 지켜봐야 한다. 물론, 자본의 한계가 있다. 이는 정치/경제/세계 패권과 무역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왜 비판받고 있나. 무지막지한 자본과 보조금으로 회사를 키우기 때문이다. 이를 세계와 G20은 계속 지켜본다. 보호무역(자국 산업 키우기)이 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는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다자외교/무역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시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중국 화웨이, S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