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내용 공개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엔 강 의원과 기밀을 유출한 외교관을 모두 강하게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뤘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강 의원에 간첩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강 의원 주장이 전체로 볼 때 사실무근이라는 게 기본입장이라면서 일부 사실이 있을 것이고 일부의 거짓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 주장이 모조리 사실무근일 경우 기밀누설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화내용의 진위에 의심이 계속되자 “강 의원이 (기밀내용을) 완벽히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발표한 내용밖에 없지 않느냐”며 “자신이 그렇게 들었다고 주장할 뿐이고, 그 주장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 기존 입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무근은 (강 의원) 주장에 일부의 사실이 있을 테고 일부의 거짓이 있을 테고, 여러 가지가 섞여있을 것”이라며 “종합 판단해서 (대변인이) 근거없다고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기(강 의원 회견 내용)엔 터무니없는 얘기도 들어 있었다”며 “그게 어떤 것인지, 통화내용 자체가 기밀로 분류돼 일일이 공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원인 kakao-***이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국가 기밀을 유출·공개한 국회의원 강효상과 외교부 직원을 모두 강력히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하룻만에 4만에 육박하는 속도로 청원동의가 이뤄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58분 현재 3만9900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청원인은 “지난 2019년 5월9일 국회의원 강효상이 함부로 공개한 청와대와 백악관의 통화내용은, 3급 기밀에 해당하는 중요한 국가 안보 사항이었다”며 “그리고 국회의원 강효상은 이 정보들을 평소 고교후배로 내통해온 외교부의 한 직원으로부터 보이스톡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간첩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도, 외교상 기밀 누설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다”며 “향후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간첩행위가 외교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국가 기밀을 공개한 국회의원 강효상과, 이를 유출ㆍ전달한 외교부 직원 모두 국법에 따라 철저히 죄를 물어주시길 청원한다”고 썼다.

그는 “법원도 이 엄중한 사태에 정치적 쏠림없이 적확한 판결을 내려주길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도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런 지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나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임시최고위원회의에서 “현직 외교관이 국가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한미 정상 간에 오고간 내용은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이것을 외부에 유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간첩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각한 국익훼손으로 철저한 진상을 조사해서 관련자 전원에게 응당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청와대의 사실무근 해명 후 국가기밀 유출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말을 바꾸게 된 경위부터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청와대 당초 발표처럼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통화 내용이 사실 무근이라면 강 의원은 국가기밀을 누설하지 않은 게 된다”며 “강 의원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현직 외교관이 강 의원에게 누설한 3급 국가기밀은 대체 무엇이고, 이를 강 의원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했는지 확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23일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강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명백한 국가적 범죄에 해당되는 한미 정상회담 대화 내용 공개를 ‘구걸 외교’, ‘공익 제보’, ‘정치 보복’이라는 작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주미대사만 보는 3급 기밀문서를 공관직원들이 뜯어서 봤다는 추가 사실은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강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국가기밀과 공익제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면 자격상실”이라며 “기밀 유출 당사자인 강효상 의원은 법적 조치로 단죄되기 이전에 먼저 의원직을 사퇴해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엄중히 책임을 묻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효상 의원과 외교관 직원 처벌 촉구 국민청원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효상 의원과 외교관 직원 처벌 촉구 국민청원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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