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을 청와대와 외교부가 확인했다.

강 의원이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G20이 열리는 일본에 방문갔다가 잠깐이라도 방한해달라는 요지의 대화내용을 공개해 문제가 됐다.

이보다 더 미묘한 문제는 청와대와 외교부가 이를 기밀누설로 판단하는데 있다. 이미 청와대는 지난 9일 강 의원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며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했으나 이 내용을 기밀로 판단한다는 것은 강 의원 주장이 기밀이라는 것이고, 그러면 이것이 사실이라는 논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의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이 거짓이 될 수 있는 문제에 직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청와대 공식 입장이라기 보다는 어제(22일) JTBC 보도로부터 시작됐는데, 대외 공개가 불가한 기밀로 분류된 한미정상회담 통화내용이 유출된 것이 확인됐고, 유출자가 누설행위에 대해 시인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알권리, 공익제보라는 나경원 원내대표 등의 주장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공익제보 성격이라는 뉴스가 있는데, 공익제보라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말하는 것이지, 한미 정상간의 통화내용이 공익제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 사안은 한미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여서 민감하고 조심스럴울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3급 기밀에 해당되는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이 누설된 것이 (한미간 신뢰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지 공익제보와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5월 말에 잠깐이라도 방문해달라’고 했다는 강 의원의 주장 자체는 팩트인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정상간의 말씀 원본 공개 자체가 또 다른 기밀의 발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 9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당시 입장과 변함이 없느냐는 기자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결국엔 사실관계 파악 위해서는 원 내용과 비교해야 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원본 내용 자체를 공개하는 것자체가 발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왜 기밀을 열람한 뒤 강효상 의원에게 전달할 때 정확히 전달하지 않고, 허위 또는 일부 허위로 전달한 것일까.

이 같은 질의를 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내용이 사실이고 틀리는지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거듭 밝혔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강효상 페이스북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강효상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이 이 유출자에게 정보 수집을 강요한 정황도 조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시아경제는 23일자 ‘강효상 겨냥하는 靑 “정상 통화 유출한 외교관에게 강요 여부 조사”’에서 “청와대가 ‘해당 외교관이 왜 통화 내용을 유출했는지, 강 의원의 강요나 압박이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며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관뿐만 아니라 이를 수집해서 공개한 강 의원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따져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관이 혼자서 떠들었다면 (강)의원이 괜찮겠지만 그게 아니고 (정보를 내놓으라고) 재촉을 했다거나 강요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진위여부를 묻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것은 조사과정 중에 내용이기 때문에 중간에 있었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사방법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휴대폰 감찰의 경우 대상자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 기 때문에 불법이 없다”고 답했다. 인사조치 관련해서는 외교부가 감사결과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

강효상 의원도 책임의 대상인지를 두고 이 관계자는 “강효상 의원이 우리의 감찰이나 감사 대상은 아니다”라며 “강 의원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외교부직원의 경우 외교부 소속이니 외교부가 종합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경호처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감찰 내용과 결과 등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반응이 있었는지에 이 관계자는 “유출된 것에 대해 미국 반응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제보자를 찾겠다며 외교부 직원의 휴대폰 압수수색했다며 이는 청와대가 자신들의 반론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야당의원의 의정활동에 더 이상의 부당한 강요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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