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이정현 후보가 차기 대표로 선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말을 새누리당의 친박계 당 대표 ‘호위’를 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친박계는 차기 대선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현 신임 당대표는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총 4만4421표를 얻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전국 선거인단과 대의원 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최종 득표 결과다.

2위인 주호영 후보는 3만1946표로 1위 이정현 신임 당대표와 1만2475표 차이였다. 이어 이주영 후보 2만1614표, 한선교 후보 1만757표를 얻었다.

친박계는 당대표에 이어 최고위원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친박계인 이장우(3만4971표) 후보, 조원진(3만7459표) 후보가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 비박계에서는 강석호(3만3351표)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다. 강석호 후보는 지도부에 입성한 유일한 비박계 후보가 됐다.

여성 최고위원과 새누리당이 첫 도입한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박계 세결집이 확실히 드러났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비박계 대항마로 여성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최연혜 후보는 2만7080표를 얻으며 여성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최연혜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도 강석호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비박계 이은재 후보(2만3888표)는 2만3888표를 얻어 최연혜 후보에 3000여표 뒤졌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이용원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유창수 후보가 6816표를 얻어 이부형(5655표) 후보를 꺾고 첫 청년 최고위원직에 당선됐다.

이정현 신임 당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당대표가 된 기쁨보다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4차 전당대회에 참석한 이정현(가운데)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후 김희옥(왼쪽) 혁신비대위원장,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정현 신임 당대표는 당 사무처 출신인데다가 친박으로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읽어 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4·13 총선을 위해 청와대를 다선 이후 꾸준히 친박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탈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에는 ‘험지’라고 하는 전남 순천에서 두 번째 당선되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선거기간 동안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신임 당대표는 당심과 민심을 골고루 얻었다. 한 경북도의회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친박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당원들”이라면서도 이정현 후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그래도 친박이 해야 하고 이정현 후보 정도면 된다. 호남이라서 새누리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당대표 선거 출마 후 지난달 말 불거진 이정현 신임 당대표의 청와대 수석 시절 보도 개입 논란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논란이 된 즉시 사과한 후 “이미 입장 표명은 다 했다”는 말로 일관했던 이정현 신임 당대표의 잡아떼기 전략이 먹혔다.

보도 개입 문제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주류 언론과 문제제기했던 측조차 후속 조치를 이어가지 않으면서 이정현 신임 당대표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애초 3선 의원으로 당대표에 선출되기에는 못 미덥고 노골적인 친박 거리두기 행보에 불편한 심사를 내비쳤던 친박도 막판에는 이정현 신임 당대표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이정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오더 정치’가 작동했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친박계인 이우현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2년 전에 이쪽 친박을 도와준 후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후보도 있다”며 “이주영·한선교 후보 같은 경우가 지금 그렇다(친박을 도와준 후보가 아니다)”고 친박계의 이정현 신임 당대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정현 신임 당대표 당선으로 친박계는 한 시름을 덜게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인” 대신 친박계의 지원을 받으면서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정현 신임 당대표가 호남 변방의 ‘혁신’을 강조했던 점이 당대표가 된 후 어떻게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다만 친박계가 의중을 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내 정치 등판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당대표의 가장 큰 변화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을 당대표로 세운 새누리당의 ‘행운’은 ‘전당대회 당일 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총선 당시 공천 개입 논란으로 심판을 받은 친박이 자숙 시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차기 당권을 잡았다는 것이 민심 이반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결국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와 함께 침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내년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범여권이 상당히 요동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어 “내년 대선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 상황에 따라 여권 내 새로운 세력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그마저도 가망성이 없다고 하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흐름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정현 당대표 체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데 중점을 둘수록 당내 괴리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총선 이후 꺼내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차기 대권의 대안 제시보다는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흘러가게 만들어놨다며 “사드 논란은 실제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내년 연말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극대화될 것”이라며 “대선 논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제기한 매국·애국 논란 등 프레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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