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청년·여성 예비후보자에 이어 전국의 예비후보자를 잇따라 서울로 불러들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꽤 오랜 시간 대회 현장을 지키면서 국민공천제도에 힘을 실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개소식 정치’와 맞서는 ‘워크숍 정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국회 의원화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예비후보자 워크숍’에 참석해 “어제(4일)까지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을 보면 총 1329명 중 새누리당 734명으로 무려 55.2%를 점유해 새누리당 당적으로 출마하신 분들이 월등히 많다”며 “국민공천제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에 대해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정당 역사에 획을 그은 공천혁명이자 정치 혁명”, “새누리당에서는 구태 정치처럼 어디에 줄을 서야 하나 고민하고 중앙 당직자에게 눈도장, 발도장 찍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서도 김 대표는 “중앙 당직자에게 줄서서 공천 받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예비후보 워크숍에서 천장을 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우선 공천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장과 황진하 사무총장 등에게 확인한 결과 언론 보도가 일부 왜곡 됐다”며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현수막을 전국에 수천 장 붙이면서 한 약속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룰이다. 누구도 손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황진하 사무총장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국민공천제 경선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예비후보자와 선거 캠프 구성원들은 이 설명을 받아 적거나 음성 녹음·영상 녹화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한 김석준 전 국회의원(17대)은 “오전 7시 KTX를 타고 서울로 왔다”며 “과거 밀실에서 공천하던 걸 국민에게 돌려준 것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국민공천제를 적극 환영했다.

첫 출사표를 낸 이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박수원 예비후보(여주·양평·가평)는 “옛날 밀실 정치에 대한 의구심이 컸는데 그걸 안 한다고 확실히 선포를 한 것“이라고 국민공천제의 장점을 말했다.

하지만 박 예비후보는 “기존 국회의원 눈치를 보는 당직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벽이 느껴진다”며 “신인 입장에서는 당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데 당직자들이 당원 명부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은 정치 신인 뿐 아니라 초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들도 상당 수 참여했다. MB정부 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과 종로 재선의 박진 전 의원, 정하균 전 의원, 김선동 전 의원 등이 빨간색 새누리당 점퍼를 입고 예비후보로 참석했다.

하지만 대구와 영남권에서 출마한 ‘진박’ 의원들은 이날 예비후보 워크숍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에서 고위 공무원을 했던 공통점을 가지고 ‘진박 연대’라며 서로 뭉치고 있다.

▲ 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 한 참가자가 국민공천제 경선 관련한 황진하 사무총장의 설명을 노트에 적고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일했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당에 복귀한 후 진박 의원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잇따라 참석하며 ‘진박 감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박 대통령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진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여성개혁 앞으로’ 공천 설명회에 모두 참석하며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 예비후보들에게는 최대 20% 가산점을 주도록 해 배려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거에 사용될 수 있는 사진을 일일이 찍어주기도 했다.

진박 후보들이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선거사무소 현수막과 명함, 홍보물 등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더 이상 해줄 것은 없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하고 여성 후보자와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최 의원의 ‘마케팅’ 대결에서 김 대표가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공천제가 사실은 비박 혹은 반박 마케팅인데 언론에서는 김무성의 ‘국민공천제’와 최경환의 ‘진박 마케팅’으로 포장되면서 김 대표의 ‘비박, 반박’ 이미지가 상쇄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최 의원에 대해 “언론에 의해 ‘진박 마케팅’으로 이름이 붙여지면서 대구 외의 확장성을 잃고 있고 심지어 수도권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며 “대구 지역에서도 유권자들의 평가가 안 좋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실패한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