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세월호 보도를 자화자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2014년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안)’의 보도 부문 작성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였던 것이 확인됐다. 

MBC 경영평가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의해 매년 실시된다. 방문진은 이를 위해 분야별로 전문가를 위촉해 MBC 경영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보도, 제작, 기술, 경영, 편성 등 각 분야마다 1명씩 위촉, 총 5명이 평가단을 구성한다.

올해 평가단 5명 모두 교수였으며 한 사람당 보고서 작성 대가로 1000만 원가량을 받는다. 평가단은 방문진 이사로 구성된 소위원회(여당 이사 2명, 야당 이사 1명)와 조율을 통해 보고서를 완성한다. 이번 소위원회는 여당 추천 김원배·차기환 이사와 야당 추천 권미혁 이사였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 보고서에서 보도 부문을 담당했던 이는 손영준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였다. 손 교수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 임명한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이사다. 진흥회는 연합뉴스 주식의 30%를 갖고 있는 대주주로서 방문진과 같은 관리감독 역할을 한다. MBC 역시 연합뉴스 주식의 22.3%를 갖고 있는 3대 주주여서 자격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 몫인 권미혁 이사는 편성 부문 인사만 추천한 것으로 확인돼, 손 교수가 평가단에 참여한 데는 여당 이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제4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들이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부터 임명장을 전수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위치한 인사가 손영준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 뉴스통신진흥회
 

이 보고서는 지난 17일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논란이 됐던 부분은 세월호 보도를 평가한 대목이었다. 보고서는 “사고 직후 5일 동안 종일 특보체제를 유지하면서 사고 발생 실태와 원인, 희생자 대책, 유가족 반응, 검찰과 경찰의 대책, 여론 동향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MBC 보도를 높게 평가했다.

<관련기사 : 방문진 보고서 “MBC 세월호 보도, 상당한 성과”>

사고 당일 희생자 보험금을 따진 MBC 보도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사가 이를 보도했는데 MBC만 보도한 것처럼 비난한 부분도 있고”라고 평가했고,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한 국회의 지적에는 “타 방송사도 1~2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세월호 유족의 정부 비난과 시위 관련 보도량이 KBS, SBS에 비해 적다는 비난도 일부 제기됐다”며 “그러나 일부 세월호 유족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의혹 중 상당 부분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 세월호 국정원 소유설, 대통령 잠적설 등 객관적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합리성이 떨어지는 주장들이라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이 담기에는 부적절한 것이 많았다고 본다”고 했다. 

   
▲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왜곡 보도에 항의하며 “MBC는 반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MBC는 세월호 국면에서 전원 구조 오보는 물론, 실종자 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 죽음을 불렀다는 취지의 리포트 내보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세월호 농성장을 ‘불법’ ‘난장판’ 등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올해 초 MBC의 왜곡 보도에 항의하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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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부문 보고서 작성자인 손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보도에 대한 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제가 발언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논쟁이 일 수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석 달 전에 글을 쓴 것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뭐라고 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로서 MBC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에 임명되기 전에 평가단 제안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MBC 일을 하기로 해놓고 나중에 못한다고 하면 방해가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별히 이사라는 직책이 MBC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나름대로 엄격하게 역할을 구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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