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보도에 대한 자화자찬의 내용으로 비판받은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경영평가보고서가 올해도 MBC 방송평가에 불리한 지표를 부정하거나 누락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경영평가 ‘2015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안)’에는 거의 매년 들어갔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 보고서’ 내용이 통으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단독] 세월호 MBC 자화자찬 보고서, 대통령 추천 이사가 썼다)

KISDI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KI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의 만족도를 측정한 방송채널 평가 결과 지상파 방송 부문에서 KBS1의 시청자평가지수(KI)가 7.47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S2(7.13점)와 SBS(7.09점), MBC(7.02점)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 점수는 10점 만점으로 시청자들이 측정한 점수의 평균값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KI 지수에서 최하 평가를 받은 MB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흥미성 △다양성 △창의성 △공정성 △공익성 △신뢰성 △유익성 등 7개 항목의 채널평가지수 중 ‘흥미성’과 ‘창의성’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 

지상파 4개 채널 시청자만족도 조사결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 재가공.

그러나 ‘MBC 경영평가보고서(안)’에는 보도·시사의 공영성 등과 관련한 방송II 분야(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에서 KI 보고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평가단이 분석 작업을 시작한 지난 4월까지 지난해 KI 지수가 발표되지 않아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창의성과 신뢰성, 유익성, 다양성 등 완성도와 관련된 계량적 지수를 참고할 수 없어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KISDI는 ‘2015년 KI 조사 보고서’를 이미 지난해 12월31일 발행했으며 현재 KISDI 홈페이지 ‘연구보고서-정책자료’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말에야 보고서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언론에 보도됐지만, 평가단이 지금도 계속 경영평가보고서를 수정·보완 작업 중임에도 지난해 KI 지수가 발표되지 않아 보고서에 반영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순적이게도 경영평가보고서의 편성·제작 공익성 등과 관련한 방송I 분야를 작성한 최현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보고서 가안에 “방송통신위원회와 KISDI의 2015년 KI 조사 결과에 따르면 MBC는 7.02점으로 전년도 대비 0.5점 하락한 점수를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MBC는 현행 KI 조사의 조사 방식과 조사 설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 조사업체만 변경됐을 뿐 충분한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평가단은 “전년 경영평가에서 KI 조사와 QI(MBC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 품질지수) 조사가 왜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과 관련된 것”이라며 “방통위가 방송법에 의거, 매년 실시하는 KI 시청자평가지수조사는 결과가 방송 평가에 반영되므로 MBC는 조사 결과를 주시했는데 MBC는 KI의 조사 단계, 채널 평가, 활용 등에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MBC 측의 입장을 실었다. 

올해 평가단 보고서 방송II 분야에 KI 지수를 반영하지 않은 윤영철 교수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고서 작성) 절차나 과정은 방문진에서 결정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KI 보고서) 아젠다에 대해 평가단에서 아직 회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2일 경영평가소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사회 승인 전에 평가단에서 얼마든지 내용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관련기사 : “MBC 경영평가단도 여당추천 인사들로 장악”

2015 지상파 방송사별 채널성과지수. 자료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5년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 보고서’
아울러 평가단은 MBC의 ‘공익성과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내부 자율제도’와 관련해 “심의국 주관으로 ‘공정성위원회’를 구성해 TV와 라디오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공정성위원회를 통해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MBC 스스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를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질적 제고를 꾀하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MBC의 한 기자는 “실제로 회사가 임명하는 공정성위원회에서 어떤 걸 지적하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아 제대로 굴러가는지도 알기 어렵다”며 “내부 구성원들과 외부에서도 MBC 보도가 다 불공정하다고 말하는데 불투명한 공정성위원회가 있다고 공정성이 제고됐다고 평가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서울지부를 비롯한 18개 지역지부 조합원 16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439명(85.1%) 중 지금의 MBC 뉴스가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89.8%나 나왔다. 조합원들은 MBC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 가까이 ‘친정부적 보도 태도와 경향(75.8%)’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를 통틀어 MBC가 가장 불공정한 총선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MBC 친정부 보도, 이명박 때보다 심해졌다”, △“총선 ‘불공정 보도’ MBC가 가장 심했다”

지난달 1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게다가 MBC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파업 참가 기자 상당수가 비제작 부서로 전보된 상황에서 사측이 70여 명의 경력 기자를 채용해 보도국을 ‘물갈이’하려는 것에 내부 반발이 큰 상황임에도 평가단은 “조직 운영의 효율화와 성과의 극대화를 실현하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평가단은 “수시 경력 기자 채용을 통한 우수 인력 확보 전략도 능력을 이미 검증받은 기자를 선발하고 기수 문화의 경직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 취재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9월부터 2012년 파업 이전까지 MBC는 총 43번의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지만, 이후 MBC 본사 기자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것은 불과 2번뿐이다.

지난 1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일명 ‘백종문 녹취록’에선 MBC 경영진이 경력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출신 지역을 따져가며 인사검증을 했다는 등 그동안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채용이 이뤄졌는지 보여줬다.(관련기사 : MBC 손정은 아나운서 등 또 뉴스에서 배제)

백 본부장은 “밑에서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큰 명제를 가지고 인사가 끝나고 올해 안에는 조직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며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다 그쪽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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