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최성준 위원장)가 1일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이사로 추천했다. 사실상 ‘이사장 청와대 내정설’이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의 뉴라이트 성향 역사관이 논란이 일으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긴급 상임위원 정례회의를 열고 이 교수를 KBS 이사로 추천했다. 야당 추천 김재홍, 고삼석 위원이 표결을 반대하며 퇴장한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 위원 3명은 표결을 강행했다. 

이날 회의는 사실상 추천안 강행 처리를 위한 ‘형식적 자리’였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오전 9시에 시작한 회의를 한 시간 안에 끝마치겠다고 못 박았다. 해외 출장을 떠나는 허원제 부위원장의 비행 시간을 핑계로 댔지만, 방송법상 보궐이사 추천은 전 이사 사표 수리 후 30일까지 가능하다. 

   
▲ KBS 이사장 후보로 내정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JTBC '뉴스9' 화면캡처
 

이길영 전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건 겨우 6일 전이다. 고삼석 위원은 일단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허 부위원장이) 갔다 와서 결정해도 되는 사안”이라며 “회의 시간을 정해놓고 진행한 것은 합의제 위원회로서의 합의적 운영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 위원은 이인호 후보자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추천된 후보자가 KBS의 공적 책무, 공사의 독립성, 공공성 보장을 담당할 이사로서 그리고 이사장 유력 후보자로서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BS 안팎에선 이 추천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 앞으로 논란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이인호 씨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라고 적극 두둔했던 역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문창극이 KBS에 들어오는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의 친할아버지인 이명세씨의 한시. 이미지=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IV-12권 갈무리.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교문위·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경술국치 104년인 지난 8월 29일 박근혜 정부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파 이명세(李明世)의 손녀인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KBS 이사장에 내정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의 ‘역사전쟁’이 시작됐다]

이들은 “대표적인 친일파의 후예가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에 대한 죄악”이라며 “특히 이인호는 뉴라이트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지지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인호 교수의 할아버지인 이명세씨는 2005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기구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되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포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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