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뉴라이트 인사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KBS 이사 임명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프랑스가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나치 독일에 협력한 부역자 후손을 임명한다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① KBS 이사로 추천된 이인호는 누구인가 ]
[관련기사 ② ‘뉴라이트 방송’을 만들겠다는 건가 ]
[관련기사 ③ 박효종·이인호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명예교수의 KBS이사 임명에 대해 “정상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명예교수가 대표적인 친일 뉴라이트 인사로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명예교수는 KBS가 보도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강연 영상에 대해 “감명받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 조부의 친일 행적을 적극 변명하며 역사 왜곡에 앞장섰다는 비판도 받았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언론정책 방향을 정해준 결정”이라며 “기자협회 등에서 공정한 보도로 평가한 문 전 후보자의 KBS 보도를 비난한 이 명예교수를 (KBS이사로) 임명한 것은 노골적인 언론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역사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한 이인호 KBS 이사장 임명 철회 촉구 성명 발표 기자회견. 사진=김유리 기자
 

박 대통령의 언론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장악을 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며 언론장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공안검사 출신의 박만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이어 뉴라이트 인사인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3기 방통심의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공안 및 뉴라이트 인사들을 언론계에 포진시키며 언론장악 의혹을 받았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 의도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은 집권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며 “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 내지 관리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언론노조 뿐 아니라 '시니어' 언론인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이길영 KBS 이사장의 느닷없는 사표 제출은 이 명예교수의 (이사장) 임명을 통한 청와대의 KBS 재점령 작전 일환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 교수 자체가 KBS 이사에 부적절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재점령, 재장악 공작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국민과 함께 반대하고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 위원이기도 한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본의 동북아 역사 왜곡과 패권주의적 망동이 계속되는데 박 대통령이 친일 극우 인사를 이곳저곳에 임명하면, 외교 당국의 일본에 대한 항의는 물론 국회와 전국민의 일본 규탄 노력을 무력화시키게 된다”며 “이 교수의 KBS이사 임명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교수 임명 철회 촉구 성명에는 13개 언론·역사 단체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 이종걸·문병호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0명이 함께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 추천 위원의 반대에도 지난 1일 이길영 전 KBS이사회 이사장 후임 이사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방통위의 이 명예교수 임명 제청안을 재가했다. 이 명예교수는 KBS 이사들 가운데 최연장자로 호선에 의한 후임 이사장 선출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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