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8일 방송에서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확인’이란 자막을 내보낸 것에 대해 5일 만인 23일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KBS는 구조당국이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뉴스특보 중 자막을 내보내고 앵커가 이를 언급했지만 곧 구조당국이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보로 밝혀졌다.

당시 KBS는 자막방송 이후 앵커가 즉각 이 사실을 정정했다. 이어 20일 방송된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해당 보도가 오보임을 시인했다. 하지만 KBS 차원의 공식 사과가 없어 안팎의 비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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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KBS는 23일 오후 5시 방송된 뉴스특보에서 앵커가 “지난 18일 오후 4시경 뉴스특보 중에 구조당국이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했다는 방송 내용과 자막에 대해서 일부의 지적이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속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속보 처리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유감 표명’에서 주목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KBS 측은 이를 ‘오보’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KBS는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해당 자막을 ‘오보’로 밝혔지만 정작 23일 입장을 표명할 때는 단지 “정제되지 못한 표현”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KBS 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관련 자막이 오보인지 여부는 판단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그 표현이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들에게 충격적일 수 있기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란 설명이다.

   
▲ 지난 18일 방송된 KBS 뉴스특보 중 자막
 
두 번째는 사과 방식이다. KBS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속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사과라기보다 배경을 설명하는 형태다. 충격적인 문구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보도였는데 이를 ‘논란’으로 규정했다는 점도 KBS 사과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속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힘들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재난주관방송이라면 속보성 보다는 정확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이것이 다른 언론매체와 다른 점”이라며 “그런 문제에 대해 명백한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속보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은 국가재난주관방송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유야 어찌됐든 오보를 낸 것에 대해 잘못했다. 실수다. 용서해 달라는 것이 사과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KBS 메인뉴스인 뉴스9의 시청률 하락 원인으로 뉴스 신뢰도 문제를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KBS는 “종일 뉴스 특보를 방송하다 보니 뉴스 시청률이 분산됐을 가능성이 높고 뉴스9의 방송 시간이 밤 11시까지로 평상시 보다 1시간 정도 늘어난 데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KBS 측은 “뉴스9 편성시간이 평소대로 돌아온 21일 이후 다시 시청률이 회복돼 19~20% 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특보 기간 뉴스9의 시청률 하락은 특보 체제 운영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KBS는 “지상파 사상 최장 릴레이 재난방송에도 현장요원들은 사명감 하나로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배 멀미를 이겨내는 투혼을 발휘했다”며 “밤을 지새우고, 뛰어다닌 KBS 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을 부정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서 MBC나 SBS의 경우 시청률이 다소 상승했다. 반면 KBS는 3~5%정도 떨어졌다. JTBC의 경우 이번 재난보도 과정에서 메인뉴스인 뉴스9가 1.8%대에서 4%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시청률 하락에 대한 다양한 원인이 있을텐데 신뢰도의 문제만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KBS 측은 보도자료에서 “16일은 뉴스9가 지상파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1위였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계속된 KBS 뉴스특보는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며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오전부터 22일까지 KBS는 133시간 10분 동안 특보를 방송해, 평균 시청률은 7.2%로, 다른 지상파 방송사보다 2.4~2.5%p 높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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