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의 시청률이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어느 때보다 뉴스 소비가 높아져 타 방송사의 뉴스 시청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KBS만 하락한 것이다. 21일 <뉴스9>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시청률이 크게 떨어져 이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국가재난주관방송인 KBS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시청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전국가구기준 일일시청률에 따르면 KBS는 사고 전날인 15일, 20.1%를 기록했지만 19일에는 11.8%까지 떨어졌다. 다만 21일에는 21%로 회복했다.

KBS의 시청률 하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이는 KBS의 세월호 보도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BS 안팎에선 결국 신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KBS가 자초한 면이 있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방문한 지난 17일 타 방송사와 달리 실종자 가족들의 ‘원성’을 전하지 않았다.

오보 문제도 심각하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특보 도중 ‘세월호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 자막을 내보내고 앵커가 이 소식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는 곧 오보로 밝혀졌고, 앵커가 이를 정정했다. 그러나 KBS가 오보를 직접적으로 인정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았다.

KBS는 지난 20일 방송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해당 보도가 오보임을 시인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민영 KBS 기자는 “지난 18일 선내에서 시신들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오보로 확인됐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KBS는 구체적인 사과 계획이 없다. KBS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사과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안팎에서는 해당 오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이 워낙 자극적이고 즉각 오보임이 드러날 만큼 확인도 소홀했으니 ‘길환영 사장이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혀놓고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넘어가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며 “정확도에 관심을 둬야 할 국가재난주관방송인 KBS가 다른 방송처럼 실수하고도 사과 없이 넘어가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고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한 기자도 “기자가 수중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받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얘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KBS의 시청률 하락에 대해 “KBS가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KBS가 국가재난주관방송이라는 것을 정부도 KBS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큰 문제는 KBS가 지나치게 대통령과 정부쪽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에 대해 속 시원한 지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KBS도 스스로 인정했다. KBS는 지난 21일 특집 KBS <뉴스7>에서 “(정부가)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고, 이런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언론에 대한 불신도 함께 커졌다”며 “이제라도 구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망자 등의 민감한 정보는 확실히 검증한 후 공개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자성이 아닌 지적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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