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장재구 회장의 인사 조치에 불복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서를 2일자 신문 1면에 게재했던 한국일보에서는 인사명령 거부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3일자 신문에서는 2일 열렸던 비대위 비상총회 내용을 전하는 기사가 2면에 배치됐다가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권순범)는 3일 한국일보 노조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한국일보 노조 측 관계자들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고발 경위와 내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지난 2006년 한국일보 사옥 매각 과정에서 장재구 회장이 회사 자산인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 결과적으로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노조, 장재구 회장 배임 혐의로 고발>)

 
한편 3일자 신문에는 전날 열렸던 비상총회 소식을 담은 기사와 사진이 지면에서 삭제됐다. 한국일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애초 3일자 신문 2면에는 2일 오전 열렸던 비대위 비상총회 소식을 전한 기사가 사진과 함께 배치됐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파악한 사측이 해당 기사를 빼고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2014년도 대입 설명회’ 소식을 전하는 사고(社告)를 배치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 2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비상총회 모습.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비상총회 소식을 담은 기사는 결국 신문에 실리지 못했고, PDF 서비스에서는 해당 부분이 공란으로 남겨졌다. 노조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전산에서 빼도록 해 (해당 기사가) 아예 인쇄 쪽으로는 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2일자 신문 1면에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비대위 성명서를 게재해 파문이 확산된 바 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노조, 장재구 회장 상대로 ‘전면전’ 나서나>)

 
편집국 기자들은 2일 저녁, 총회를 열어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인사 명령을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한국일보 기자 일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인사를 그간 한국일보 회생을 위해 앞장서 온 편집국장과 부국장, 일부 부장들을 겨냥한 학살이라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식의 후안무치한 인사는 전두환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우리가 이번 인사를 거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장재구는 이미 한국일보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이 자본금 200억원을 납부해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외부 돈을 빌린 뒤 한국일보 자산으로 그 빚을 갚았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 5월3일자 2면. 2일 열린 비상총회 소식을 담은 기사가 빠진 자리가 공란으로 남아있다. 사측은 배달판 신문에서 이 자리에 자사가 주최하는 2014학년도 대입 설명회 소식을 채워 넣었다.
 
 
기자들은 또 “장재구가 이끈 한국일보 10년은 악몽이었다”며 “우리는 장재구와 결별하지 않는 한 한국일보의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200억원 배임 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횡령 탈세 등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과 증거자료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장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1일 인사 대상자에 포함됐던 한 간부는 3일 통화에서 “한국일보의 오랜 경영상 문제에 대해 (장재구 회장이)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이들에게 보복인사를 한 건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창간60주년기획단장으로 발령났던 이영성 편집국장을 비롯한 부장 및 기자들은 3일에도 인사명령거부를 이어가며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사부는 2일 오후 인사 대상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인사 명령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불이행 시 징계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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