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가 1일 단행된 인사를 전면 거부키로 하고 인사 대상이 됐던 편집국 간부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2일자 신문 1면에는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비대위의 성명서가 게재됐다. 앞서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비대위는 장 회장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에 나설 것을 논의하는 비상총회를 개최했다.
 
한국일보지부는 1일 밤 성명을 내어 “1일 기습적으로 자행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편집국 인사를 거부키로 했다”며 “편집국장 이하 편집국 전 간부는 이번 인사와 무관하게 기존 체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2일자 아침신문 1면에 그대로 게재됐다. 이영성 편집국장은 1일 단행된 인사에서 창간60주년 기획단장으로 발령난 바 있다. 한국일보 사측은 이후 판갈이 과정에서 이 부분을 도려내고 신문을 내보냈으나, 1만5천부 가량의 신문은 그대로 배달된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 한국일보 5월2일자 1면에 실린 비대위 성명서. ⓒ허완 기자
 
 
비대위는 성명에서 “장 회장은 불법적 방식으로 한국일보 지분을 취득한 뒤 한국일보의 자산을 빼돌리고 한국일보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인적방어망을 구축하려는 간계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1일 하종오 전 사회부장을 편집국장에 임명하는 등 주요 부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부는 “장 회장은 노사가 합의한 ‘한국일보 편집강령규정’ 조차 일방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편집국장 임명 시 5일 전에 내정자를 조합과 편집평의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지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중학동 사옥 재개발과 매각 과정에서 장 회장이 개인 빚을 갚는데 회사 자산인 신사옥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노조, 장재구 회장 배임 혐의로 고발>)

   
▲ 비대위 성명서 부분이 빠져 있는 한국일보 5월2일자 1면.
 
 
지부는 또 “장 회장은 2002년부터 한국일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700억 증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한국일보 증자에 참여하고 한국일보 돈을 빼돌려 이를 갚는 식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 대상에 포함된 한 편집국 간부는 2일 통화에서 “노조가 고발한 것 이외에도 온갖 횡령 혐의가 확인된 게 있어서 추가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저를 비롯해 인사 대상이 됐던 사람들은 대주주 자격이 없는 장 회장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인사권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노조 구성원과 비노조원, 편집국과 비편집국 구성원 등으로 구성되는 비대위는 2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비상총회를 개최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 회장은 문제의 ‘200억원’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던 2011년, 자신의 자산을 팔아 이를 되갚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 한국일보 5월2일자 1면에 게재된 비대위 성명서. ⓒ허완 기자
 
 
당시에도 편집국 내에서는 장 회장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으나, 노조가 실제 고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장 회장이 노조의 고발 직후인 30일, “정상화되기까지 회사 경영을 직접 하겠다”며 “한국일보의 튼튼한 미래 지배구조를 만들어 놓고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자칫 노사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일단은 회사가 빨리 안정화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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