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KBS 이병순 사장 취임 뒤 처음 치러질 제12대 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선거에 4개팀이 입후보하고 13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번 선거는 잔여 임기가 남아있던 전임 사장에 대해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사실상 강제해임시킨 뒤 새로 취임한 이병순 사장이 반발하는 사원들에 대한 대규모 보복인사, 정부 비판 프로그램 폐지 진행,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고정편성 등을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가운데 치러져 선거결과가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 노조 선거전 들어가…강동구·박종원·문철로·김영한 팀 입후보 '4파전'

   
  ▲ 13일 발행된 KBS노보에 실린 12대 정·부위원장 입후보자 사진. ⓒKBS 노동조합  
 
특히 이런 파행적 과정에서 이를 막아내야 할 노동조합이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노조 불신'을 낳아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현 정권하의 KBS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지난 12일 마감된 후보 등록자로 기호 1번에 강동구(기술파트·현 노조부위원장·12대 위원장 후보) 최재훈(기자·전 노조대외협력국장·12대 부위원장 후보) 팀이, 기호 2번에 박종원(기술·11대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위원장 후보) 박정호(기자·부위원장 후보) 팀이, 기호 3번에 문철로(행정·위원장 후보) 한대희(기술·부위원장 후보) 팀이, 기호 4번에 김영한(라디오PD·전 노조 사무처장·위원장 후보) 김병국(기술·현 노조 부산시지부장·부위원장 후보) 팀이 출마했다.

   
  ▲ 기호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  
 
이들은 13일부터 투표 전날인 23일 밤 12시까지 선거운동을 벌이며, 17일 제주, 18일 창원, 19일 광주, 20일 청주 등에서 합동 순회 운동을 한 뒤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합동연설회를 연다. 투표일은 24∼26일이며 오는 26일 저녁 7시 이후 개표를 거쳐 27일 당선자를 공고한다.

4개팀 후보들은 13일 일제히 홍보물을 배포해 출마의 변과 공약을 쏟아냈다. 4개팀 모두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강조했으며 구조조정 저지와 공영방송 사수를 천명했다.

구조조정 저지·단결 통합 강조 공약 엇비슷…이병순 사장체제 대응법은 큰 차이

   
  ▲ 기호 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이병순 KBS 사장에 대한 인식과 대응법은 각각 차이를 보였다. 노조 취임 직후(3∼6개월) 이병순 사장에 대해 사장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며 비판적 자세를 보인 후보는 박종원·박정호 팀과 김영한·김병국 팀.

박종원 후보는 "상명하복 조폭경영을 분쇄하겠다"며 "3개월 내 사장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사원에게 일방적 희생을 계속 강요할 경우 사장 퇴진 무한 투쟁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후보도 "관제사장을 심판하겠다"며 "취임 6개월인 내년 2월27일 사장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후임 사장 추천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관철하고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철로·한대희 팀은 "독일식 사추위 제도를 쟁취하겠다"며 "감옥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 기회 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  
 

이병순 사장에 가장 관대한 입장을 편 것은 강동구·최재훈 팀. 현 노조 집행부를 계승한 후보이기도 한 이들은 공개적으로 사장을 인정하고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병순은 KBS 사장이다. '최강후보'(자칭)는 일단 인정하고 시작한다"며 "그래서 그와 협상과 투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YTN과 같아진다고 하는 등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합심해 싸우고 있는 YTN 조합원들을 폄훼하는 듯한 표현도 눈에 띠었다.

"사원행동처럼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2년 내내 퇴진 투쟁에만 올인해야 한다. 그러면 YTN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

강동구 후보 "이병순 사장 인정한다…사장 인정 않으면 KBS가 YTN된다"
박종원 후보-김영한 후보 "관제사장 심판, 3∼6개월 내 사장 신임투표"

   
  ▲ 기호 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  
 
현 노조집행부가 지난 8월 언론노조 탈퇴를 이끈 것과 관련해 강동구 후보는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지상파방송 언론계 등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언론노조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연대조직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개편안에서 사실상의 폐지가 확정된 <미디어포커스>와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관련해 박종원 후보는 두 프로그램을 부활시키고, 정권홍보용 '대통령 라디오 격주연설'을 폐지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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