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편안에서 제작진과 기자 PD의 반발을 사고 있는 프로그램은 타이틀과 성격이 갖는 문제점 외에도 실질적인 프로그램 개편 준비과정도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 <생방송 시사투나잇> 대신 <시사터치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겠다고 보고한 뒤 현재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새로 배정된 PD들조차 타이틀(명칭) 변경을 폐지로 간주하고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 개편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새 제작진이 프로그램 타이틀에 대한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간부진은 ‘시사투나잇’이라는 이름은 절대 들어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BS는 당초 내놨던 ‘시사터치 오늘’을 포함해 ‘시사 2.0’ ‘시사 365’ 등 제3의 이름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 KBS 기자와 PD 100여명이 1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에서 관제·밀실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개편자체에 반대하는 이유 외에 제작진 배정이나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논의과정 자체도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밤 시사정보팀으로 발령을 받고, ‘시사터치 오늘’ 제작진으로 배정된 진정회 PD는 “통상 새 프로그램이 생길 때 사내 공모를 거쳐 채택된 안을 토대로 제작진이 MC나 타이틀, 코너이름을 정하고 첫 프로그램이 나가는데 이번 경우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며 “개편일자에 열흘을 앞두고 제작진을 대부분 교체했을 뿐 아니라 개편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PD들을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진 PD는 “아무리 생각해도 위에서부터 내려온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제작진이 선택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개편논의 자체가 진행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디어포커스> 역시 마찬가지다. 김태형 탐사보도팀 기자는 “시간적으로 봐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별로 없어 제대로 된 개편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이름을 바꾸면서 프로그램의 포맷도 바뀌어질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제작진은 정작 아니라고 하는데도 사내 몇 사람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이름 하나 바꾸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자들의 76.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해 기자들이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바뀐 프로그램의 제작진으로)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아마도 회사가 바라는 바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앞서 지난 7일 사내게시판(KOBIS)에 올린 글을 통해 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이 부임한 이후 제작과정에서 △팀장의 요구로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대체되고 △YTN 사태의 경우 취재 기자가 밤늦게까지 팀장과 격한 논쟁을 벌인 끝에 방영됐으며 △유인촌 장관 막말 파문 때 유 장관의 품위가 손상될만한 민감한 내용들은 빼라는 지시도 있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제작진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폐지나 다름없으며 수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KBS는 11일 반발하는 제작진 중 김경래 김영인 기자를 각각 경제과학팀과 뉴스네트워크팀으로 전출한 인사를 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자와 PD들은 계속 폐지반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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