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병순 사장 취임 두 달여 만에 권위주의 시절의 KBS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BS는 오는 17일 예정된 가을개편에서 <미디어포커스>와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타이틀(명칭) 변경을 통해 사실상 폐지를 강행하면서 반발하는 제작진을 인사조치했다. KBS 보도본부는 11일 오후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대해온 제작진 6명 중 김경래 김영인 기자를 각각 경제과학팀과 뉴스네트워크팀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 김덕재 KBS PD협회장을 비롯한 PD들이 10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로비에서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반대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KBS는 지난 7일 밤 <시사투나잇> 제작진 12명 중 8명을 교양제작팀·스페셜팀 등으로 전출시켰다.
이와 함께 <뉴스9>와 <뉴스광장> <930뉴스> 등 KBS의 간판 뉴스의 내용과 배치가 친정부적이라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제작진을 비롯해 KBS 기자와 PD들은 개편안이 나온 지난달 말부터 매일 “코드·관제·밀실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지난 10일부터 서울 여의도 KBS 신관 2층 로비에 천막을 치고 침묵농성에 들어갔고, 기자협회는 11일부터 시위에 합세했다.

KBS 기자와 PD 10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관제개편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채널과 편성을 통째로 정권에 갖다 바친 대통령 정례연설 즉각 중단 및 편성 책임자 징계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폐지결정 철회 및 타이틀 원위치 회복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병순 사장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하며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KBS <미디어포커스> 방영장면(왼쪽),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홈페이지.  
 
KBS 기협에 따르면 기자들은 지난 7일 열린 보도위원회에서 10월 한 달 간 KBS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과다한 대통령 관련보도 △의도적인 정권 관련 기사 키우기 △민감한 기사 고의 누락 △민감 사안에 소극적 보도태도 △의도적 주말 뉴스 연성 편집 등을 집중 제기했다. KBS 기협은 구체적으로 지난 한 달 간 타방송사에 비해 대통령 관련 보도가 30%나 더 많았으며, 주가폭락 등 경제위기 상황에 은행장 연봉삭감 보도를 톱뉴스로 배치했고, KBS 감사원 감사 기사를 소극적으로 보도한 사례 등을 들어 “친정부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뉴스 신뢰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형 KBS 탐사보도팀 기자는 “정부 눈치보기식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우려되는 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같다는 점이다. 정신차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타당한 지적으로 앞으로 옥석을 가리겠다”며 “뉴스 편집으로 정권을 도와주려 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덕재 PD협회장은 “우리 회사는 20년 전 겪었던 것과 비슷한 권위주의적 일방적 문화가 만연해있다”며 “사장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급격히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정일서 PD는 “KBS가 빅브라더 통제하에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한편, KBS는 두 프로그램 ‘폐지’를 담은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일 개편 기자설명회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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