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추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MBC, KBS, YTN 등 방송사들을 비롯해 국민일보, 연합뉴스, 부산일보 등 여러 언론사 노동조합이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방송, 부끄러운 신문을 만들 수 없다는 언론노동자들의 외침이 크게 외쳐지고 있습니다.
△권력으로부터의 해방 △자본으로부터의 해방 △비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미디어오늘 창간의 정신은 여전히 현실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을 권력이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굴종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MB시대’, 언론 민주화 역행

자본은 여전히 사회의 언로를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노련 초대 위원장이며, 해직기자로서 오랜 기간 겪어왔지만, 언론 민주화가 현재처럼 역행하는 시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새언론, 참언론의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희망의 단초들이 보입니다. 공영방송의 장기간 파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공정방송을 위해 참겠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론 노동자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입니다.

다만, 언론 노동자의 투쟁을 누구보다 보위하고 연대해야 할 진보정당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언론탄압을 자행하는 정권에게 쏠려야 할 국민의 시선을 추문으로 흐리게 하는 것이 죄송하고 참담할 따름입니다.

요즘 1990년 KBS 파업 당시가 자주 떠오릅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실세 중 한명이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KBS 파업은 정권의 존립에 관한 문제였다. 당연히 총동원해서 맞섰는데 막상 KBS 노조는 사내투쟁으로 국한하더라는 것이다. 승부는 거기에서 결정됐고 시간만 지나면 와해될 것이란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언론 파업과 이명박 정부의 관계가 12년 전 그때와 같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의 파업은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이다. 어떤 자세와 각오로 싸울 것인지 언론노동자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언론노동자 연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

미디어오늘의 역할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의 힘은 연대에서 나오는데, 오늘 언론 노동자의 연대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미디어 비평지 이전에, 언론 노동자의 각성과 자기반성에서 시작된 미디어오늘이 언론 노동자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미디어 환경을 개선하고, 국민의 눈과 귀로써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2012년 언론 노동자의 투쟁은 승리해야 합니다. 미디어오늘 창간 1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 나은 언론을 위해 함께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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